<중앙>와 <조선>의 숨막히는 1등 경쟁

구독료 인하 경쟁에 신문시장이 흔들린다

등록 2004.02.12 21:55수정 2004.02.13 11:58
0
원고료로 응원
설연휴를 앞둔 지난 1월19일 <중앙일보>는 구독료를 1만2천원에서 1만원으로 인하한다는 광고를 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애쓰시는 독자들을 위한 새해 선물'이라는 카피와 함께 자동이체 독자를 대상으로 가격 인하라고 하는 대형사고(?)를 쳤다.

<중앙일보>는 이후 TV광고, 라디오, 버스광고 및 전단지 등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펼치며 가뜩이나 과열된 국내 신문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예고했다.

이러한 <중앙일보>의 가격인하 전략은 지난해 11월부터 구독료를 1만4천원으로 올린 <조선일보>를 겨냥한 것이었다. 신문시장 1위를 위해 지난해 일간스포츠 판매권 인수 등 꾸준한 노력을 펼치던 <중앙일보>가 든든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조선일보>의 뒤통수를 친 것으로 신문 판매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즉 구독료 인하라는 히든카드로 <조선일보>의 1위 자리를 빼았겠다는 치밀한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예상과는 달리 <조선일보>도 재빨리 1월20일부터 구독료 1만2천원 인하, 자동이체 독자 1만원이라고 하는 맞대응을 펼쳤다. 구독료 인상 두달만에 다시 인하를 하는 이유에 대해 "신문용지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원가절감과 자동이체를 통한 왜곡된 신문판매시장의 정상화"라고 설명했다.

조선, 중앙에 이어 신문업계 3위의 <동아일보>도 결국 구독료 인하 방침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상태라고 한다.

이처럼 연초부터 이어지는 조중동 빅3 재벌신문들의 구독료 인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중앙일보>의 광고 카피처럼 '어려운 경제, 힘내라'는 의미의 반가운 소리처럼 들린다. 그러나 구독료 인하의 속뜻은 업계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전개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간의 정면대결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한해 수천억원 이라고 하는 막강한 광고 수입을 배경으로 누구 실탄이 더 많이 남아 있는냐는 소모적인 1위 경쟁인 셈이다.

<중앙일보>는 100일간의 캠페인이 끝나고도 1위 자리를 빼앗지 못하면 또다시 구독료를 8천원으로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사활을 건 대결은 가뜩이나 어지러운 신문판매시장을 더욱 왜곡시키고 있다. 조선과 중앙은 자동이체 신청 독자에 한해 1만원으로 인하한다고 했으나 일선지국에서는 현재 방문 수금이나 지로독자도 1만원의 구독료를 받고 있다. 부천지역에서 <중앙일보> 판촉사원으로 일하는 손모씨는 "독자들의 요구가 워낙 거세, 구독료 1만원에 서비스 3개월 그리고 판촉용품 지급 등 오히려 지국 수입은 전보다 더 줄어 힘겹다"고 말했다.

자동이체를 통해 자전거나 비데 등 고가의 경품을 주는 왜곡된 신문시장을 바로 잡겠다는 두 재벌 신문의 가격인하 취지는 처음부터 깨지며 엉뚱한 피해자들만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빅3 재벌신문을 제외한 나머진 마이너 신문들은 신문시장에서의 생존이 더욱더 어려워지게 되었다. 서울시내에서 <한국일보> 지국을 2년째하고 있는 진모씨는 "구독료 인하 이후 솔직히 수금가기가 겁난다. 독자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마이너 신문들은 뒤늦게 자동이체 시스템 도입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구독료를 인하하게 되면 한해 수십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결국 조중동 빅3 재벌신문들은 가격인하라고 하는 일종의 담합을 통해 신문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빅3 재벌신문들의 신문시장 왜곡은 신문사들의 광고 의존율을 더욱 높여 언론사들의 자립과 신문의 질 자체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신문들의 구독료 인하가 담합에 의한 것이 아닌지를 철저히 조사하여 왜곡된 신문시장을 바로 잡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2. 2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5번이나 울었다... 학생들의 생명을 구하는 영화"
  3. 3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개 안고 나온 윤 대통령 부부에 누리꾼들 '버럭', 왜?
  4. 4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추석 민심 물으니... "김여사가 문제" "경상도 부모님도 돌아서"
  5. 5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계급장 떼고 도피한 지휘관, 국군이 저지른 참담한 패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