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씨의 낙선을 보고

대항마가 아닌 지역 일꾼이어야

등록 2004.04.16 10:14수정 2004.04.16 15:35
0
원고료로 응원
맑고 화창했던 선거일. 그 하루의 끝에서 한 인물의 낙선 소식을 접하며 순간 많은 생각들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언론에서 공안검사 대 정치사형수의 대결이라는 부제까지 달며 관심을 보였던 부산 북강서갑. 정형근 후보 대 이철 후보의 양강 대결은 결국 한나라당 정형근 후보의 승리로 끝을 맺었다. 낙선자에겐 격려와 위로의 박수를, 당선자에겐 축하의 박수를 보내야겠지만 사실, 박수가 잘 나오지 않는 게 지금의 솔직한 심정이다.

나는 여기서 부산 북강서갑 지역 주민들의 선택에 대해 감정적 접근은 가급적 배제하려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선거 결과에 대해 각 정당 관계자들을 향한 고언쯤으로 이야기의 초점을 맞춰보려 한다.

먼저, 총선이란 것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새롭게 해보고 싶다. 대선에 비해 총선은 지역 구민들을 향한 정치적 이해와 접근이 약하다. 어찌보면 누가 우리 지역을 잘 알고 있고, 지역 발전을 위해 누가 적합한 인물인지가 선거의 핵심이 아닐까?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정형근 후보와 이철 후보의 대결이 사회적으로 뉴스거리가 되고, 쟁점은 될지언정 정작 지역구민들에겐 그렇게 큰 의미로 다가서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결과가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형근 후보 당선이, 그가 지역의 발전을 잘 이끌어 왔다는 걸 반드시 의미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선거 전 그 지역의 한 시민은 방송 인터뷰에서 "정 후보가 지역을 위해 한 게 뭐 있노? 라고 말을 했다.

정형근 후보를 선택한 것은 조금은 복합적이다.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영남권 안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그렇게 지지 세력이 흔들림 없이 끝까지 뭉칠 수 있었던 것도 열린우리당의 선전에 따른 상대적 위기 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밖에도 여러 면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숨어 있다. 처음 열린우리당에서 이 지역에 후보를 낼 때의 목표점이 어디에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열린우리당의 목표가 공안검사 출신의 극우주의자 정형근에 대한 견제와 그의 퇴출이었다면 나는 이것이 별로 좋은 접근이 아니었다고 본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총선은 대선과는 달리 정치적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적다. 전국적으로 어떤 쟁점이 생기고 정치적으로 어떤 부정적 결과가 나왔다 할지라도 결국 당략의 직접적 결정권은 그 지역 구민의 몫이 되는 것이다. 한 때 정당의 선거활동에 참여했던 내 어머니의 얘기를 잠깐 빌어올까 한다.


"적어도 한 지역구에서 2선 이상한 후보를 다른 후보들이 상대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싸움이야. 왜냐면 그 쪽은 이미 10년 가까이 그 곳에 뿌리를 박고 조직을 다져왔단 말야. 여의도에서 나온 평가가 어떻든 세상 사람들이 그를 보고 뭐라고 하든 그게 크게 안 먹혀. 총선에서 중요한 건 그 지역이니까."

국회의원은 정치인이다. 그의 정치적 평가는 중요한 것이다. 정치인이 국민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 놓았다면 그는 좋은 정치인이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대의적 관점이 총선에서는 생각보다 큰 힘을 내지 못한다. 그 결과가 바로 이번 북강서갑의 결과이며 냉혹한 현실이다.

후보의 인격도 중요하고 누구의 대항마로써 어떤 후보가 나서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그 지역과 지역구민들에게 어떻게 접근하느냐 하는 것이다.

다음 총선을 준비하려는 사람에겐 지금이 중요하다. 지금부터 다시 뛰고 걷고 귀를 기울여 지역 주민들과 어우러져야 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요구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테두리 안에서 정치적 목소리와 색깔을 펼쳐나가야 한다.

당의 의중에 따라 지역에 몸을 던지는 게 아니라, 지역 구민들의 의지를 당에 전하라. 그런 다음에 정치적 목소리를 내라. 이 기본적인 태도가 지역주의 악습을 깰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고 나는 믿는다. 정당 차원에서도 앞으로는 일하는 정치인에 초점을 맞춰라. 거짓된 행동과 선동하는 인물이 아닌 정말 일하는 그런 인물을.

이철씨의 낙선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만약에 이철 후보가 다시 이 지역에서 기회를 노린다면 이제는 누구의 대항마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라. 그리고 우리 지역의 충실한 일꾼이라는 칭찬이 우선 되도록 하라. 이게 훨씬 지혜로운 접근이라고 감히 말한다.

난 4년 후, 내가 살고 있는 지역구에서 누가 가장 진실되고 성실한 일꾼인지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에게 한 표를 행사를 할 것이다. 이것이 깨끗한 정치와 지역주의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함이라 믿는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2. 2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3. 3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4. 4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5. 5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