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하바나는 너무 멀었다

'스위트 하바나(Suite Havana)'를 보고...

등록 2004.04.27 15:25수정 2004.04.27 18:48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26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본 '스위트 하바나 (Suite Havana)'를 보고 참 좋은 영화라고 느꼈다. 이 영화를 짧게 설명하면, 명인의 사진 작품을 좋은 음악과 함께 감상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a

'Suite Havana' ⓒ jiff

이 영화는 대사가 거의 없다. 다만 행동과 표정으로, 그림같은 영상으로 쿠바의 수도 하바나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아주 비약적으로 보여준다. 그 비약에서 감동을 찾을 수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대사 하나 없이, 저렇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줄 정도로 영상과 짜임새 그리고 효과와 배경음악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침묵은 현재 쿠바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다.

내가 장황하게 '스위트 하바나'의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이야기하고 싶은 건 이 영화가 아니다. 나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루어졌던 감독과의 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하고 싶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감독을 직접 만나 이야기해보는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 영화의 감독 ‘페르난도 페레즈’. 영화가 끝나고 무대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그의 모습에는 왠지 모를 비장함이 엿보였다. 그런 비장함은 미리 예견된 상황에 대한 복선이었는지도 모른다.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정수완 프로그래머가 페르난도 페레즈 감독을 대동했다.

a

하바나는 너무 멀었다. ⓒ 오병민

이어 정수완 프로그래머가 “질문을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자신있게 물어본 그녀의 물음과는 달리 돌아오는 반응은 참 참담했다.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한 10초 정도 지났을까? 그녀는 자신의 물음에 문제를 인식했는지, 우선 감독에게 영화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우리는 감독의 호소를 듣게 되었다.

암담한 쿠바의 영화계

1959년 쿠바혁명이후 탄생한 쿠바영화예술산업진흥원.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지프 jiff)의 설명을 빌리자면 쿠바는 한때 1년에 150편이상의 영화를 제작했던 라틴아메리카의 최대 영화의 나라다.

단지 영화의 편수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시네마테크 운동, 영화 교육, 새로운 영화 언어의 창조 등을 통해 '혁명영화'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었다는 쿠바 영화. 하지만 시간이 흘러 점차 쿠바영화예술산업진흥원의 자금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영화를 만들기 수월하지 않았고, 1998년에는 <휘파람(Life is to whistle)>이라는 하나의 영화만이 발표되기에 이를 만큼 자국내 사정이 안 좋아졌다.

관객 중의 일부는 ‘아 그렇구나’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지만 '그래서?' 라고 되묻는 모습도 보였다. 필자가 보기엔 단지 쿠바 영화를 봐달라는 것으로 들렸다. “그냥 단지, 봐달라”
정말 힘들게 만든 만큼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말을 하면서 '그의 말에 설득력이 있었는가?' 라고 묻는다면 다만 '스위트 하나바(Suite Havana)'로서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관객과 쿠바의 '하바나'는 너무 멀리에 있다는 것이다. 정말 좋은 영화고, 멋진 영화이지만…. 관객이 하바나를 이해하기엔 쉽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스위트 하나바(Suite Havana)'라는 ‘관객과의 대화’에서 유일하게 나온 질문은 아니 관객의 이야기는 영화에 대한 감상평이었다. 감독은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쿠바의 수도 하바나와 그 삶들 그리고 존레논의 동상 등등. 하나하나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나 많은 관객의 고개는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이해 할 수 없는 하바나를 알게 됨에 따른 반응이었다.

a

'Suite Havana'1 ⓒ jiff

제 5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과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진귀한 영화들,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는 구성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생각하지 않은 게 있지 않나 싶다. 영화제의 영화와 관객의 거리가 너무 멀다면 좋은 영화도 묻히고 만다는 것이다.

좋은 영화도 영화를 볼 수 있을 만한 언론의 홍보와 영화에 대한 준비 자료가 조금만 있었다면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잠깐 들었다. 앞으로도 많은 좋은 영화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반갑다. 하지만 영화를 보기위해 지나는 길목에서 준비의 미흡함에 안타까워할지도 모른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봉 천만원 올려도 일할 사람이 없어요", 산단의 그림자
  2. 2 은퇴 후 돈 걱정 없는 사람, 고작 이 정도입니다
  3. 3 구강성교 처벌하던 나라의 대반전
  4. 4 [단독]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엮으려는 시도 있었다"
  5. 5 내 차 박은 덤프트럭... 운전자 보고 깜짝 놀란 이유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