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항쟁을 왜곡 보도한 <조선일보> 1980년 8월자 신문
<조선>은 심지어 민의를 ‘무시’하는 것을 넘어서 사실 관계를 왜곡하기도 했다. 1980년 <광주 민주 항쟁>이 그것이다. 광주 시민들이 독재 정치에 항의, 시위를 일으킨 민주 항쟁을 <조선>은 곧바로 보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고정 간첩이 침투하여 선동한 ‘폭동’으로 묘사해 보도하였다.
이미 역사적 재평가가 끝나, 그 명칭도 제 이름을 찾아 ‘사태’에서 ‘항쟁’으로 바뀐 당시의 민주 항쟁을 위와 같이 묘사한 <조선>. 왜 이 때는 지금은 그리 보란 듯이 내미는 ‘민의’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조선>은 장훈 중앙대 교수의 말을 인용 “50% 미만 지지율로 탄생한 노무현 정부는 ‘아슬아슬한 다수’로서 ‘거대한 소수’를 포용해야 하는데, 엄청난 도덕적, 윤리적, 역사적 위임을 받은 것처럼 국정을 운영하는 데서 문제가 어렵게 꼬이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이는 말은 <조선>이 얼마나 ‘국면의 분석’을 작위적으로 이용하고 있는지 선명하게 드러낸다.
1972년 2월 27일 실시된 제 9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살펴보면 국면 분석에 대한 조선일보의 작위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당시 박정희 전대통령이 대표로 있던 민주 공화당은 선거에서 득표율 38.7%를 얻어 겨우 과반수 획득에 그쳤다.
이에 대해 역사서는 “당시 폭압적 질서 하에서 집권당으로서의 엄청난 프리미엄을 누렸을 공화당이 겨우 과반수 의석 획득에 그치고 있다”고 평가한다.(풀빛, <한국 현대사3>) ‘아슬아슬한 다수가 거대한 소수를 포용해야 하는 상황’이 당시에도 나타났던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제시한 <조선>의 보도에서 볼 수 있듯이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국민과의 합의는 고사하고 ‘일방적 통보’식의 헌법을 공포해 버린 ‘유신’에 대해 <조선>은 침묵하였다.
'국가 보안법 개정 혹은 폐지.’ 자유 민주 공화국임을 자처하는 대한민국에 국보법과 같은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모순이다. 하지만 “국보법을 폐지하지 말자”는 의견을 완전히 묵살해 버리는 것 또한 참된 민주주의의 모습이 아닐 것이기에 <조선>의 입을 틀어막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한 가지 <조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조선>은 더 이상 자신의 주장에 ‘민의’를 덮어 씌우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의 질곡마다 철저하게 ‘권력’의 편에서 ‘민의’를 무시·왜곡해 온 신문이 갑자기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대며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는 양 행동하는 모습이 지금까지 조선일보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국보법 폐지에 심정적으로 마음이 기울 뿐 기자의 짧은 지식으로 국보법의 폐지와 개정, 양단간에 무엇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역사적으로 민의를 무시, 왜곡해 온 언론사가 ‘민의’를 들먹이며 반세기 넘게 국민을 괴롭혀온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고 있는 모습이 참 묘하다는 사실이다.
언론은 항상 ‘공정함’을 그 권위의 초석으로 삼는다. 하지만 <조선>의 역사가 증명하듯 언론사 스스로 ‘공정함’이라는 탈을 쓰고 국민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한다. 또한 심지어 국민의 마음과는 동떨어진 ‘권력’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도 그것에 ‘민의’라는 탈을 씌워 국민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조선일보>의 역사 스스로가 증명하는 위와 같은 자신의 과거를 깊게 반성하면서 더 이상 자신의 권위를 위해 ‘민의’를 동원하지 말라. 차라리 “우리 신문사의 입장은 국보법 폐지 반대요”라고 당당하게 밝히라. 이것이야 말로 <조선>이 주장하는 ‘일등신문의 격’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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