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선생의 한글사랑 이어가자

[주장] 유학자지만 민족정기 일깨우기 위해 한글보급에 앞장

등록 2004.10.09 01:09수정 2004.10.0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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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맞아 1세기 전 단재 신채호의 한글사랑이 되새겨진다. 10월 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해 반포한 지 558돌이 되는 날이다.

단재, 한글 보급에도 앞장


"물론 한문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젊어서부터 한문에 매달리다 보면 다른 새로운 학문을 받아들이는 데 늦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깊은 학문에 전념하는 사람 이외에는 한글부터 배워 뜻을 세워 나갑시다. 한 달만 열심히 하면 한글은 다 깨칠 수 있고 우리가 민족운동을 하는 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나는 오늘부터 한문 가르치기를 중단하고 여러분에게 한글교육부터 실시하렵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시골 선비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수 백년 내려온 학문의 전통을 거부한, 이제 20대 나이인 신채호의 처사는 실로 당돌한 것이었다. 그러나 단재는 이에 굴하지 않고 한문은 제쳐놓고 한글만을 가르쳐 나갔다. 경전이나 역사책도 한글로 풀이해서 가르쳤다. 단재다운 개혁자의 모습이었다.

민족사학자나 항일 독립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단재는 한글보급운동에도 앞장섰다. 성균관에서 유학을 공부한 한학자이면서도 애국 계몽운동을 하며 한문이 '진서'로 통하던 한말인 1904~1905년 '언문'으로 천대받던 한글보급에 나섰던 것이다.

고향인 충북 청원으로 귀향, 문동학원과 산동학원을 차례로 개설하고 한글보급과 함께 주민 교화에도 힘썼다. 1세기 전 단재가 산동학원에서 반대를 무릅쓰고 한글전용교육을 실시한 것은 실로 혁명적인 사건이다.

단재의 한글보급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1908년 속간된 <가정잡지>로 이어진다. 그는 재정이 부족해 휴간한 이 잡지를 이어받아 순한글로 제작, 가정과 여성을 계몽했다. 그 후 전기소설 <을지문덕> <이순신>도 국한문 혼용판과 함께 한글판을 별도로 냈다.


단재는 이와 함께 시, 소설, 비평 등 문학작품을 통해서도 한글의 가치를 고양했다. 이 작품들은 지난 8월 범우사가 낸 한국문학전집 1차 10권 중 첫 권에 수록돼 있다. 근대문학의 시금석인 신채호를 첫 권에 배치한 것은 주체적 한국문학사 인식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글날에 대한 인식, 날로 희미해져


한말과 일제시대에는 한글 그 자체의 명맥 보존이 목표였다면 광복 직후에는 일본어 잔재 타파와 표준말 정착, 산업화 시대에는 외래어 남용으로부터의 한글 지키기가 지상목표였다.

몇 년 전부터는 이른바 '인터넷 채팅언어'가 한글운동의 최대 공적으로 등장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글순화운동의 목표와 대상도 바뀌어왔다.

30대 이상 기성세대 중 '걍(그냥)', '즐(꺼져)', '방가방가(반가워)', 'ㅠ.ㅠ(우울함)', 'ㅡ.ㅡ(무표정)' 등의 통신언어를 알아듣는 사람은 드물다. 반면 10대나 20대 또래에서 이 말을 모른다면 외계인 취급받기가 십상이다. 최근의 인터넷언어는 이처럼 한글파괴와 함께 세대간의 커뮤니케이션 단절이라는 이중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또한 1990년부터 공휴일에서 기념일로 바뀐 탓도 있겠지만 한글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날로 희미해져 가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관광부는 홈페이지를 이용 '한글날 특집'으로 10월 1일부터 20일까지 '우리말 실력풀이' 행사를 실시해 오고 있다.

우리말에 대한 어휘력, 띄어쓰기, 한글맞춤법, 표준어, 로마자 표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문제를 총 20문항으로 출제하고 있다. 2000년 처음 도입된 이래 매년 응모자가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총 9회에 걸쳐 행사가 계속되는 동안 약 5만여명이 참가했다.

문광부는 매회 만점자 가운데 30명을 추첨, 5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 문광부 홈페이지(http://www.mct.go.kr)에는 2004년 9회차 '실력풀이' 문제가 20문항 출제돼 있다.

필자도 글을 쓰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아직도 맞춤법에 자신이 없어 부끄럽게 생각한다. 한글날을 맞아 한학자이면서도 민족정기를 일깨우기 위해 한글보급에 앞장섰던 단재의 그 정신을 되새겨보자. 특히 인터넷 세대들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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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BT 전문기자<약력> 충북 청원생, 신아일보 80년 해직기자, 전자신문 정보산업부 차장, 한국정보통신기자협회 초대회장, 국민일보 과학/경제/사회부장, (주)월컴프레스 대표이사/사장(발행인), 식품일보 편집국장 겸 논설위원, 정보통신신문 부사장겸 논설주간, 민주화운동가, 신아일보 편집국장 겸 논설실장, 단재사관구연구소장,IT&BT컨설던트 <저서> 정보와 통신, 컴퓨터현장25시, 컴퓨터산업계를 움직이는 사람들, 컴퓨터상품학, 21세기 정보사냥, 실리콘밸리파워, 황소같이 일만하면 망한다,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바람 든 한국사회, IT전문가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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