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회노조 첫 노동쟁의에 나서며

[주장] 광양중앙교회와 3차례 단체교섭과 조정회의 결렬

등록 2004.12.05 16:37수정 2004.12.0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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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3시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필자가 위원장으로 있는 전국기독교회 노동조합(아래 기독노조)과 광양중앙교회의 '이색' 노동쟁의 조정회의가 있었다.

조정회의는 광양중앙교회와 기독노조 사이의 단체교섭이었으나 정년 규정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되고, 최종 노동위의 57세 조정안을 교회측이 거부함으로서 최종 결렬됐다. 오는 6일 기독노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재적 과반수가 찬성하면 광양중앙교회에서 합법적인 노동쟁의 투쟁을 할 수 있게 된다.

기독노조가 출범한 지 6개월만에 10개 교회에서 단체교섭 진행 중이다. 광양중앙교회(담임 유은옥 목사)는 김유기 관리집사가 기독노조에 가입한 이후 기독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 10월 11일 오전 11시 광양중앙교회 당회실에서 상견례를 시작해 10월 28일 오전 11시 인천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교섭이 있었다. 제3차 교섭은 11월 16일 오전 11시 기독노조 사무실에서 있었으나 협약을 이끌어 내지 못한 채 결렬되었고 이번 노동부 조정회의도 최종 결렬되었다.

광양중앙교회 당회는 유은옥(70) 목사의 은퇴를 계기로 금년에 새로운 내규를 만들면서 관리집사의 정년을 55세로 정했다. 우리는 광양교회가 최근에 새로 제정한 교단법에 상충되는 '악법'이고 근로기준법에 근로자의 동의 또는 근로자 집단의 의견 청취규정을 어긴 것으로 무효이며, 이는 은퇴가 아니라 은퇴를 가장한 부당한 해고로서 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 복직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광양중앙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측 교단 헌법이 직원의 정년을 70세로 규정하고 있고, 또 담임목사의 정년에 대한 규정이 없으나 직원의 정년 규정에 따라 올해 은퇴하는 것이다. 김유기 집사도 직원의 정년 규정을 적용 받아야함이 당연하고 교회측 주장대로 직원은 종교 직분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여도 직원의 사전적 의미가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인 이상 조합원 김 집사가 직원이 아니라는 증거도 없다.

또한 교회측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조합원 김 집사는 기간의 약정이 없는 근로 관계이기에 규정 제정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것인 바, 근로자의 동의 없이는 무효에 해당하는 교회내규이다.

우리 노동조합은 조합원 김 집사가 55세 되는 해 11월에 정년의 규정을 제정하여 지난 11월 24일 김 집사 앞으로 보내온 '근로관계 종료 통보서'는 정년을 가장한 부당한 해고의 전형적 사례이며, 교회의 모든 권한이 집중되고 우대를 받는 담임목사와 비교하여 대표적인 불평등 사례로 부각시켜 노동쟁의 투쟁을 하고자 한다.

한편 우리 노동조합은 교섭과정에서 70세 정년을 고집하지 않고 10년을 양보하여 60세로 양보했지만, 광양중앙교회 당회는 55세 정년 이후 1년 촉탁 5회 연장안을 내놓았다. 1년 촉탁이란 언제라도 해고가 가능한 불안한 고용상태여서 더 이상 진전 없이 결국 교섭은 결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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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중앙교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기독교회노조 교섭대표들 ⓒ 기독교회노조

노동조합 교섭대표 5인은 12월 1일 미리 집회신고를 마쳐놓은 상태여서 12월 3일 조정회의를 끝낸 오후 4시 광양중앙교회로 옮겨 일몰 직전 20분간 교회 앞 도로에서 노동가를 부르고, "목사는 70세, 집사는 55세 불평등 정년, 철회하라" "은퇴가장, 부당해고 철회하라" 등 구호를 외쳐 노동쟁의 투쟁의 서막을 알렸다.

우리 노동조합은 인천에 본부를 두고 있어 전남 광양이라는 전선이 멀고, 설립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신생노조여서 소수의 조합원이 전국에 흩어져 투쟁력에 문제가 있다. 하지만 상대가 교회이고, 자신들도 교회 소속 교인이라는 특수성 감안, 강도가 낮은 피케팅 등으로도 교회측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어 노동쟁의를 승리로 이끌 자신이 있다.

우리 노동조합의 쟁의 행위는 무노동 무임금의 파업보다는 근로를 제공하면서 피케팅 등 시위를 할 수 있는 태업을 선호하고 있으며, 교회 안 주차장에 천막농성을 준비하면서 해고된 조합원들을 적극 활용하고, 인근 지역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에 지지 시위를 요청할 계획이다.

합법적 노동쟁의에 대해서 사용자인 교회는 수인할 수밖에 없는 노동보호법을 적극 활용하는 우리 노동조합은 폭력 등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 등 철저하게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쟁의행위의 강도를 점차 높여 나갈 것이다.

은퇴하는 유은옥 목사와 새 담임목사의 이취임식 행사를 광양중앙교회가 갖지 못하는 것도 전국기독교회노동조합의 쟁의 행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 노동조합은 교회 안에 분명히 존재하는 불평등을 그냥 두고서 교회가 대 사회를 향해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며, 사랑을 외치는 교회의 도덕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어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 노동조합은 6일 노동쟁의 찬반 투표를 마치고 회의를 통해 유은옥 목사 이사가는 날 또는 새 담임목사 이사오는 날 등 적당한 날을 잡아 쟁의행위 출범식을 광양중앙교회에서 할 것이어서 새로운 변수가 없는 한 광양중앙교회는 선교 120년 한국교회의 최초의 교회 노동쟁의 장소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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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로 교회노동조합을 설립했다가 거대 교단의 설교중단에 이은 면직. 그후 낙향 어머니를대상 가족요양보호사가 돼, 또 다시 "대한민국요양보호사노동조합"을 설립. 노동법 행동가, 숭실대 노동법석사, 강원대박사과정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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