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의 한 사주까페김시연
점술의 대중성 - 사주카페
카페 골목을 돌아다니다 어쩌다 발견한 ‘사주카페’라는 낯선 간판을 보며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들어갈까 말까를 망설이던 것이 10년 전의 풍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집을 나서면 어디서나 눈에 띄는 편의점이나 PC방처럼 큰 결심 없이도 거리낌없이 들어가 차를 마시기도 하고 사주를 보기도 하는 그런 공간이 되었다.
90년대 중·후반에 급격히 증가한 사주카페는 주로 이대입구와 압구정에 몰려 있는데 그 수는 수십 개가 넘는다. 일반 카페와 다른 점은 거의 없으며 사주를 보지 않고 차만 마시고 나와도 상관없다. 사주를 보고자 하는 사람이 요청을 하면 역술인이 와서 점을 보는데 대형카페의 경우 두세 명의 역술인이 상주해 있기도 하지만 작은 카페의 경우 전화로 역술인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사주카페가 주로 젊은 층이 모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고객도 20~30대의 젊은 층이 주류다. 역술인들 또한 나이 지긋한 60~70대는 거의 없으며 20대부터 40대까지 로 나름대로 젊다고 할 수 있다.
사주와 자미두수(紫微斗數), 육효, 타로카드 등을 이용해서 점을 보는데 각각을 전공으로 하는 역술인이 따로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한 명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본다고 한다. 필자는 그 중 한 가지만 공부해도 일생이 모자랄 것 같은데 그 모든 것을 망라했다니 감탄이 절로 인다.
이런 저런 질문에 친절하기는 해도 자세한 답변은 아무래도 미아리 점집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 애정운, 결혼운, 재물운 등의 개별운을 볼 수도 있고 종합운을 볼 수도 있는데 개별운의 경우 대부분 차 한 잔 정도의 복채를 내면 되는데 5분에서 10분 정도 점을 본다. 복채는 역술인에게 직접 주는 곳도 있고 찻값과 함께 계산하는 곳도 있다.
미아리 점성촌도 마찬가지였지만 호황을 누리던 4-5년 전에 비하면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기적인 경제불황 타령이 영향을 주기도 했겠지만 여기저기 난립하고 있는 ‘사주카페’가 이미 색다를 것이 없는데다가 좀 더 싸고, 좀 더 쉽게, 집에서 클릭만 하면 점을 볼 수 있는 인터넷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점술의 바다 - 인터넷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검색에서 ‘사주’로 웹사이트를 검색하면 70페이지가, ‘운세’로 검색하면 66페이지가 나온다. 즉 인터넷으로 사주, 운세를 보는 사이트의 수가 수 백 개에 이른다는 말이다.
사주, 운세 사이트에서는 보통 무료운세와 유료운세로 나뉘어져 있는데 무료운세의 경우는 대부분 서비스의 차원이기에 간략하게 나오는 편이다. 좀 더 자세한 점을 보고자 한다면 유료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이용료는 300원짜리도 있는가 하면 3000원짜리, 만원짜리 등등 천차만별이다. 또 결제방법도 휴대폰결제, 신용카드결제, 계좌이체, 운세권 구입 등등 다양하다.
인터넷 사주의 경우는 개별운을 사주카페보다 더 세분화시켜 놓았는데 그 종류가 전통사주, 토정비결, 궁합, 작명 등은 기본이요 짝사랑 성공비법, 꿈풀이, 로또운세, 전생, 바람기, 풍수지리, 십장생운세, 타로점, 화투점, 혈액형점, Rune, 트럼프점, 자미두수, 육효 등등 세상의 점이란 점은 모두 모아 놓은 듯하다.
이용료가 싸다고 해서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종류가 다양하고 희한한 게 많다 보니 이것저것 보다 보면 이용료는 점점 불어나게 마련이다.
특이하게 속궁합이나 성적취향, 연인 공략법 등 성인전용 운세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19세 이상이라는 성인인증을 받아야 이용이 가능하다.
신(新), 구(舊) 혹은 동(東), 서(西) – 신점 vs 타로점
신점을 보는 이들은 역술인이라기보다는 무속인(巫俗人)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신을 모시는 신당을 차려놓고 있으며 점을 볼 때 쌀, 엽전, 깃발 등의 소품(?)을 이용하기도 한다. TV나 잡지에 소개된 적이 있거나 용하다고 소문이라도 난 곳의 복채는 7~8만원을 넘어서고 때로는 부르는 게 값인 경우도 있다. 간혹 드라마나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무속인 중에 젊은 여성이 있기도 하지만 젊은 무속인을 만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앞에 서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손해 진다는 것이다. 이들이 보자마자 반말로 야단을 친다 해도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필자 역시 다소곳이 앉아 어머니뻘 혹은 할머니뻘 되는 무속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계단식 단에 작은 불상과 대형 양초, 놋대야에 가득 담긴 쌀 등 어설프긴 하지만 나름대로 방을 신당으로 꾸며 놓았다. 단순히 이름과 나이만으로 점을 보던 무속인은 살이 끼었다며 거듭 살풀이를 권유했는데 방 구경에 정신없던 필자는 세 번, 네 번 듣고서야 살풀이의 의미를 알아챘다.
살풀이 비용으로 800만원을 부르던 그 무속인은 500만원까지 가격을 낮춰 부르며 그 아래로는 안 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700~800만원은 든다고 하며 규모에 따라서 1천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드라마 ‘겨울연가’로 인해 타로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의외로 타로점을 보는 카페는 그리 많지 않다. 하나의 직업으로 발전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한 이유도 있을 테지만 개인이 접근하기에 역학보다 용이하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퍼져 있다. 인터넷에는 수 십 개, 많게는 수 백 개의 타로카드 관련 카페가 개설되어 있고 다음의 한 카페의 경우 5만 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돼 있다. 이들은 혼자 혹은 삼삼오오 모여 스터디를 하기도 하고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공유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