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얘기야? 연예인 얘기야?

가벼운 정치보도 그러나 무거운 현실

등록 2005.03.16 19:18수정 2005.03.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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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쿨의 시대라고 한다. ‘쿨하다’는 말은 더없는 칭찬으로 들린다. 그래서인지 세상에서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는 촌스럽다는 악평을 피할 수가 없다.

워낙에 정신없고 살기 뻑뻑한 세상을 살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은 더 이상 심각한 고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하다. 뉴스와 신문을 보더라도 사람들의 이런 세태는 여실히 드러난다.

무거운 주제일 수밖에 없는 정치, 경제 소식도 이제는 더 이상 부담스럽게 다가오질 않는다.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의 쌍꺼풀 수술 소식은 한동안 언론계에서 재밌는 뉴스거리였다. 미디어는 정치인들의 어렵고 머리 아픈 말과 정책 이야기를 더 이상 들려주지 않는다. 그들은 텔레비전 쇼프로를 보여주듯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꾸민 이미지에 주목한다.

이미지 정치의 현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지 정치로 소위 말해 ‘대박’을 터트린 인물이다. 상대 당의 엄청나게 화려한 경력에 비해 노 대통령은 그때 당시 명함도 내밀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원칙과 소신’이라는 젊은 이미지를 내세워 노 대통령은 자리 잡음을 한다.

결국 네티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선거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청년층의 시선을 잡을 수 있었다. 결국 노무현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고 이 일로 인해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그러나 우려한 대로 우리가 그의 이미지에 빠져 만들어 낸 환상은 서서히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정치는 철저한 현실이고 그 힘겨운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는 그 환상을 더 이상 붙잡을 수 없었다. 그는 경험부족으로 인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그의 이미지였던 당당하고 개혁적인 모습은 하나둘씩 사그라져만 갔다.

노란색 풍선으로 둘러싸여 스타와 다름 없었던 우리의 우상 노무현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그 우상도 대미외교에 있어서는 별반 다를 바 없이 굽실거리는 허리를 지니고 있었다. ‘이미지’가 ‘현실’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달콤한 환상에 속고 싶더라도 결국 그 환상은 신기루일 뿐이다.


정치인들의 이미지 가꾸기 열풍

이런 현상은 텔레비전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선거결과를 좌지우지 할 만큼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방송은 아무리 법으로 제제를 가하려고 해도 상업적인 본성은 어찌할 수가 없다. 화면은 책이 아니다. 많은 이야기를 담기보다는 우선 그림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는 무수한 편집과정이 이루어지는데 현실 그대로를 보여주기보다는 좀더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게 자극적인 영상으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출연자들 또한 방송의 특성을 알고 화면을 잘 받기 위해 노력을 한다. 결국 정치인들도 방송의 상업성에 물들어 대중들의 구미에 맞게 변모한다.

이들의 노력은 노무현 대통령의 성형 수술 외에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피부과를 다니며 피부 관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로도 증면된다. 또 열린우리당 신기남 전 의장과 김영주 의원,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도 지난해 10월 말 라식수술을 받고 안경을 벗었다.

이 밖에도 모발 이식 수술에 잡티제거, 주름제거, 염색, 화장까지 그들은 텔레비전에 좋은 모습으로 나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물론 꽃미남이 인기 있는 시대라 남자들도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이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이렇게 연예인마냥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은 '미디어를 통해 비치는 그들의 이미지'를 위해서다.

정치인들의 쇼로 인해 타자화 되는 대중

정치인들은 바르고 좋은 정치를 하는 것보다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그들이 무슨 정책을 세웠으며 그것의 이행과정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미디어는 말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즉각적으로 대중들에게 다가오는 그들의 사진과 가십성 기사로 지면을 채운다. 어떤 때는 한 의원의 사진을 기사화 하여 ‘얼짱 의원’이라며 노골적으로 추겨 세우기까지 한다. 과거에는 정치계를 보면서 사람들이 ‘코미디를 본다’는 말을 했었다. 이제는 정말 정치보도는 연예인들이 나오는 연예오락쇼와 그다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미디어와 정치인들은 서로 공범이 되어 단지 등장인물과 배경만 조금 바뀐 쇼를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쇼가 평범한 연예인들이 나오는 오락 프로그램과는 차원이 다른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 쇼로 인해 우리들의 삶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외면당할 위험에 빠진다. 정치가 중요한 것은 국민들 전체의 삶을 좌지우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정책으로 인해 온 국민이 살고 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런 정책에 우리가 끼어들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할 일은 정치라는 쇼에서 그들의 갈수록 세련되어지는 이미지를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가끔 있는 선거에서 자신이 맘에 드는 이미지를 선택하면 된다. 민주주의에도 결국 상업적인 정치 이미지 소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대체 어떻게 대통령의 눈수술 기사가 북한의 핵 보유 선언에 대한 우리의 침묵보다 더 큰 보도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또 박근혜 대표의 머리 스타일이 올림머리에서 퍼머한 내림 머리로 변화한 것이 그렇게 우리들에게 중요한가? 이런 종류의 보도는 정말이지 스포츠신문에서 볼 수 있는 연예인들의 성형이야기, 다이어트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물론 대중들은 자극적이고 외설적인 것에 열광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대중들의 요구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위에서도 말했지만 정치는 쇼가 아니다. 가볍지도 재미있지도 않고, 편집도 재방송도 불가능하다. 우리의 복잡하고 힘겨운 이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바로 정치인 것이다.

우리가 이런 정치를 알지 못하면 우리의 삶은 대체 누구의 손에 놀아나는지 모를 일이다. 미디어는 대중들의 편에서 정치를 감시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의 현재 모습을 가린 채 꾸며진 좋은 이미지로 무장한 정치인들의 쇼는 이젠 그만 보길 원한다.

덧붙이는 글 | www. zime.co.kr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www. zime.co.kr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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