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14일 강원대학교 커뮤니티에서 캡처한 성년식 관련 글이채린
본래 성년의 날은 만 20세의 젊은이에게 성년으로서의 책임감과 자부심을 부여하고자 매년 5월 셋째주 월요일에 문화관광부주관으로 이루어지는 기념일이다. 물론 그 전부터 관례와 계례라 하여 남자에게는 관을 쓰게 하고 여자에게는 쪽을 지게 함으로써 성년으로서의 마음가짐과 행동을 가지게 했다. 그러던 것을 밸런타인데이처럼 상업적으로만 이용하는 까닭에 본래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일단, 성년의 날은 기념일의 당사자인 만 20세의 젊은이들 정도에 그치는 관심사이다. 더군다나 5월 셋째주 월요일이라는 기념일의 날짜가 유동적이라서 어버이날, 어린이날처럼 누가 봐도 바로 몇 월 며칠에 하는 행사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 역시 대학교에 들어와서야 성년식이 언제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으며 주변에서도 가정의 자녀가 성년의 날의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축하와 덕담을 챙겨주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국가에서 주관하는 행사에도 일부 관공서에서 추천받은 극소수의 사람만이 그 대상자이다.
이와 달리 제3자들은 분주하기만 하다. 영화관이나 음식점에서는 성년식의 대상자에게 장미나 와인을 준다는 판촉행사로 성년의 날을 상업적 홍보용도로 이용하고 있으며 대학가나 번화가의 꽃집, 화장품가게에는 성년의 날 패키지라며 장미다발이나 향수다발이 성년의 날 몇 주 전부터 가게 앞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그리고 키스의 경우, 주변에서 성년식을 맞는 학우들을 보면 애인이 없어서 성년식날 장미꽃을 주고받으며 키스할 대상이 없다며 서운해 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날은 술이나 마시고 학교 연못에 빠져 버리겠다느니, 하는 서글픈 이야기가 며칠 전부터 학교 카페나 교내 곳곳에서 들려온다.
내가 다니는 대학교만 해도 성년식은 연인끼리 장미꽃, 향수, 키스를 선물하는 날이자 성년식 대상인 만 20살의 학우를 학교 연못에 밀어뜨리는 행사를 하는 날로 해석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처럼 성년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불러일으키고 사회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부여하고자 하는 성년식의 의미는 간데없고 상업적으로, 또 교내의 악습으로 내려오는 행사로서의 성년식만이 남아있어 씁쓸하다. 당장 월요일 날, 애인도 없이 선배들이 주는 술을 받아마시고 학교 연못에 빠져야 할 나 자신은 월요일이 두렵기만 하다.
성년식만큼은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처럼 싱글들의 성질을 돋우는 상업적 행사가 아닌 본래의 취지에 맞고, 이미 성년인 어른들에게 성년으로서의 책임감을 배우는, 그런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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