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된 지도와 지구를 든 소년

기본과 원칙이 강조되어야할 때 돌아보는 이야기

등록 2005.05.31 11:43수정 2005.05.3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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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태호 경남 도지사 집무실에 걸려 있는 '거꾸로 된 지도'

김태호 경남 도지사 집무실에 걸려 있는 '거꾸로 된 지도' ⓒ 경남도청


김태호 경남지사의 집무실에는 특이한 지도가 걸려 있다. 김 지사는 "경남이 보통지도에는 남해안 끝자락이지만 거꾸로 보는 지도에는 태평양을 향해 힘차게 역동하는 남해안시대의 중심임을 강조하고 있다"며 "이 지도를 통해 경남의 기상과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서 역발상 지도를 제작했다"고 설명한다. 이 지도의 상단에는 '대한민국전도'라는 통상적인 제목 대신 '생각을 달리하면 미래가 보인다'는 슬로건을 달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에서 보물찾기도 시들해질 무렵 선생님께서 가장 무거운 것을 들고 온 어린이에게 상을 주시겠다고 하셨다. 다들 돌덩이에서 나무뭉치 등을 낑낑대며 들고올 때 한 친구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런데도 그 친구가 일등을 먹었다. 이유는 이랬다. 선생님 앞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한 후 말했다.

"선생님, 저는 지구를 들고 왔습니다."

변화와 혁신이 강조되는 때에 역발상의 사례로 소개될 만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역발상은 사고의 유연성을 키우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부가가치를 직접 생산하는데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적 역발상'이 중요하다.

김 지사의 거꾸로된 지도는 그동안 북한·중국·러시아 등등 가슴이 답답해지는 상대를 이고 있는 것보다 시원한 바다를 머리에 두는 것이 한결 마음이 가벼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특별히 방위가 표현되지 않는다면 지도는 물론 지적도, 해도, 잘 지켜지지 않지만 약도까지도 북쪽을 위로 가게하는 것이 약속이다.

그래서 지도에 쓰인 글자만 보고도 방향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우리가 도면을 그릴 때 우현에서 좌현으로, 선미에서 선수로, 위에서 아래로 본 모양을 그리듯이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불편한 것은 고사하고 당장 큰일이 난다.


이러한 원칙은 교통지도에도 유사한 것이 있는데 남북방향의 도로는 홀수로, 동서방향의 도로는 짝수로 표현하고 있다. 국도14호선은 그래서 부산과 마산, 통영을 거쳐 거제로 연결되는 도로의 이름이 되는 것이다. 막막하게 길을 잃고 헤메고 있을때 이런 사소한 약속들은 아주 귀중한 정보가 된다.

지구를 들고 온 소년의 경우에도 실상은 '일=무게×이동거리'와 '힘의 작용방향 즉, 들어올린다는 것은 중력의 반대방향'이란 물리적 법칙을 무시한 것으로 그는 일을 하지도 물체를 들어올리지도 못한 것이다.


변화와 혁신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거나 당장의 모양새에만 치중하면, 거꾸로된 지도나 지구를 든 소년처럼 단순히 순간적인 위트에 그치고 직접적인 도움을 가져 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어렵더라도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고 지금까지의 내력을 무시하지 않은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 가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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