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왜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는지 알아?"

<핵심 인재의 이력서에는 무엇이 있을까> 출간

등록 2005.07.18 17:23수정 2005.07.2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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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북 펴냄 ⓒ 김재영

회사에서 인정받고 성공하고 싶으면 주목!

그러니깐 딱 5년만이다. '핵심인재의 이력서에는 무엇이 있을까'(리더스북 펴냄)를 쓴 황숙혜씨나 독자가 들으면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 하겠지만 말이다. 남의 서평을 쓰면서 좀 안됐지만, 5년 전 '그들은 어떻게 억대연봉자가 되었을까'라는 책을 공저했던 필자 입장에서는 감회가 새롭고, 그래서 '딱 5년만'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시간관념을 갖다 붙였다.

사실 그동안, 아니 5년 전보다 훨씬 전에도 '성공'(혹은 자기계발)을 다룬 책은 수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번 책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건 저자를 익히 잘 안다는 개인적인 인연과 함께, '핵심 인재'란 '최신 용어'에 솔깃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말은 5년전 '억대연봉자'에 다름 아니다. 성공학 책은 이처럼 얼굴만 달리 할 뿐 본질은 사실 똑같다.

그런데도 수없이 많은 성공학 책이 만들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싱거운 얘기지만, 성공학이 사람들의 관심 범주에서 여전히 큰 영역을 차지하기 때문일 게다. 마치 너무나 똑같은 레퍼토리의 사랑 노래와 멜로드라마가 여전히 판을 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어떤 것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어떤 것은 그저 그렇게 사라져버리곤 한다.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양념과 어떤 레시피(recipe)를 쓰느냐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이 책 역시 양념과 레시피에 따라 그저 그런 성공학 책이 될 것인지 아닌지 결정될 판이다. 허접한 양념에다, 성의 없는 레시피를 따랐다면 잔뜩 기대만 부풀려놓은 'TV에 소개된 식당'이 될 것이다.

어떤 재료를 버무렸나?

이 책에 나오는 6명은 모두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 성공의 대열에 들어선 사람들이다. 사상 최고, 사상 최대라는 수식어를 하나쯤은 이름 앞에 붙인 사람들이다. 또 하나 공통점은 몸담고 있는 각자의 회사의 성공에 기여했음은 물론, 이로 인해 '핵심 인재'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미국 등 선진국의 '빛나는' 졸업장이 없어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별한 배경이나 학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성공한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어색해하고, 때로는 언제 뒤로 밀려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평범한 직장인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의식 구조 속에 있는 셈이다. 따라서 '핵심인재'가 보통 사람들과 동떨어진, 뭔가 특별한 위치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은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동질감마저 느끼게 한다.

'핵심인재'라는 경외감에서 '동질감'을 느끼게 만드는 그들의 면모는 이렇다. 고졸 조리사에서 요리 명장의 반열에 오른 정영도 프레지던트 호텔 이사, 금융권의 구조조정 작업을 완벽하게 수행해 미스터 구조조정으로 불리는 이성규 국민은행 부행장, 게임업계의 신화로 자리매김한 정영석 넥슨 개발실장, 세계 최초 CDMA 상용화의 주역 이주식 SK텔레콤 상무, 보장성 보험시장을 개척해낸 조의주 푸르덴셜생명 상무, 그리고 팩티브 신약개발의 주역 추연성 LG생명과학 상무.

그런데 그동안 성공한 사람들의 스토리가 세일즈 영역에 집중됐다면 이 책은 철저하게 이를 배제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영업직이 아닌, 일반 직장인들이 성공 바이블로 삼을 만한 책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그래서 이들 6명이 들려주는 일과 성공 스토리도 과거 이런 유의 책에서 보던 것과 다르다. '눈비 안 가리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찾아가 고객을 설득해 계약을 성사시켰다'거나, '고객에게 상품이 아닌 마음을 팔았다'는 식의 대인 관계에 관련된 이야기는 이 책에 없다. 대신, 자기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 자기 일과의 지루한 대면에서 이뤄낸 값진 성과들이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는 즐거움은 색다른 경험이다. 결국 6명이 내리는 합의는 회사에서 인정받고 성공하는 길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혼을 불사르라"는 것이다.

어떻게 맛을 냈나

핵심인재의 이력서라고 해서, 때마침 가을 취업 시즌을 앞뒀다고 해서 이 책에 거창한 이력서가 들었겠거니 생각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핵심인재의 이력서'에는 이력서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책이 나오는 과정을 출판사에 취재해봤더니, 그런 의견을 제시한 출판 전문가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핵심인재의 이력서라는 문구에 집착해 여섯 사람의 정말 이력서를 넣었다면 어땠을까. 당장 눈길을 끌었겠지만, 두고두고 맛을 음미할 기회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 대신 이 책에는 이력서를 대신하고 남을 법한 선물이 있으니 바로 6인 대담이다. 6명의 성공기가 각각 따로 놀지 않고 한데 어울려 서로 비교되고, 합치되는 공간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것도 책을 시작하자마자 대담을 '대담'하게 배치한 것은 그동안 이런 책에서 끝부분에 마치 '억지로' 페이지를 채우듯 싣던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이 책을 쓴 저자가 현직 기자여서인지 탄탄한 구성과 빠른 호흡으로 독자를 빨아들이는 글 전개가 돋보인다.

예컨대, 이런저런 성공 공식에 대해 얘기하다가 갑자기 "자신의 연봉 협상은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이르면 대담 참석자들도, 그리고 책을 읽고 있는 독자도 이심전심 긴장하게 된다. 내로라하는 핵심인재도 역시 샐러리맨이기 때문에 연봉 협상은 피할 수 없는 일.

한 해 한 해 연봉 협상에 전전긍긍하는 샐러리맨 독자라면 당연히 동질감을 느낄 법하다. 연봉 인상의 좋은 기회 중 하나인 이직에 대한 반론도 마치 고참 선배에게 듣는 좋은 충고처럼 다정하고 현실성 있다. 만약 신입사원이라면 40년 후에 떳떳하게 내세울 수 있는 자서전을 미리 준비하라는 대목에선 숙연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다 "가장 좋은 재테크는 부단한 자기계발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자가 되는 것"이라는 답변을 접할 즈음에는, 왜 저자가 이 책을 썼고, 또 독자가 왜 이 책을 집어 들어야 했을까에 대한 해답이 풀릴 것 같다. '회사에서 인정받고 성공하고 싶은' 샐러리맨이라면 여름휴가 길에 읽을 책 목록에 올려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언젠가 한번은 점심을 같이 먹고 싶었고, 그 자리에 오르고 싶었던 스타급 회사 선배의 따스한 충고와 조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에도 기고했습니다. 김재영 기자는 머니투데이 재테크부 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에도 기고했습니다. 김재영 기자는 머니투데이 재테크부 기자입니다.

핵심인재의 이력서에는 무엇이 있을까

황숙혜 지음,
리더스북,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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