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병원 24시'KBS
두 프로그램에도 차이는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에서는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솔루션 위원회’를 구성해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의료진과 사회복지가, 경제전문가, 국회의원 등의 전문가들이 방송 이후에도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힘쓴다. 직접 발벗고 나선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가족들의 재기를 도와 그들이 희망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병원 24시>는 그에 비해 담담한 목소리를 낸다. 어떤 사람들은 시청자 게시판에 ‘해결책 없이 힘든 상황만 보여줘 방송이 너무 음울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답변은 명쾌하다. ‘그것이 현실이다. 싫으면 연출된 드라마를 봐라’는 내용의 답글이 그것이다. 드라마틱한 구성은 아니라 재미는 덜할지 모르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마음은 쉽사리 움직인다. 건조하고 담담한 접근은 <병원 24시>의 미덕이다.
아쉬움 몇 조각
그러나 아쉬움이 적지는 않다. 가장 아쉬운 점은 아예 두 프로그램을 모르고 있는 사람도 많다는 점. 심야시간에 편성되어 있어 프로그램 의도대로 어려운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희망을 나누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더욱 지적하고 싶은 점은 출연자의 방송 이후의 소식을 알 수 없다는 것. CF에 얼굴을 드러낸 ‘유리공주’ 신원경 양이나 방송 직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던 캄보디아 소녀 러앗따나 등 화제가 됐던 인물을 제외하고는 수술 후의 경과상황이나 근황 모습을 알기는 힘들었다.
물론 출연자의 연락처나 계좌번호 등을 알려 모금활동은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지만, 아픈 현실에서 희망을 찾았던 그들의 다음 행보를 뒤쫓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한 번의 가벼운 외출이 아니라 오랜 시간 손을 잡아주는 여행이 되어주기를 바람을 거둘 수가 없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그래도 살만하다는...
시청자 게시판에서 ‘상처가 남아도 상관 없으니 내 살을 이식해주고 싶다’라든지 ‘장기를 기증하겠다’ 등의 게시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 의사를 밝힌 시청자들 대개는 출연자들에게 연민을 느꼈다기보다 희망을 이어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병마와 싸워나가는 이들에게서 삶의 의지와 희망을 발견했고, 진정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주저앉고 싶을 때, 남들이 역경을 극복해나가는 것을 보며 힘을 얻기도 한다. 그 힘은 곧 살아야겠다는 의지다. 두 프로그램은 출연자에게 수술비를 마련해주는 등의 실질적인 지원을 해준다는 점에서 고맙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수술비 곱절의 울림을 경험할 수 있다. 눈물과 환희의 순간을 반복하며 우리는 삶의 의지를 다지는 일을 단련한다. 살아야겠다는, 그리고 살만하다는 깨달음. ‘그들의’ 여행을 지켜보기보다는 ‘우리가’ 함께 해나간다는 느낌은 그 때문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쟈임(www.zime.co.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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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 만하다는 그들, 혹은 우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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