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바퀴에 체중을 싣고 바람을 가른다

인라인 타는 사람들

등록 2005.09.09 15:59수정 2005.09.0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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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쯤 됐나? 인라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난 것이. 사람들은 아이들이 졸라대는 통에 집집마다 롤러스케이트를 장만했다가 인라인을 타기 시작했다. 경북 영주에서도 아파트 주차장이나 도로에서 타는 아이들까지 합치면 인라인 인구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많이 타기 시작한 것은 영주시 서천변에 인라인 트랙이 생기고부터이다.


지난겨울에 추워서 인라인을 타러 오는 사람들이 없을 때 혼자 나가서 타기 시작한 필자는 어느 동에 동장을 하던 분이 정년퇴임을 하고 할머니와 함께 인라인을 즐기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 할머니는 저녁 무렵에 걷기 운동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들을 불러다 놓고 인라인 예찬론을 펴고 있었다.

"하체가 발달한다고 해서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는데 엉덩이와 허벅지가 탱탱해집디다. 인라인을 장만해서 나오세요."

인라인은 보통 세 종류로 나눈다. 먼저 스피드 중심의 레이싱이 있는데 이것도 초보자용은 발목을 보호하느라고 신발이 종아리까지 올라오고, 선수용은 신발의 목이 짧아서 발목이 자유로운 대신에 어느 정도의 숙달을 요한다. 다음은 슬라럼이 있는데 묘기를 부리고 장애물을 통과하는 콘사이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어글리시브라는 것은 계단과 난간을 타고 달리는 공격적인 것을 말하는데 특별한 시설이 필요하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안전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다치기 쉽다고 한다. 달리다가 넘어지기 때문에 마찰열로 인하여 화상을 입거나 노인들은 허리를 다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손목과 팔꿈치, 그리고 무릎에 보호대를 하고 헬멧만 쓴다면 크게 다칠 일이 없다. 먼저 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몸에 딱 붙는 슈트는 좀 숙달된 후에 장만하더라도 간편한 복장을 입고 오라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권한다.

현재 영주시에는 카페모임으로 시작한 동호회가 있고, 영주시인라인롤러경기연맹과 영주시인라인롤러생활체육협의회가 있다. '즐인세'(즐거운인라인세상)는 젊은층 이 중심이고, '노브레이커'는 40대 이후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영주시에서 현재 인라인을 즐기고 있는 인구는 4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나, 아직 선수로 등록된 사람은 없다. 인근의 안동만 해도 안동시청과 생명과학고등학교, 그리고 길주중학교와 길주초등학교에서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8월2일∼8월5일) 제25회 대한체육회장배 전국인라인롤러대회를 영주에 유치했다고 한다. 전국 14개 시도에서 1000여명(선수 482명, 임원 100여명과 학부모 400여명)이 참석했다고 인라인연맹 총무를 맡고 있는 권기홍 씨가 말했다. 영주시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서 서천변에 기존 트랙외에 공인규격 승인을 받은 시설을 확보하고, 처음으로 큰 경기를 유치한 것은 영주를 알리고자 하는 목적도 있지만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할 계획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동호인 모임에 가입하여 서천변에서 인라인을 즐기고 있는 100여 명 중에서 일가족이나 부부가 함께 나오는 사람들을 몇 분 만나보았다. 박상빈(51), 이춘옥(45) 부부는 아들 박재민(21, 대재)과 딸 박예슬(16, 영주여중3년)이 함께 타는데 오늘은 부부만 나왔다고 했고, 임용규(40), 정외숙(36)부부는 아들 임종우(12, 서부초등5년)와 함께 나왔다고 했다. 이들 중 한 부부는 아들이 타는 것을 보러왔다가 어른들도 같이 시작했다고 하고, 다른 부부는 어른들이 천변에 나와서 구경하다가 인라인은 젊은이들만 타는 걸로 알았는데 나이 드신 분들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내서 먼저 시작했다고 한다. 후자는 부모가 타는 것을 보고 아이들도 동참한 경우라고 한다.


이들 부부는 시작한 지가 2년쯤 되었는데, 벌써 충주와 안동에서 있었던 로드(5㎞, 21㎞)대회에도 참가한 적이 있다고 했다. 아직 그 부분에 과문한 필자에게 참석자가 수천 명이 된다고 해서 또 한 번 놀랐다.

'인라인을 하니까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물었더니 이춘옥 씨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운동과 달리 작은 바퀴에 체중을 실은 채로 바람을 가른다는 것이 너무 좋아요." 옆에 있던 임용규 씨도 한 마디 거든다. "등산이나 다른 운동은 따로 시간을 내야 하지만 인라인은 장비만 구입해 놓으면 자투리 시간에 수시로 즐길 수 있는 점이 좋아요."

인라인은 허리나 무릎 관절에 좋고 전신운동이 되지만 특히 하체가 발달된다고 한다. 단점이 있다면 아직 실내 링크가 없어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불가능하고 겨울에는 추워서 힘들다는 것이다. "40∼50대보다 60대가 더 많이 나와서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멱호(63, 전 영주역장) 씨의 말이다. 필자도 몇 바퀴 돌고 가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 계간 영주문화 2005년 여름호에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계간 영주문화 2005년 여름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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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영주고등학교, 선영여고 교사. 한국작가회의 회원. 대경작가회의, 영주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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