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등록 2006.01.27 15:12수정 2006.01.2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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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다가오면 사람들의 마음은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객지에서 살림을 붙이던 자식들은 고향의 부모님을 뵈러 가고 차례지내기 성묘하기 등 바쁜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귀찮다기보다는 즐겁고 신납니다. 그래서 몇 천 만 명이나 되는 민족의 대 이동이 해마다 연출되곤 합니다.


그런데 설은 조상님들을 숭모하는 데도 의의가 있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살아계신 부모님들을 찾아뵙고 오랜만에 효도를 하는 미풍인 것 같습니다. 자식들을 낳아 길러주시고 가르쳐 주시고 시집 장가를 보내주신 우리들의 부모님들. 이제는 다 늙으셔서 시골집에 남아 고생만 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늘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명절이 되면 바리바리 선물꾸러미를 싸들고 부모님을 찾아뵙는 풍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우리들의 미풍입니다.

효도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건장한 청년으로 자란 아들과 함께 전라남도 영암군 군서면에 위치한 한 관광호텔에 갔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호텔이 아니라 온천탕에 간 것이지요.

어렸을 적 녀석을 품에 안고 있을 적엔 "네가 언제 커서 어른이 될래?" 하였는데 이젠 훌쩍 커서 장성한 청년이 되어 "아버지! 제가 등 밀어 드릴게요!" 할 때 어찌 그리 마음이 따뜻하던지요.

몇 달 전까지는 제가 병드신 어머님의 대소변을 받아내며 병간호를 했었는데 어머니께서 아흔아홉의 일기로 돌아가시고 나자 이젠 내가 아들의 효도를 받고 있구나 싶어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이야기는 별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앞에서는 참으로 감동적인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한 젊은 청년이 온 힘을 다하여 늙으신 아버지의 몸을 닦아드리고 있었습니다. 청년은 35~36살쯤 되어 보이고 그의 아버지는 70~80살쯤 되어 보이는 노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노인은 아마도 노환중이신 것 같습니다. 걸음걸이가 불편하시고 혼자서는 기동하시기가 어려우실 것 같습니다.

연세탓인지 많이 노쇠해 보이고 다리가 마른 장작처럼 깡마르시고 앙상한 뼈만 남았습니다. 어쩌다 넘어져 한 쪽 발목이 부러졌는지 깁스를 하시고 그 깁스한 발은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비닐을 두르고 고무줄로 꽁꽁 묶어 두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이 조심조심 꼼꼼하게 닦습니다. 아랫도리. 뒤. 팔 다리. 가슴. 배. 얼굴. 어머니가 어린 아들을 목욕시켜 주는 듯. 아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닦습니다.

'그래 저 모습이 아마 천사의 모습일거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거야.'
나는 새삼스럽게 내 등을 밀어 주는 내 아들의 손을 꼭 잡아 봅니다. 어느 새 쭈글쭈글 주름이 잡힌 손등, 검버섯이 난 내 손위에 건장한 아들의 손이 겹쳐집니다. 이 게 행복인가 봅니다.

지금 저토록 땀을 흘리며 아버지를 목욕시켜드리는 저 청년의 마음도 아들에게 몸을 다 맡기고 있는 저 아버지도 아마도 행복한 순간일 듯싶습니다.

설날이 다가옵니다. 이번 설날엔 자식이나 부모님 모두 다 행복한 명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효도를 살아계신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께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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