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화폐 사태, 해프닝 가능성 크다

언론, 1600만장 결함처럼 보도... 현재 결함화폐 3장에 불과

등록 2006.03.01 17:09수정 2006.03.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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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5000원권 도안 ⓒ 한국은행

1일 오후 1시 현재 조폐공사는 한국은행으로부터 리콜한 새 오천원권을 재검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체물량 1517만 장을 검사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지 에러화폐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최종 결과는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홀로그램이 미부착된 에러화폐가 발견돼 사상 초유의 리콜사태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만든 사건은 조폐공사가 국회, 재경부 등 유관기관에 제출한 자료와 그동안 보도를 종합해 볼 때 언론의 과장보도가 만들어낸 해프닝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 사건은 한 기자가 홀로그램 없는 오천원권이 경매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보고 2월 13일 국민일보 쿠키뉴스에 홀로그램 에러화폐 내용을 기사화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이를 본 조폐공사와 한국은행이 화폐의 진폐여부를 확인하려는 과정에서 문제가 커졌고 더 이상의 확대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과 조폐공사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게 되었다.

그러나 계속 문제가 커지자 조폐공사에서 한국은행 창고에 있는 육안검사한 오천원권 일부를 재검사한다는 내용으로 '새 오천원 Recall 실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언론이 그 진실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최초 화폐리콜'이라는 사실보도에만 치중하다 보니 국민들은 일반적인 '리콜'의 뜻으로 해석하여 이미 발행된 1억 5000만장의 오천원권에 1600만장의 불량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조폐공사 입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최종 소비자는 아니지만 발주기관인 만큼 고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리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고, 국민들은 일반상거래상의 리콜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 내용도 제품을 회수 폐기하거나, 교환 또는 수리하는 의미와는 다르게 한국은행에 현송된 1600만장을 재검사한다는 것이어서 자기창고에 있는 제품을 재검사하는 것과 같으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리콜'이라고 보기는 힘든 사안이다.

사실 조폐공사에서 제조하는 화폐는 화폐가 아닌 제품에 불과하고 이 제품은 한국은행에서 발행을 위한 행정적 절차를 거쳐 창구를 떠나야 비로소 화폐가 된다. 언론보도 과정에서 사용한 '결함화폐(발행된 에러화폐)' 또는 '불량화폐(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품)'의 용어도 맞지 않고 '화폐'의 용어도 정확히 '은행권'이 맞다.

결과적으로 조폐공사가 선의의 목적으로 사용한 '리콜'이라는 용어가 언론이 진실내용을 검토하지 않고 마치 이미 발행된 모든 화폐가 불량인 것처럼 보도해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었다.

지금까지 조폐공사에서 제공한 자료를 종합해 볼 때 외국에서는 일상적인 은행권 교체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하나의 에피소드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조폐공사 보도자료를 보면 2월 24일까지 발행된 새 오천원권 1억 5000만장 중 3장의 홀로그램 결함화폐가 발견되었고 제조완료된 2억 1000만장 중 최대 40장 정도의 추가 결함화폐가 있을 개연성이 있다.

또 이런 개연성이 가장 높은 한국은행에 입고된 1600만장을 재검사를 위해 회수하지만 실제 시중에 유통되는 에러화폐는 몇 장 안 된다는 것인데 대부분 언론은 1600만장이 모두 불량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도록 보도하였다.

한국은행과 조폐공사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행에 납품한 새 오천원권 총 수량은 2억 1500만장이며 현재 시중에 1억5000만장이 유통되고 있고, 이중 3장의 에러화폐가 발견되었으므로 실제 에러화폐율은 5000만분의 1이 된다.

최악의 상황을 감안하여도 2억 1500만장 중 40장의 결함제품이 나오면 에러화폐 발생률은 1000만 분의 2 정도로, 선진국들이 에러화폐 발생빈도를 평균 100만 분의 2 정도로 추정하는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달까지 발견된 결함화폐는 1억 5천만장 중 불과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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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조폐국 홈페이지에 있는 홀로그램결함 지폐 ⓒ 손종환

세계조폐국장회의체, 인쇄책임자회의체(PRBPC)에 소속된 조폐관련 전문가와 이들 회원국의 중앙은행 간부 등 화폐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조회를 한 결과, 화폐제조의 경제성과 신뢰성을 감안하여도 백 만장 당 단수(10장 미만)로 발생하는 에러화폐는 화폐유통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많았다.

즉 위조지폐는 국가경제의 혼란을 초래하고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등 국가경제에 악영향이 크지만 에러화폐는 희소가치로 인해 발견되는 순간 더 이상 유통되지 않고 수집가에게 소장되기 때문에 경제에 악영향은 없고 오히려 화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위조범으로 하여금 위조심리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 외국의 화폐전문가는 국민들의 위조화폐에 대한 관심도 증대를 위해 의도적 에러화폐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한국의 2005년 5000원권 위조건수가 7337건이고 1만원권이 5404장인데, 위조범들이 1만원권에 비해 5천원권이 위조가 비교적 쉬운 탓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액권에 대한 위폐 인지도가 낮은 점을 이용하는 것으로도 분석할 수 있어 이런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최근 4년간의 한국 에러화폐 발견 건수는 2001년 1장, 2002년 6장, 2003년 0장 2004년 1장으로 보고됐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한국의 에러화폐 발생률이 세계 최저 수준임을 나타낸다고 평했다.

이번에 발생한 새 오천원권 결함 건에 대해 언론이 과장확대 또는 왜곡보도한 주요내용을 보면 "불량홀로그램을 사용", "불량화폐 제조로 13억 낭비", "새 오천원권 불량이 4장 중 1장" 등과 같이 사실과 다르게 보도한 측면이 강하다.

조폐공사가 국회, 재경부, 한국은행 등 유관기관에 제출한 자료를 확인해본 결과 먼저 홀로그램은 유로화, 뉴질랜드화폐 등 여러 선진국이 사용한 것과 같은 품질수준의 홀로그램을 사용하였음이 확인되었다. 다만 플라스틱과 알루미늄막을 원료로 만들어진 홀로그램의 고유 성분상 취약성은 있으나 시각적, 기능적 위조방지효과가 상당히 높아 홀로그램을 채택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리콜비용 면에서는 회수한 1600만장을 모두 폐기하는 것이 아니고 단순 재검사하는 것으로 한국은행으로부터 회수하는 비용과 재포장비, 검사직원의 식사비를 합쳐도 1000만원 이하의 추가비용이 소요되고 순수 재검사 기간은 2∼3일이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홀로그램 에러제품이 최대 40장 정도일 개연성이 있음을 의미하고 적으면 전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언론에 보도된 높은 불량률은 화폐제조 과정상에 발생하는 불량률이며, 에러화폐율로 이어질 가능성은 많이 잡아도 1000만 분의 1 이하라고 한다.

제조과정상의 불량률이 다소 높게 나오는 것은 새로운 시설에 의해 새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안정화가 되면 2%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조폐공사는 보고 있다. 안정화가 되어도 불량판정 기준을 엄격히 적용, 에러화폐 발생가능성을 최소화한다고 밝혔다.

최종결과를 봐야 확실하겠지만 이번 새 은행권 홀로그램결함 사건은 언론이 진실확인 절차도 없이 사실보도에만 치중한 결과가 만들어낸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언론은 다시한번 보도자세에 대한 질타를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손종환 기자는 산업공학과 경영과학을 전공한 공학박사로 대구과학대 겸임교수이며 조폐공사에서 기념주화 분야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손종환 기자는 산업공학과 경영과학을 전공한 공학박사로 대구과학대 겸임교수이며 조폐공사에서 기념주화 분야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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