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댓글 개편 안내문, 하루 10개 덧글은 어떤 의미인가? >박희석
지난 4월 댓글 구조를 전면 개편한 네이버의 사례는 충분히 주목받는 일이다. 우선 무분별하게 노출됐던 댓글 공간이 일부 공개로 바뀌면서 자연적으로 내용이 없거나 무분별한 악플들은 노출 빈도가 저하되었다. 그리고 합리적 의견 교환을 이끌어 내기 위한 댓글 추천제도 결과적으로 작성자 수를 늘이는 현상을 가져왔다. 하지만 일인당 댓글 수를 10개로 제한하는 댓글 총량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민경배 이사장도 “댓글 총량제는 네티즌 전체를 잠재적 악플러로 규정하는 것”이라며 댓글 총량제가 소수 악플러들을 막기보다는 인터넷 공간 자체의 활발한 토론문화를 저해하고 자율성을 침해하는 규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번 댓글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트랙백의 개념이다. 이미 네이버, 야후, 엠파스 등 대부분의 포털에서 시행되고 있는데 트랙백은 기존 댓글 구조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댓글은 해당 게시물 밑에만 남겨지지만 트랙백은 해당 게시물과 자신의 블로그 및 홈페이지가 연동되어 원격적으로 댓글을 남길 수 있다.
이런 트랙백의 가장 큰 효과는 분산의 효과다. 기존 댓글은 긴 글을 작성하기에 적합하지 않았고 태그 사용이 제한되어 텍스트 위주로만 이뤄져 시각적 효과가 부족했다. 또 자신의 댓글에 대한 추후 반응을 얻기 어려웠던 측면도 있다. 하지만 트랙백으로 자신이 쓴 글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기존 포털에서 계속 제기돼왔던 ‘포털의 폐쇄성과 독점화’에 대한 해결도 이뤄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개념이다.
이에 대해 민경배 이사장도 “자기 집에 침을 뱉거나 욕설을 써 놓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트랙백을 통해 건전하고 합리적인 토론 공간이 상당부분 갖춰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그리고 이런 트랙백은 최근 싸이월드나 블로그 등 인터넷 매체의 개인화 경향과 맞물려 앞으로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네거티브 no! 포지티브 yes!
처벌 위주와 윤리의식 고취를 통한 해결책은 한계점을 지닐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2002년 발의된‘음란물에 대한 청소년 보호 정책’도 법안이 발효되었을 때는 대부분 서버가 해외로 옮겨지거나 모바일로 옮겨져 별다른 실효성을 내지 못한 전례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익명성에 대한 실명제 도입이라는 이분법적 발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은 결코 인터넷의 비대면적 속성을 해소할 수 없는 해결책이다. 익명성을 이유로 억압된 개인의 생각을 드러낼 수는 있지만 네티즌들의 이런 행동은 반드시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 위에서 파생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는 정책 입안자들 보다 “몇 개월간의 제도 실험 결과 악플을 없애는 것은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보상과 불이익을 적절히 병행하는 것이 최선임을 확인했다"는 모 포털 뉴스 관리자의 발언이 오히려 댓글 문제의 현실적 해결 방안을 드러내 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구조적으로 악플을 만들어 내는 공간에 대한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고 네티즌들의 의식을 개선하기 위한 당근과 채찍의 대안도 절절하게 병행되어 비방보다는 격려가 있는 ‘착플’에 대한 가능성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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