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예술, 작가와 시민의 경계를 허물다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등록 2006.08.29 18:13수정 2006.08.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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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민

매주 토요일 낮 홍대 앞 놀이터는 분주하다. 개성 강한 젊은이들에서부터 아이들 손을 붙잡고 오는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이곳에 무슨 일이 있을까? 바로 토요일은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이 열리는 날이다.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주최 일상예술창작센터)은 다양한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공연과 생활창작워크샵이 이뤄지는 예술시장이자 대안문화공간이다. 프리마켓 작가들은 '생활창작아티스트'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작품을 전시 공간이나 창고에 그냥 두지 않고 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직접 선보이고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한다. 이들의 작품 대부분은 일상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프리마켓 작가들은 전업으로 하는 이도 많지만 직장인, 주부, 학생 등 다른 일을 하면서 활동하는 작가들도 꽤 있다. 대구와 같은 타 지역에서 토요일 하루 프리마켓을 위해 홍대로 오는 작가들도 꽤 있는데 이들은 홍대 앞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아서, 파는 것보다도 시민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게 즐거워서 온다고 웃으며 이야기한다.

워크샵팀장 신문자씨는 프리마켓 '생활창작워크샵'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생활 속에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시민들이 직접 체험해보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또 "사람들이 만드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데, 자기 손으로 자기가 느낀 것을 표현한다는 게 참 좋은 것 같다"며 "프리마켓에 와서 구석구석 돌아보며 재미있게 놀다가셨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거다"라고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프리마켓이 열린 지는 올해로 5년째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때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밤 시간대 홍대로 유입되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바꿔 낮에 시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활동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제는 홍대 앞의 주말 낮 시간대를 대표하는 일상적인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이자 젊은 작가들에게 활동기반을 제공해 창작활동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또한 이곳은 외국인에게도 색다른 볼거리와 문화체험으로 인기가 높다.

프리마켓은 토요일 열리는 시장 외에도 곳곳의 문화 축제에서 각광받으며 올해는 춘천 마임축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프린지 페스티벌, 와우 북 페스티벌 등 참신하고 내실 있는 축제의 부대 행사로 참여하기도 한다. 프리마켓이 있는 곳에는 문화와 생기가 있고, 모두가 주인이다. 주최측인 프리마켓 사무국 활동가들과 다양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 공연자들,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진다.

끝으로 프리마켓 사무국장 최현정씨는 "시민들이 작품의 의미나 작가들의 이야기, 만드는 과정을 봐줬으면 좋겠다"며 "명품은 잘 사면서도 막상 작가들의 작품은 비싸다고 하는데, 물건이 아니라 작품으로, 문화 자체로 봐주고 그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a 프리마켓에서 열린 공연.

프리마켓에서 열린 공연. ⓒ 김정민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24시

AM 9시: 클럽데이, 사운드 데이를 비롯해 시끌벅적한 금요일 밤이 지나간 홍대 앞 놀이터는 그야말로 쓰레기천지다. 프리마켓 사무국 식구들이 주말 이른 아침부터 빗자루질에 분리수거까지 청소를 완료하면 이제 오늘 장이 열릴 놀이터의 말간 얼굴이 나온다.


AM 11시: 사무국식구들이 오늘 시장운영이나 공연, 워크샵 활동 등 마켓 운영에 대해 회의를 하는 시간. 최종 점검을 한다.

AM 12시: 리플렛, 탁자와 의자, 공연을 위한 엠프와 마이크 등을 놀이터로 실어 나르고 셋팅을 마친다.

PM 1시: 놀이터 개장준비 완료. 이제 작가들의 참여 신청이 시작되고 마켓이 본격적으로 열린다. 다양한 작가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하며 시민들과 소통하고, 프리마켓 식구들은 홍보와 청소, 시장운영, 작가 인터뷰 등의 일련의 활동을 시작한다.

PM 3~6시: 놀이터 뒤편 야외벤치에서는 인디밴드들의 자유로운 공연이 시작되고 시민들과 함께 하며 어우러진다. 또 놀이터 앞쪽에서는 생활창작워크샵이 진행되는데, 프리마켓의 작가와 활동가들이 도우미가 되어 시민들 누구나가 작가가 되어 일상에서 쉽게 만들어 볼 수 있는 천연화장품이나 부채 만들기, 천연 염색, 티셔츠 꾸미기 등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어 보는 시간이다.

PM 7시: 마켓을 닫는 시간. 놀이터 정리와 청소를 마치고, 사무국으로 돌아와 그 날 있었던 일들을 논의하고 개선점을 생각해 보며 사무국 활동가들의 하루는 저물어간다. 이후 사무국원들의 아지트격인 라이브 클럽 ‘빵’에서 인디밴드들의 음악과 시원한 맥주 한 잔 속에 그날의 피로를 씻으며 다시금 의지를 다진다.

덧붙이는 글 | 디지탈뉴스 문화섹션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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