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가 잘 어우러진 만두처럼

[서평] 허영만의 <식객>

등록 2006.09.18 09:12수정 2006.09.1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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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맛깔스러운 음식들과 평범한 우리의 삶이 잘 어우러져 있었던 식객 13권. 이번 책에서는 '만두처럼'이라는 부제로 대표되는 어우러짐의 미학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첫번째 이야기인 '소 내장에 대하여'에서는 더럽고 냄새나는 소 내장을 잘 손질하는 방법에서부터 맛있게 즐기는 법까지 자세하게 나와있었다. 만화에 들어가기에 앞서 각 부위의 사진을 실어놓아 어떻게 생긴 부위인지에 대해서 좀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두번째 이야기인 '궁중떡볶이'에서는 아내와 자식을 멀리 타국으로 보내고 홀로 외로이 살아가는 기러기 아빠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방학을 맞아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궁중떡볶이를 해주려는 아빠의 모습, 그 쓸쓸함과 외로움이 느껴져 안타까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세번째 이야기인 '겨울 피라미'에서는 아들의 효심을 시험해보려는 아버지의 시험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책 앞에서 피라미 회를 뜨는 법에 대한 사진을 실어놓았는데 별다른 도구없이 손 하나로 회를 뜰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만 느껴졌다.

네번째 이야기인 '식혜'에서는 슬럼프에 빠진 유명한 작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후 취재일기에서 허영만 화백이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소재로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밝히는데 그가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준 그 독자가 누군지 몰라도 고맙게만 느껴졌다.

마지막 이야기인 '만두'에서는 잠시 거리가 멀어진 성찬과 진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일반적인 돼지고기로 만든 만두가 아닌 꿩고기로 만든 만두는 과연 어떤 맛일까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기존의 책에서는 진수와 성찬의 연애담도 꽤 많은 분량을 차지했지만 이번 책에서는 5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진수가 등장하는 것은 달랑 하나. 짧은 에피소드에 등장했을 뿐이지만 다른 때보다 둘의 관계가 더욱 진지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각각의 사람들의 삶과 어우러진 이야기들. 그들의 이야기들이 잘 빚어진 만두의 조화로움처럼 다가왔다.


늘 식객을 보면서 음식에 대한, 혹은 식재료에 대한 상식을 얻곤 하는데 이번 책에서는 식혜와 식해, 감주의 차이에 대해서 배울 수 있어서 의미 깊었다. 단순히 지역적인 방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다 다른 것이더라. 식혜는 쌀밥에 엿기름가루를 우린 물을 부어 삭힌 것에 생강, 설탕을 넣고 끓여 식힌 다음, 건져둔 밥알을 띄운 음료이고, 식해(예를 들어 가자미식해)는 생선을 토막 친 다음 소금, 곡류, 고춧가루, 무 등을 넣고 버무려 삭힌 것이다.

감주와 식혜는 밥알이 뜨고 안 뜨고에 따라 구별할 수 있는데 밥알이 뜨면 식혜, 가라앉으면 감주라고. 이 외에도 소 내장의 부위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알찬 내용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영만 식객 Ⅱ 전3권 완간세트

허영만 지음,
시루,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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