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경험한 아르바이트, 그 권리는?

비정규직은 내 운명!...대학생 아르바이트

등록 2006.11.19 14:47수정 2006.11.2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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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의 한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의 일이다. 4층 크기의 대형 매장임에도 아르바이트생은 한명 뿐이라, 직원들은 돌아가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지만, 나는 그 큰 매장을 혼자서 오르락 내리락 하느라 전혀 쉴틈이 없었다.

몸이 아파서 결근을 해야겠다고 연락을 하면 아르바이트가 한 명 뿐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막무가내였다. 오후 5시부터 마감시간까지 일을 함에도 저녁도 제공되지 않았고, 별도의 식대도 지급하지 않았다.

손님이 뜸한 날은 30분 정도 일찍 퇴근시키고 그 만큼 시급을 지급하지 않더니, 손님이 많은 날은 막차시간이 지난 뒤에 퇴근시켜주고도 초과수당은커녕, 집에 돌아가는 택시비도 주지 않았다. 그런 곳이니 복리후생은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얼음제조기가 있는 좁은, 심지어 문짝까지 떨어져나간 공간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물을 마시는 것조차 손님들한테 보이면 안 된다고 해서 그 공간에서 급박하게 마실 수밖에 없었다.

비교적 지명도도 있고 아르바이트 관리가 철저한 계열사로 알려져 있어서 그러한 횡포는 없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너무 깐깐하고 불합리한 대우 때문에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만약 직원들도 똑같이 힘들고 바빴다면 그러려니 하고 참을 수도 있었겠지만, 직원들과 너무 대우가 달랐기에 힘이 들었다.'(대학생 k씨의 이야기)


알바생 권리를 찾자!

'알바권리찾기'는 대학생의 실태를 설문조사하고 알바생의 권리를 담은 유인물을 나눠주었다.
'알바권리찾기'는 대학생의 실태를 설문조사하고 알바생의 권리를 담은 유인물을 나눠주었다.윤효정
11월 11일, 예쁘게 포장된 빼빼로 상자들이 가득한 신촌역 한편에서는 아르바이트(이하 알바)생의 권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었다.


비정규노동센터의 포럼 '비정규노동자를 만나는 가을'에서 실천 프로젝트의 하나로 구성된 '대학생권리찾기'는 이날 알바를 하는 청소년이나 대학생의 실태를 설문조사하고 알바생의 권리를 담은 유인물을 나눠주었다.

김태훈(서강대 종교 01) 씨는 "방학 때마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알바를 하는데 불만이 있어도 일하는 동안은 참아야했고 그런 경험을 계기로 모임에 참가하게 되었다"면서 "위계질서 하에서 제일 아래 층이고 나이도 어리기 때문에 인격적 모욕을 당하거나, 야근 수당도 제대로 챙겨받지 못한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어떻게 대응했냐는 질문에 "당연한 권리인데도 억지로 싸우고 우겨서 받아낸 적도 있고 그냥 포기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훈씨의 이야기와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생들이 알바를 하는데 있어서 근로조건이 법적으로 보장된 규정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알바는 법적으로 1주간 소정 근로시간이 사업장의 통상근로자의 그것보다 짦은 '단시간 근로자'에 속한다.

인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알바는 근로시간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1주간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기 근로자'의 경우 유급 휴일이나 퇴직금규정과 같은 일부 규정이 적용되지 않을 뿐이다.

알바 계약시 눈여겨봐야 할 사항에 대해 묻자 민주노무법인 황규수 노무사는 "업무의 내용이 정확히 뭔지 확인하고, 근무시간 및 임금의 액수를 정확히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알바의 경우 구두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은데 분쟁 발생을 대비하여 계약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기본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이며 100인 이상 사업장은 주 40시간, 100인 이하 사업장은 주 44시간을 원칙으로 한다.

연장근로를 할 때엔 일한 시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수첩에라도 표시하는 것이 좋다. 통상적으로 업무에 소유되는 시간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도 연장근로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임금의 경우 기록으로 남을 수 있도록 가급적 현금보다는 통장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급여명세서를 받는 것도 방법이다.

어떻게 구제받을까?

피해를 입었을 때에는 노동부(해당 지역의 노동사무소)에서 진정 또는 고소라는 구제절차를 밟으면 된다. 예를 들어 체불된 임금을 받게 해달라는 진정서를 작성하면 노동부에서 진술을 확인하기 위해 근로자와 사업주에게 출석을 요구한다.

이때 임금체불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가져가면 감독관이 위법사실을 판단하여 지급명령을 하는 등 중계 역할을 한다. 진정에 걸리는 시간은 두어달 정도다. 고소는 사업주를 처벌하려는 의사가 좀더 강하고, 고소를 취하할 경우 재고소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빼면 진정과 비슷하다.

부당한 사유로 해고나 징계를 당했을 때에는 노동위원회를 이용할 수도 있다. 노동위원회는 일종의 재판소 같은 곳으로 이곳에 구제 신청서를 보내면 회사측에 해고나 징계 이유를 담은 답변서를 달라고 하고 근로자는 이에 다시 의견을 보내는 등 서로 서면 교환을 한다.

그 후 심문회의가 열리면 쟁점 사항을 정리하고 판정해 한 달 이내에 통보한다. 이에 불복하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취재과정에서 기자는 두 번 놀랐다. 인턴이나 알바로 인한 여러 피해사례를 접하면서 한 번 놀랐고, 그럼에도 근로자로서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대학생 사회에 거의 없음에 또 한번 놀랐다.

그것이 사회에 나가기 전 노동법을 들여다볼 기회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상아탑 속의 대학수업 탓인지, 아니면 대학생들의 무관심 탓인지, 근시안적인 대책만 내놓는 정부의 탓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비정규직에 대한 대학생 내부에 문제의식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절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의 선배, 후배, 친구의 이야기이며 당신이 한번쯤 겪을 수도 있는 일이다 .

덧붙이는 글 | * 민주노무법인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부설기관으로 사회에서 약자의 위치에 놓이기 쉬운 비정규 근로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 활동하는 노무사모임이다. 노동운동에 대한 연구사업 및 개별 사건 구제를 통해서 노동자들의 권익보호에 나서고 있다. 사용자가 아닌 노동자 사건만 대리하고 있다.
(홈페이지 http://www.workingvoice.com, 전화 02-312-7488)
----------
연세대학교 자치언론 『연세通』20호에 실린 기사를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민주노무법인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부설기관으로 사회에서 약자의 위치에 놓이기 쉬운 비정규 근로자의 권리 구제를 위해 활동하는 노무사모임이다. 노동운동에 대한 연구사업 및 개별 사건 구제를 통해서 노동자들의 권익보호에 나서고 있다. 사용자가 아닌 노동자 사건만 대리하고 있다.
(홈페이지 http://www.workingvoice.com, 전화 02-312-7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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