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개장인가 공원전환인가, 결론은?

시민법정 배심원 평의결과 2/3 넘지 않아 어느 쪽도 승소 못해

등록 2006.11.27 09:56수정 2006.11.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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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지골프장 분쟁사건에 대한 시민법정의 배심원 평결은 골프장 개장 6명, 공원 전환 5명으로 나뉘어 결국 어느 쪽도 승소하지 못했다.

11월 23일, 서울YMCA 2층 강당에서 오후 2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YMCA시민법정'은 수년간 대중골프장 정식개장과 생태공원으로의 전환주장이 충돌해 온 난지골프장 분쟁 사건을 놓고, 시민법정의 취지와 재판 구도에 대한 재판장의 발언으로 시작되어 양측 변호인의 구술변론과 증인신문, 배심원 평의와 평결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본 재판정에는 재판부를 포함해 이해당사자와 일반시민 300여명이 참관했다. 시민법정 시작 전에 참관인석이 모두 꽉 차 개정과 함께 입장이 금지되어 100여명의 시민들이 아쉬움 속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 법정은 오마이TV로 생중계돼 많은 네티즌이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시민법정에서 다룬 사건은 2000년 서울시의 밀레니엄 공원 계획 일환으로 추진되어 2004년 공사가 완료되었으나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환경단체와의 갈등 ▲골프장 관리·운영권을 두고 다툰 체육진흥공단과의 법적공방 ▲골프장 백지화와 공원전환을 골자로 한 오세훈 시장의 공약 등의 혼재로 현재 만 2년째, 정식개장을 못하고 있는 난지골프장의 용도를 둘러싼 공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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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YMCA 시민법정 현황 ⓒ 김희경

이날 시민법정에서는 '난지골프장 정식개장'을 주장하는 '박골프씨'(대리인 김대일, 김영모 변호사)와 '생태공원 전환'을 주장하는 '오공원씨'(대리인 문윤수, 이한무 변호사)가 맞섰으며 한기찬 변호사가 재판장을 맡아 법정을 이끌었다. 양측은 모든 변론을 구술과 영상자료로 함으로써 배심원의 이해를 도왔고 재판은 양측 청구취지, 변론 및 반론, 증인신문, 최후변론의 순서로 진행됐다.

박골프측의 주장은 ▲난지골프장이 건설된 부지가 당초 산업폐기물이 묻혀있는 지역으로서 지반침하가 심해 대중골프장 이외 다른 시설물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점 ▲산을 깎은 것이 아니라 쓰레기 매립지를 복원했으므로 환경파괴가 없다는 점 ▲이미 완공된 골프장을 백지화 하는 것은 지반안정화가 필요한 20년 동안 310여억원이 필요하므로 시민부담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반면 오공원측은 ▲본 부지가 골프장 건설이전 이미 자연적으로 생태공원이 형성되고 있었다는 점 ▲9홀의 골프장 설치는 6홀로 제한하고 있는 도시공원법을 편법, 탈법적으로 피해갔다는 점 ▲시민들의 공원 이용권리가 극히 제한되므로 생태공원 전환 후 사회적 편익이 크다는 점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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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배심원 선서장면 ⓒ 김희경

이에 대한 박골프측의 반론은 ▲골프장 건설 이전 본 부지의 메탄가스, 악취, 침출수 등이 여전해 자연 생태계가 복원되었다고 할 수 없다는 점 ▲환경영향평가는 부지면적상 해당되지 않았고, 환경성 평가는 있었다는 점 ▲도시공원계획 상 적용대상이 아니므로 법률적 문제가 없다는 점 ▲다른 생태공원 이용자를 볼 때 이 부지를 생태공원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이용객이 그리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오공원측은 이에 대해 ▲노을공원 상단부지의 불안전성으로 골프장 이용자체도 위험하다는 점 ▲자연생태공원의 전환을 통해 시민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 ▲당초 잘못된 계획수립을 지금이라도 바꿔야 한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이날 양측의 증인으로는 이승무 교수(연대환경공학/박골프측 증인), 이경재 교수(서울시립대조경학/오공원측 증인)가 출석해 양측의 팽팽한 주장의 근거를 제시했다.

배심원의 평의는 양측의 최후변론 이후 재판정과 독립된 별도의 공간에서 이뤄졌다. 11인의 배심원들은 10월말부터 11월초까지 YMCA의 공개모집에 응모한 103명의 신청자(교육수료자 64명)에서 선정된 17명의 예비배심원 중 재판 당일 양측 변호인들의 면접에 의해 최종 선정된 시민들이다. 배심원은 성별과 나이, 직업, 가구소득 등 인구학적 특성을 감안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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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골프측 변호사가 증인신문을 하고있다 ⓒ 김희경

배심원의 평의 원칙은 진행자의 개입, 유도를 금하고 모두가 발언기회와 시간을 보장받으며 재판에서의 주장과 근거만을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 또 최종 평결은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하되, 만장일치가 되지 않을 경우 무기명 비밀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평결의 원칙은 만장일치면 바로 평결하고 2/3이상, 7명 이상이 지지하면 승소로 평결, 6:5일 경우 승소여부를 가릴 수 없는 것으로 했다. 이 원칙에 근거해 40여분간 배심원의 토론을 거친 결과 2번의 비밀투표 모두 6:5로, 결국 이날 배심원의 평결은 '어느 쪽도 승소하지 못한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재판장은 이날의 주문, 판결에서 본 배심원들의 평결은 이 사건의 첨예한 갈등 현장을 대변하는 것이며 향후 당국자들의 정책결정에 이 평결 결과가 반영되어 본 분쟁을 속히 마무리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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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배심원 평의장면 ⓒ 김희경

양측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 앞서 3개월간 변론준비를 해왔으며 서울지역 법대생들로 구성된 자원활동가 '소송지기' 10명이 소송 준비와 진행을 도왔다. 시민법정 준비위원회(위원장 성민섭 변호사)와 사무국이 주관하는 가운데 재판 열흘 전, 양측의 소장과 주장, 증인신문사항 등을 교환하는 '증거개시'를 해, 상호 증거를 알고 반박논거를 준비하도록 했다.

갈등현안의 당사자들이 직접 협상과 대화를 통해 푸는 것이 바람직하나 그것이 불가능한 본 사건에 대해 시민법정에서는 제3자인 시민들이 일종의 조정자로서 사건을 공론화하고 결론을 도출하고자 했다.

이 시민법정은 많은 자원변호사와 자원활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 이해당사자들의 협력, 시민들의 지지와 존중을 통해 치러졌다. 서울YMCA는 본 시민법정의 평결내용을 정책결정자인 서울특별시에 권고할 예정이다. 또 우리사회 지난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계속 발굴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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