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하는 죄인, 수영 강습료 불이익은 당연?

수영장 이용에 어려움 있어도 사회적 배려 이뤄지지 않아

등록 2006.12.12 15:38수정 2006.12.1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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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푸른빛의 수영장 전경. 그러나 월경을 대하는 수영장 측의 태도는 시원하지만은 않다.(해당사진 촬영지는 본문내용과 직접 연관 없음)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푸른빛의 수영장 전경. 그러나 월경을 대하는 수영장 측의 태도는 시원하지만은 않다.(해당사진 촬영지는 본문내용과 직접 연관 없음)유대근
한 달 치 강습료를 지불하고 수영장에 다니던 직장인 송아무개(여, 29세)씨는 며칠 전 불쾌한 일을 겪었다. 수영 강습에 참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월경이 시작되었고 그로 인해 강습을 일주일간 받을 수 없어 수영장 측에 연기를 요구했지만 "안된다"는 답변을 들은 것이었다.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출석하지 못할 경우 구제책이 없다는 것이 수영장 측의 설명이었다. 가임기 여성 대부분이 겪는 월경을 ‘개인적 사정’으로 취급하는 수영장의 태도에 화가 났지만, 현행법에는 어떤 구제책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8일 희망제작소(이사장 김창국) 사회창안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 성인 여성의 사연이다. 여성 월경을 개인의 일로만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젊은 여성들이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리는 것을 감안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이와 비슷한 불합리함을 느꼈을 법하다.

“저 생리 때문에...”, “안 돼요!”

@BRI@실제로 수도권 내 6개 수영장에 전화를 걸어 문의한 결과, 월경 중 여성을 배려해주는 약관을 가진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수영장 이용약관에 따라 진단서를 첨부할 수 있는 질병 혹은 입증 가능한 장기 출장 등의 사유를 제외하고는 연기해 줄 수 없다는 것이 모든 수영장들의 일관된 설명이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수영장 관계자는 “강습 중 월경이 시작된 여성 회원들은 그 기간 동안 알아서 나오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고 설명하며, “삽입형 생리대를 착용하면 충분히 수영 강습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확인 결과 삽입형 생리대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여성 수영 강사들 또한 월경 중에는 일반적으로 입수지도를 하지 않는 것이 밝혀졌다. 월경 중 여성을 배려해 줄 필요가 없다는 수영장 측 논리의 허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 보호원(이하 소보원)측은 “월경에 따른 강습 불참은 개인적 귀책”이라고 말하며 “현행 소비자 보호법에 의거, 위약금 10%와 해지기간까지의 이용료를 제외한 차액을 환불 받을 수 있는 것이 구제책의 전부”라고 밝혔다. 실제로 소비자 보호법과 소비자 피해 보상 규정 등 관련법 내용을 다 뒤져보아도 스포츠 시설을 이용하는 월경 중 여성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조항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여성 가족부의 한 관계자는 “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는 있지만 우리 부에서 처리할 만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해결을 돕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여성의 권익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여성가족부의 해명으로는 적절치 않게 들렸다.


여성들 “강습비가 아깝긴 하지만...”

지난 9월 펼쳐진 제 8 회 월경 페스티벌 행사 장면. 최근 월경을 ‘자연스러운 차이’로 바라보려는 움직임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9월 펼쳐진 제 8 회 월경 페스티벌 행사 장면. 최근 월경을 ‘자연스러운 차이’로 바라보려는 움직임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여성문화기획 불턱
소보원측은 “이러한 내용의 피해 신고는 아직까지 한 건도 접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여성 다수가 겪고 있다는 월경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3개월째 수영 강습을 받고 있다는 유아무개(여,35세)씨는 “월경기간 중 강습에 나가지 못해 강습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모두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혼자 뭐라 불평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일상화된 차별에 따른 ‘불평등 불감증’. 우리사회의 또 다른 그늘이었다.

학교에서의 ‘월경 공결제’ 확산 운동을 주도해온 박덕준 전교조 여성위원장은 “월경으로 인한 강습 불참을 개인적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하며 “월경을 생리적 차이로 인정하고 배려해줄 수 있는 사회적 체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희망제작소는 여성의 생리적 차이를 배려하는 내용이 담긴 표준약관 제정과 소비자 보호법 개정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안진걸 팀장은 “아이디어 현실화의 첫걸음으로 오는 20일 작은 포럼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유대근 기자는 희망제작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유대근 기자는 희망제작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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