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 중 수영장 이용 할인하라' 88.2%

희망제작소 '와글와글' 포럼서 여론조사 발표

등록 2006.12.21 18:27수정 2006.12.2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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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아이디어, 날개를 달다.'

희망제작소(상임이사 박원순)는 지난 24일 종로구 수송동 사무실에서 제2회 '사회창안 와글와글 포럼'을 개최했다. '수영장 이용 기간 중 월경이 시작될 경우, 운동을 계속 할 수도 없고, 적정 금액의 할인이나 연기 등의 방법을 통해 보호를 받을 수도 없는 부당한 현실을 개선해 보자'는 취지로 제안된 한 시민의 아이디어를 '숙성'시키는 자리였다. 각계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시민 패널 등이 모여 두 시간 가량 '와글와글' 목소리를 더해가는 동안 '씨앗 아이디어'는 점차 구체적인 싹을 틔어갔다.

a 제 2회 사회창안 와글와글 포럼이 12월 20일 열렸다. 포럼 펼침막이 인상적이다.

제 2회 사회창안 와글와글 포럼이 12월 20일 열렸다. 포럼 펼침막이 인상적이다. ⓒ 이현수

설문 응답자 88.2% "월경 중 여성 배려 제도 도입은 타당"

아이디어의 최초 제안자인 아이디 '폴' (29세, 여) 씨가 제안 취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 포럼은 희망제작소 김이혜연 연구원이 해당 아이디어에 대한 심층 조사 내용을 공개하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특히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진행된 두 차례의 여론 조사 결과가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도 '월경 중인 여성 이용자에게 약간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입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트닷컴 사이버 폴 결과)과 전화 (리서치 플러스 조사결과, 박스기사 참조) 조사 응답자의 83.2%, 62.6%가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 눈에 띄었다.

희망제작소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월경 중인 여성회원에게 3-5일 정도의 추가 이용 기간의 제공 또는 이용 쿠폰의 발급', '할인 요금 제공' 등을 명시하는 조항을 현행 표준 약관에 신설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에 요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BRI@이에 대해 녹색 소비자 연대의 김진희 상담실장은 "이 문제는 소비자 문제이면서, 여성문제로 배려받기 보다는 차이에 따른 권리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면서도, "표준 약관에 새로운 항목을 신설하는 것은 그 절차가 매우 복잡한 데다 표준 약관 자체가 강제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그보다는 월경 중 여성의 고통을 이해한 일부 국, 공립 체육 시설들이 소비자와 맺는 개별 규정을 자발적으로 바꿔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면, 시장 원리에 의해 다른 사설 수영장들도 이를 받아드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함께 참석한 권정순 변호사(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마냥 시장원리에만 문제를 맡겨놓을 경우, 수영장 업체들 간의 담합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월경 중 여성 배려 조항을 도입한 일부 수영장에만 이용객이 몰려 이용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 그녀는 "귀책이란 계약 주체의 고의과실로 발생하는 것을 말하는 데, 이런 측면에서 월경으로 인한 강습 불참을 소비자 귀책사유로 해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현행 소비자보호법의 개정 및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서 모든 수영장에서 여성들이 떳떳하게 월경기간만큼을 더 이용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권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에서도,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실질적인 평등이라고 판시했다"며 "어쩔 수 없이 이용하지 못하는 조건에 있는 가임기 여성들에게 어서 실질적 평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초중고교의 '월경 공결제' 도입을 추진해온 박덕준 전교조 여성위원장도 "논란은 많았지만, 결국 월경 공결제가 시행되고 있다"며 "수영장 등 스포츠 시설에서도 여성이 이용할 수 없는 불가피한 조건인 상태를 존중해 당연히 기간을 연장해주어야 한다"고 적극 공감을 표시했다. 또 그녀는 "제도의 도입과 함께 관련자, 이해당자들의 '월경'에 대한 의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며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여성의 월경에 대한 이해가 너무 천박한 수준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대학에서 여성학을 강의하고 있는 허은주씨는 "이 문제를 '모성보호' 의 취지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이용자가 느끼는 불편함-부당함을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실제로 수영장을 이용하고 있는 여성들이 나서서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이야기 해보고, 또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밟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a 포럼에 참석한 패널들이 자유로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포럼에 참석한 패널들이 자유로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이현수

수영장 관계자 "불편함, 공감은 되지만…"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한 후 포럼 후반부에 입을 연 한국 수영장 운영자 협회 홍인표 사무국장은 '월경 중 여성 이용객 배려'라는 사안의 당위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배려 제도의 전면적인 도입은 받아드리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국가 기관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는 국,공립 체육 시설의 난립으로 사설 수영장 업자들은 경영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며 "월경 중 여성 고객에 대한 배려를 공식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말만 잘하면 무료 사용 쿠폰을 제공하는 등 충분한 배려책을 마련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문화관광부에서 법을 개정해 여성의 월경기간만큼의 사용 기간을 연장해주어야 한다면 우리도 따르게 될 것"이라면서도, "월경 중인 여성 고객에게 가격 상 할인 혜택이나 기간 연장 조치를 제공하면 수영장 이용 가격의 동반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포럼의 사회를 맡았던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의 안진걸 팀장은 "뭔가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모인 자리라기보다는 각기 다른 이해 관계를 가진 전문가, 당사자들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마련한 모임이었고 그런 측면에서 훌륭한 포럼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참석자들이 각기 입장은 달랐지만, 모두 수영장 이용 기간 중 월경이 시작된 여성 고객이 겪는 고충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었고, 이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밝히며 "이후 희망제작소는 관련 법규나 약관 개정을 추진해 나가는 동시에 개별 수영장 업체가 소비자의 불편을 고려, 자발적으로 약관을 고쳐나갈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경 중 체육시설이용에 대한 시민 여론 조사 결과

◇ 포털사이트 네이트닷컴 사이버폴 결과 (총 7570명 설문 참여)

-여성 수영장 이용요금을 조금 할인해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찬성 88.22% (6678표) △ 반대 11.39% (862표) △ 잘 모르겠다 0.40% (30표)

◇ 희망제작소/리서치 플러스 공동 설문 조사 결과
-12월7일 ~ 12월 8일 전국 성인 남녀 500명 전화조사, 95% 신뢰수준에 오차 ±4.4%

1. 정기권을 끊어 체육관련 시설을 이용해본 경험은?
△ 있다 40% △ 없다 60%

2. 월경 때문에 등록한 체육시설에 가지 못하는 월 평균 일수는?
(체육 관련 시설 이용자중 55세까지의 여성을 대상으로 질문)
△ 월경을 하지 않는다 5.2% △ 1~2일 12.3% △ 3~4일 21%
△ 5~6일 20.7% △ 7일 이상 40.3% △ 잘모르겠다 0.6%

3. 월경 때문에 월 평균 3일~7일 간 체육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여성에 대한 가격 정책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는가?
△ 남녀간 신체적 차이이고 개인차가 있으므로 어쩔 수 없다 32.5%
△ 3일이나 7일 정도 이용할 수 없는 날만큼 돈을 할인해 줘야 한다 62.6%
△ 잘 모르겠다. 4.9% / 유대근

덧붙이는 글 | 이번 사회창안 와글와글 포럼은 지난 11월의 '유통기한 표기 시 문제점 및 개선 방안'에 대한 포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것입니다. 사회창안센터는 앞으로도, 매달 1-2회 꼴로 와글와글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며, 누구라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포럼 문의 : 3210-3378/안진걸 팀장

덧붙이는 글 이번 사회창안 와글와글 포럼은 지난 11월의 '유통기한 표기 시 문제점 및 개선 방안'에 대한 포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것입니다. 사회창안센터는 앞으로도, 매달 1-2회 꼴로 와글와글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며, 누구라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포럼 문의 : 3210-3378/안진걸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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