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9일 오전 11시30분 대국민특별담화를 통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헌법개정 논의를 제안하면서 추후 이 같은 방향으로의 개헌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의 연임제 개헌 제안에 대해 어제(10일) 한나라당은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말았다. 그러나 과연 그럴 일인가?
지난 수년간 학계에서는 대통령 단임제의 폐단에 대한 지적과 함께 87년 헌법의 부족함을 보완하는 개헌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심지어 국회에서도 여야 없이 헌법 개정을 검토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표출되어 오기도 했다.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는 바이지만 우리 국민들도 원론적으로는 찬성, 그러나 노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에는 반대 입장으로 다수의 의견이 집약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반대하는 한나라당이나 국민들에게 묻고 싶다. 연임제 개헌이 노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은 너무 소아적인 발상이 아닌가?
연임제 개헌, 대선 승부에 영향 없다
대선구도를 흔들려는 음모가 있다는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일 뿐이다. 연임제에 국한된 원포인트 개헌에 합의한다면 아무런 논란의 확산없이 2월 국회에서라도 개헌안 처리를 할 수 있다. 그 개헌이 대선 승부에 영향을 미칠 소지는 전혀 없다. 연관 관계가 전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칼자루는 한나라당이 쥐고 있다. 개헌이 되고 안 되고는 한나라당 결심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막말로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터전이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아무리 미운 노무현이라도 그 제안이 나라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면 여야의 당파적 정략을 떠나, 친노 반노를 떠나 찬성해야 한다.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차기 대통령이 추진할 일이라는 주장은 현실을 무시하는 책임 미루기일 뿐이다. 이 문제가 여야 없이 지난 대선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 된 이유는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합리적 사고의 보편화 때문이고 임기 초중반에 실행하지 않은 이유는 극히 현실적인 고려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이 집권하면 자신의 핵심 추진 과제들을 빨리 실행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힌다. 단임제 대통령의 초반 2~3년은 그 과제들을 실현하기에도 빠듯하게 금방 지나가고 바로 레임덕의 수렁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자신의 업적에 욕심을 부릴 대통령이라면 다른 할 일들도 산적해 있는데 괜한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국정과제 추진의 동력을 분산시킬 개헌이라는 난제를 그 중차대한 시기에 벌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임기 말의 추진은 어차피 지금과 같은 반발이 똑같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어렵다. 결국 다음 대통령이 할 일이라는 주장은 연임제 개헌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대통령이 말한 개헌 추진의 사유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일치에는 그다지 찬성하지 않는다. 그것이 꼭 지고지선한 제도라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회의원 선거를 대통령의 임기 중반에 배치하여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선거로 가져가는 것이 더 민주적인 제도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를 동시 실시한다든지 해서 너무 잦은 선거로 인한 국력 낭비와 정치적 비효율은 제거해야만 할 것이다. 이 논의까지 가게 되면 너무 복잡한 문제가 되므로 올해 국면에서는 대통령 연임제만 말하는 것이 좋겠다.
단임제로 장기집권 방지했지만 책임정치 원칙은 사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