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대학방송, 탈출구를 모색하라!

인터넷 방송과 UCC붐, 대학방송 구원할까

등록 2007.01.31 12:20수정 2007.02.01 07:35
0
원고료로 응원
2006년 11월, 전북대에서는 교내 방송이 수업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사범대 학장이 대학방송국의 방송용 스피커 4대를 철거한 사건이 있었다.

전북대학교방송국(UBS)은 대학 당국과의 대화를 통해 지금은 철수된 스피커 4대를 모두 복구 시켰지만 대학언론으로서의 자존심은 심하게 상처를 입었다. UBS 실무국장 조은애씨는 그때 일을 떠올리며 "갈수록 설자리를 잃는 대학 언론을 생각하면 착잡하고 씁쓸하죠.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있는 길이 없으니까..."라며 안타까워했다.

캠퍼스에 울려퍼지는 메아리, 대학방송의 위기

'학업 방해'라는 오명 속에 오랫동안 위기를 견뎌왔던 대학방송국들. UCC 붐과 인터넷 방송으로 그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학업 방해'라는 오명 속에 오랫동안 위기를 견뎌왔던 대학방송국들. UCC 붐과 인터넷 방송으로 그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까?
"요즘 학교 방송 듣는 사람이 있긴 해?"

한 대학방송국 국원인 고아무개(21)씨는 친구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 속이 텅 비어 버리는 것 같다. 대학에 들어와 오로지 방송에 대한 열정으로 온갖 힘든 일을 견뎌왔는데 사람들의 무관심을 느끼는 순간에는 맥이 탁 풀린다. 고씨는 "대학 방송국이 죽어간다"는 말을 들어도, 황당하고 억울하다는 느낌은 들어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반박하지 않았다.

사실 대학 방송국의 위기는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별로 상황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수업방해'라는 누명(?), 대학 방송국과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 부족, 공중파 라디오와 비교했을 때 '재미'면에서 떨어지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학생들이 앉아서 방송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공간이 대학에 부족하다는 점이다. 'On-Air'에 불이 들어오고 캠퍼스에 방송이 울려 퍼져도 학생들이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은 강의실을 찾아 건물을 이동할 때 정도뿐이다. 또 단체로 움직이던 중고등학교와는 달리 대학생들은 각자가 개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고정 청취자가 생기기 힘들다. 때문에 방송 제작자 입장에서는 청취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인지를 예측하기도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방송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듣는 사람 없는 방송은 제작자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프로그램의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런 방송에 실망한 학생들이 더더욱 대학방송에 무관심해지는, 무관심의 악순환이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방송과 UCC붐, 위기탈출할까


경희대학교 인터넷 방송국(VOU, http://vou.khu.ac.kr) 홈페이지. 예전과는 달리 동영상 콘텐츠가 많이 눈에 띈다.
경희대학교 인터넷 방송국(VOU, http://vou.khu.ac.kr) 홈페이지. 예전과는 달리 동영상 콘텐츠가 많이 눈에 띈다.
결국 위기에 몰린 대학방송국들이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성공회대학교 교육방송국(SEBS, http://www.sebs.tv)은 올해에는 인터넷에 더 무게를 싣기로 했다. 학교 안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방송의 가청(可聽)지역과 시간, 콘텐츠 전달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좀 더 질 좋은 방송을 들려주기 위해서다.

2007년 1학기부터는 캠퍼스의 스피커 방송을 녹음해 그날마다 대학방송국 인터넷 사이트에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성공회대방송국은 이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실제로 인터넷 사이트에서 방송 다시듣기 서비스를 하는 대학방송국들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경희대학교 방송국(VOU, http://vou.khu.ac.kr)의 노력은 단연 돋보인다. 2000년에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인터넷 방송국을 개국한 경희대방송국은 현재 학내외 뉴스와 캠페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오디오와 영상으로 꾸준하게 제작하고 있다. 인터넷 대학방송은 그동안 듣는 것에만 익숙하던 대학생들에게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고, 애청자들이 남긴 댓글은 프로그램에 반영해 상호작용을 이끌어 내고 있다.

한양대학교방송국(HUBS, http://www.hubs.hanyang.ac.kr)도 지난 2001년부터 자체 서버를 이용해 인터넷 방송국 홈페이지를 오픈해 오디오와 TV방송을 서비스하고 있다. HUBS의 명예국원 주대우씨는 "인터넷 방송국을 개국하기 전에 선배들이 대학방송의 한계를 느꼈던 것 같다. 당시 대중화되기 시작했던 인터넷을 이용해 방송을 서비스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참 잘한 일"이라며 "지금은 대학 내에 방송하고 있는 정규 프로그램을 인터넷에 올리는 수준이지만 앞으로 점점 더 인터넷 방송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영상 UCC 사이트, 대학생 유인에 골몰

UCC(User Created Contents), 즉 사용자제작콘텐츠가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다. UCC는 한 사람이 PD, 카메라맨, 편집자의 3역을 해 독자적으로 제작한 동영상을 일컫는다. 이러한 UCC 붐은 대학방송국에게는 또 다른 기회다. 사실 대학방송국의 국원들이야말로 프로그램 기획부터 촬영, 편집의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전형적인 UCC 제작자들이기 때문이다.

경기대학교 방송국(VOKU)는 지난 10월 대학 최초로 축제 생중계 인터넷 방송을 실시했다. 축제에 참여할 수 없었던 경기대 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었고 방송국의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냈다. 또 지난 11월에는 같은 대학 웹진과 함께 '제1회 대학 댄스팀 컨테스트 Zippo HOT Tour 2006'을 동영상 전문 사이트인 아프리카(http://afreeca.pdbox.co.kr)를 통해 생중계했다(생중계 영상 보기 http://afreeca.pdbox.
co.kr/zippohottour).

VOKU의 국원 조미령씨는 "우리도 처음 시도한 거라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앞으로 영상 분야를 강화해 계속해서 아프리카에 영상물을 보낼 계획이다. 다른 UCC관련 사이트들도 앞으로 준전문가에 해당하는 대학 방송국에 대한 투자를 점점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나우콤 아프리카는 대학 방송국들에게 방송 지원을 하는 대학방송국 전용 채널을 구축하고 있으며 <조선일보> 등 일부 종이매체들도 대학생들의 동영상 UCC를 끌어들이기 위해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UCC붐이 대학방송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4. 4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5. 5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