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 여론조사 공부좀 하시죠

문화일보 이미숙 기자의 엉뚱한 여론독해법

등록 2007.02.02 13:23수정 2007.02.0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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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시기 여론’ 왜 청와대만 다를까?] 1일자 문화일보에 실린 이미숙기자의 기사 제목이다. 문제를 제기한 이미숙 기자의 기사에서 해답을 기대했다. 그러나 문제만 제기할 뿐 해답이 없다.

여론조사의 검증은 하나의 조사로는 확인이 어렵다. 비슷한 시기의 다른 조사를 비교하고, 시계열적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추이에 변화가 있다는 것은 뭔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추이 분석이 타당성을 갖기 위해서 ‘같은 질문, 같은 보기 문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길이가 다른 자로 재고는 어느 것이 길다, 짧다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여론조사 기관 / 현 정권 임기내 개헌(%) / 차기 정권 이후 개헌(%)

. 청와대-미디어리서치(1.27) / 46 / 49
. 세계일보-리서치&리서치(1.27) / 23 / 57
. 연합뉴스-미디어리서치(1.26) / 42 / 51
.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1.25) / 30 / 67
. 문화일보-KSOI(1.10) / 24 / 74


그럼 우선 찬성여론을 살펴보자. 문화일보에서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임기내 개헌 찬성’ 여론이 들쭉날쭉이다(10일 24%→25일 30%→26일 42%→27일 23%→ 27일 46%). 추이상 별로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본다면 5개의 자료 중 42%, 46%는 튀는 자료다. 그러나 상승 추세를 인정한다면 세계일보가 조사한 23%가 튀는 자료이다. 과연 어느 자료가 튀는 자료일까?

‘차기 정권 이후 개헌’ 응답 추이를 한번 봐 보자. 74%→67%→51%→57%→49%... 세계일보 조사가 살짝 튀기는 하지만 추이는 유지한다. 왜 그럴까? 우선 간단하게는 모름/무응답 항목을 살펴봐야 한다. 각각 2.4%→2.8%→6.6%→20.4%→4.3%...세계일보 조사에서 월등하게 모름/무응답 항목이 높다.

이미숙 기자의 기사처럼 더 깊게 파고들 생각이 없다면, 기사의 제목은 「‘개헌 시기 여론’ 왜 세계일보만 다를」까로 해야 한다. 적어도 숫자의 흐름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질문이나 보기 문항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언론사가, 여론조사 기사에서 질문이나 보기 문항을 공개하지 않는다. 대통령 국정지지율 조사조차도 질문과 문항이 다르다. 보기도 5점 척도(매우 긍정, 약간 긍정, 보통, 약간 부정, 매우 부정), 4점 척도(5점에서 ‘보통’ 제외), 3점 척도(긍정, 보통, 부정), 2점 척도(긍정, 부정) 등 다양하다. 각 척도마다 나오는 긍정, 혹은 부정의 값은 다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 vs 차기 정권에서’로 묻는 것과 ‘현 정부에서 추진 vs. 다음 정부에서 추진’으로 묻는 것은 의미는 비슷해 보여도 응답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어떤 것이 보다 객관적이고, 편향을 줄일 수 있을까? 판단은 조사자의 몫이다. 다만 응답이 부정적으로 나오기를 기대하는 조사자라면 ‘노무현 대통령’을 강조해서 물어보면 된다. 그것이 노무현 대통령도 인정한 최근의 추세이다. 세계일보 조사에서 개헌 연내 추진의 찬성 여론이 높아지는 추세임에도 ‘모름/무응답’의 유보층이 많이 나온 이유는 이러한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조사 시기도 체크해봐야 한다. 주말이냐, 주중이냐는 30대의 참여에 영향을 미친다. 같은 연령대라도 평일에 어떤 사람들이 더 많이 전화를 받을까?


그 모든 변수들이 결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지 부정적으로 작용할 지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꼭 문제 삼고자 했다면 좀 더 공부를 하고, 좀 더 많은 취재를 통해 실체에 접근했어야 했다. 세계일보와 문화일보, 청와대 등에 질문지를 적극 요구하고, 조사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함께 실었어야 한다. 모르고 않했다면 기자로서의 자질이 문제이고, 알고도 무시 했다면 기자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청와대만 비판하면 무엇이든 장땡’이라는 식의 기사 작성은 문제가 있다.

이제는 의혹제기만으로 좋은 기사가 될 수 없다. 기자들은 섹시한 제목으로만 여론을 이끌려 하지말고, 합리적인 분석과 대안을 가진 기사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길 바란다. 늘 고민하고 발로 뛰는 기사가 바로 그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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