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방송이 돈을 벌게 해줘?"

TV 경제관련 프로그램의 신화적 요소 읽기

등록 2007.03.12 14:01수정 2007.03.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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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단어는 무엇일까? 단연 '경제'이다. 사실상 경제라기보다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필자도 당연히 관심이 많다. 각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이랄까? 나름대로는 부동산과 증권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상황과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이라도 하듯 방송은 경제관련 프로그램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사람들이 돈에 관심이 많은 만큼 시청률도 잘 나올 것이다. 프로그램은 성격은 교양정보부터 버라이어티 쇼(?)까지 다양하다. 각 방송사별로 살펴보면 MBC의 '일요일일요일 밤'에 인기코너 '경제야 놀자', KBS의 '경제 비타민'과 SBS의 경우 얼마 전 조작방송의 의혹을 사고 있는 '잘살아보세'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 프로그램의 형식은 비슷하다. 대상이 일반인이냐 스타냐가 다를 뿐이지 현재 가지고 있는 잘못된 경제관념을 각성시키고 좀 더 경제적으로 사는 방법을 전문가가 제시해주는 것이다.

@BRI@대표적으로 MBC의 '경제야 놀자'를 살펴보자. 먼저 프로그램의 구성은 스타의 집에 찾아가 불필요하게 놀고 있는 집안의 물건들을 나름대로 감정해서 가격을 책정하고 거기에서 나온 수익금을 경제전문가가 말하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버라이어티 쇼적인 방송인 만큼 대부분의 시간은 진행자들의 쇼(?)에 할애가 된다. 물론 재미있다. 최고의 아나운서와 MC들의 재치가 돋보이는 순간들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는 시청자들은 오늘의 금융상품 '000'을 기다리느라 목이 탄다. 잠시라도 빨리 그 돈버는 방법을 알아내서 실행에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널을 돌리지는 못한다. 드디어 그들의 재미있지만 아무 의미없는 쇼가 끝나고 오늘의 '000'이 공개되면 시청자들은 재빨리 받아 적는다. 그리고 바로 인터넷으로 달려가 검색을 한다.

실제 이 프로그램에서 나온 금융상품의 인터넷 검색순위는 다음 날 상위권에 든다. 그리고 거기에 쏟아지는 질문들의 대부분은 어디에서 살 수 있는지, 진짜로 그것만 사면 돈을 벌 수 있는지이다. 그것만 가입하면 금방 부자가 될 듯한 기세다. 그래서 일종의 묻지마 가입자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돈은 우리의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금융사들은 방송이 나가면 상품을 많이 팔아 큰 이익을 남겼을지 몰라도 가입자들이 꼭 그렇다는 보장도 없다. 실제로 거기에서 소개됐던, 이름도 부르기 어려운 여러 상품들이 사실상 알고 보면 그렇게 수익이 크지 않을 뿐더러 일반인들이 투자해서 이익을 남기기엔 어려움이 많다. 또한 변화무쌍한 현대 경제사회에서 그들의 말만큼 꾸준하게 그리고 많이 수익을 낸다는 것은 정말 며느리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00증권 000팀장', '☐☐증권 ☆☆차장'이라는 사람들이 나와 관련 상품을 띄우고 나면 그들은 이미 우리의 재산을 몇 배로 불려줄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알라딘의 마술램프의 '지니'로 다가온다.

KBS의 '경제비타민'도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비슷한 상품을 소개한다. SBS의 '잘살아보세'는 등장인물이 일반인이라는 점과 새는 돈을 막아준다는 측면에서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마지막 솔루션은 역시 전문가가 제시하는 재테크다.


이들 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전문가들과 상품들 자체가 잘못돼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많이 참고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정보를 통해서 그 동안 재테크 방법을 몰랐던 시청자들이 큰 도움을 받았다면 프로그램의 소임도 다 했다고 본다. 하지만 방송의 신화적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른바 '가려보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전문가가 전체 전문가를 대신한다는 신화적 인식과 전문가들의 의도와는 별도로, 실제로 그들은 시청자들에게 주의사항을 주기도 하지만 소개하는 상품에 절대적인 믿음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방송사에서도 사실적 전달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와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방송은 정보의 전문성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의 움직임은 때로는 광적이다. 지금은 조금 진정됐지만 초반에 상품이 소개된 후 인터넷은 그야말로 난리였다.

이렇게 대중은 자신의 입맛에 맞으면 움직이는 것은 시간문제다. 만약 그것이 잘못됐을 때 책임은 누구의 몫이냐 하는 것은 묵은 논쟁이 돼버렸다. 방송이 책임을 지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은 이제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그들의 주장은 늘 그렇듯이 재미있지 않으면 누가 방송을 보겠느냐 하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다는 아니다. 방송의 책임은 자신들이 늘 부르짖는 말이다. 방송도 결국 자본주의라는 구조 속에서 수익과 책임이라는 경계를 방황하고 있다. 결국 시청자들 스스로가 똑똑해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을 견제하는 적절한 단체들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견제를 많은 시청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그것도 재미있어야 할까? 아이러니다.

덧붙이는 글 | TV리뷰 시민기자단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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