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들은 어떻게 책을 읽었을까?

[리뷰]세상을 바꾼 위대한 책벌레들2/김문태/뜨인돌어린이

등록 2007.05.27 12:01수정 2007.05.2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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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위대한 책벌레들2>는 누구나 다 아는 역사적인 인물들 중 유난히 책을 좋아했다고 알려진 일곱 명의 위인(정조, 이황, 서경덕, 뉴턴, 벤저민 프랭클린, 처칠, 헤르만 헤세)들이 어떻게 책을 읽었고, 어떤 책을 읽었으며, 또 유난히 즐겨 읽었던 책이 무엇이었는지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들려주고 있다.

독특하게도, 각자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화자)은 바로, 그 위인 주인공 자신의 목소리다. 이 책의 작가 '김문태'는 스스로 각각의 인물이 되어 그들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논픽션답게 작가 나름대로 자료 조사도 많이 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아귀가 딱딱 맞는 이야기가 되도록 노력한 점이 눈에 띈다. 사실, 이런 작업은 역사적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만 가능하므로 글작가가 공부를 꽤 많이 했다는 점도 돋보인다. 각 장의 주인공들을 동서양의 인물을 골고루 배치한 점도 좋았고, 콜라주 기법의 세련된 그림도 책의 품위를 높여주었다.


1장에서는 정조 임금이 어릴 적, 미래의 실학자 유득공과 박제가를 만나 함께 공부했던 일화를 들려준다. 물론,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가 꾸며낸 픽션이다. 픽션 속에 정보를 하나하나 잘 버무렸다. 이렇듯 일곱 주인공들의 이야기의 형식이 비슷하게 이어진다. 각장의 주인공들이 어린이 친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다.

아쉬운 점은, 여기 등장하는 7명의 위인의 캐릭터가 모두 한결같다는 것이다. 각기 이름만 다를 뿐, 한 사람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각 인물의 캐릭터 속에 개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어투가, 이를 테면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다.' '킥킥 웃으며 재잘거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 '역시 수학천재들 답다' 등의 묘사가 1장부터 7장까지 변함이 없다. 일곱 명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어투가 지루할 정도로 똑같다.

또 한가지, 책 속 일곱명의 위인이 남자 위주로 편중된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 책은 1권, 2권이 나왔는데, 지금껏 단 한명(헬렌 켈러)만 여자였다.

문제 제기 없는 인물해석도 지적하고 싶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서 달라진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는, 재평가되어야 할 인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알려진 정보에만 바탕을 두고 인물을 재구성해 그 점이 껄끄러웠다.

또 이 위인들이 읽었다는 책을 조사해서 정보를 전해 준 점은 좋았으나, 그 책들이 과연 지금의 우리 아이들이 읽어도 좋을 책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간다. 처칠이 즐겨 읽은 책은 <영국연감>, <국부론>, <인구론>이었다. 서경덕이 즐겨 읽은 책은 <서경>, <주역>, <성리대전>등이었다. 어른도 읽기 힘든 이런 책을 아이들이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지금의 이 시대에 꼭 읽을 가치가 있는지도 의문이 간다.


따라서,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해서 기획되었지만 어린이들보다 오히려 어른들이 더 열광할 책처럼 보인다.

덧붙이는 글 | http://blog.naver.com/thinkwalden

덧붙이는 글 http://blog.naver.com/thinkwalden

세상을 바꾼 위대한 책벌레들 2 - 7명의 위인들이 들려주는 특별한 독서 비법!

김문태 지음, 이량덕 그림,
뜨인돌어린이, 2007


세상을 바꾼 위대한 책벌레들 1 - 위인들의 숨겨진 독서 비법을 공개한다

김문태 지음, 이량덕 그림, 고정욱 기획,
뜨인돌어린이, 2006


#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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