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공사로 대형트럭은 1차선에서도 무서운 속도와 매연, 경적을 울리면서 달린다.촬영팀
고갯길이 시작되었다. 대형 트럭들이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오르내리는 고갯길은 자전거에게는 고행 길이었다.
햇살은 뜨겁고 고갯길은 길고 다리에는 힘이 빠진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막상 시작하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더 뜨거운 땀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헉헉대며 페달을 밟았다. 근육이면 근육, 심장이면 심장, 폐면 폐, 어디 하나 힘들지 않은 곳이 없었다.
순례단원 중에서 자전거를 좀 타본 사람들은 쭉쭉 차고 올라가지만 자전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금세 뒤로 처졌다. 안전팀원들이 고함을 지르고 밀어올리기도 하지만 대열은 선두 그룹을 제외하고 길게 흩어져 버렸다.
하나씩 둘씩 점이 되어 도로에 흩어진 자전거들,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거침없이 추월하는 모습이 보였다. 자전거 여러 대가 한 몸을 이뤄 달릴 때는 그나마 자동차들이 신중하게 추월을 하더니 대열이 이래저래 흩어지자 자동차들은 빈공간으로 끼어들기, 추월하기 등 안전에 위협을 받는 순간이었다. 어렵고 힘들수록 함께 나가야 한다는 다소 식상한 한마디가 새로이 새겨진다.
페달을 굴려도 굴려도 고갯길은 끝나지 않았다. 걸어가는 속도와 다를 바 없는 자전거. 입에서 단내가 나고 땀방울이 흘러 눈가가 쓰라리다. 당장이라도 자전거에서 내려 걷고 싶지만 내려서는 안 된다. 느리게 가더라도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결국 끝까지 갈 수 있는 길이다.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다. '이 길이 언제 끝나나~'하는 생각. 하고 또 하고 또 했다. 손이 눈보다 부지런하다는 말이 있던데 지금 같으면 다리가 마음보다 부지런하다가 될 것이다.
결국 고갯마루가 보였다. 먼저 도착한 순례단원들이 뒤늦게 들어온 단원들을 박수로 격려했다. 자전거를 세우고 풀밭에 주저앉아 물 한 모금으로 잠시 숨을 돌렸다. 그리고 태초의 언약이 있었으니 올라온 사람에게는 반드시 내리막길이 주어진다는 것. 굽이진 내리막길을 신나게 달려 내려가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바람소리와 타이어 소리가 귓가에 울리고 도시에서는 내보지 못할 속도에 다들 긴장하면서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당연했다. 오른 자의 권리니 말이다.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싶었던 내리막길은 짧게 끝나고 다시 새로운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또다시 고개를 드는 생각 하나. '이 길은 과연 언제 끝날까?'
노력하는 인간은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