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알게 된 5층 집

이웃들에게 말로만 듣던 5층 여자를 1년 만에 만났다

등록 2007.06.19 17:25수정 2007.06.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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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중국 광둥성은 요즘 날씨가 참 대단하다. 아침에 햇빛이 좋아 빨래를 잔뜩 해 놓으면 2∼3시간이 지나지 않아 천둥번개를 동반하여 폭우가 쏟아진다. 이런 날씨 덕에 아침, 저녁으로 밖에 나가 놀기 좋아하던 아들 녀석의 바깥출입 또한 줄어졌다.


그날 역시 비가 내렸다. 마침 근영이의 기저귀를 다 써서 배달시키려고 용품점에 전화를 여러 번 하였는데도 받지를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근영이를 남편에게 돌봐달라고 하고선 기저귀를 사러 나섰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종업원한테 전화를 여러 번 했었다며 투덜거렸다. 종업원은 전화선이 카드기에 꽂혀 있었다고 미안해하며 웃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귀에 들리는 말이 있었다. 누군가 한국말을 하고 있었다.

"한국사람이세요?"
"네, 한국 분이세요?"
"혹시 5층 집요?"
"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어머, 드디어 만났네요. 너무 만나고 싶었어요."


이렇게 5층 집에 사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5층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지는 1년도 넘었었다. 그런데 이제야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운지, 만나자마자 어떻게 5층 집을 알게 되었는지 그간의 일들을 쉴 틈 없이 이야기하였다.

요즘은 중국의 웬만한 대도시에 가면 한국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 반면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시골이라 한국사람이 드물고 이렇게 가족이 함께 사는 집 또한 드물었다.


그러던 중 이웃들에게 전해 들은 소식은 너무나 반가웠다. 옆 아파트 5층 집에 한국에서 새로운 신혼부부가 이사를 왔다는 얘기였다. 가까이 있는 한국회사들 사이에서는 서로 소식을 전하기 때문에 남편은 알고 있을 줄 알았다.

그날 저녁에 돌아온 남편에게 물어보았지만 남편은 모르고 있었다. 며칠이 지난 후에도 다른 회사에는 새로운 한국 직원은 없다는 거였다. 5층에 대한 궁금증은 더해갔지만 도무지 만날 길이 없었다. 하루는 5층 집에 불이 켜져 있기에 용기를 내서 벨을 눌렀다. 몇 번을 눌러도 대답은 없었다.


솔직히 나도 처음 중국에 왔을 때 중국말도 서툴고 해서 누가 벨을 눌러도 잘 열어주지 않았다. 아쉬웠지만 '오며 가며 만나겠지'라는 생각으로 돌아섰다.

그 중 간간이 5층 집에 사는 사람이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과 빨랫줄에 아기 옷이 걸려있다며,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까지 전해 들었었다. 그러면서 1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것이다.

처음 중국 왔을 때 말도 잘 안 통하고 날씨, 음식 등 여러 가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고생을 많이 했다. 내가 힘들었기 때문에 5층 여자도 힘들겠다는 생각에 조금이나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서로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며 자주 만나자는 약속도 하였다. 그 5층 여자 역시 중국말이 서툴러 이곳에 하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면서 이렇게 만난 걸 좋아했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라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서로 말도 잘 통하였고, 몇 번의 전화통화와 몇 번의 만남으로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 요즘은 어느 곳의 물건이 좋은지, 어느 곳의 물건이 싼지 등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모르는 것은 서로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 오늘도 역시 한국 아줌마들의 수다는 계속된다.
#중국 #광둥성 #5층 집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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