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출발에 앞서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길리엄, 에란, 라덱, 루시아, 엘리자베스, 빈센트, 마르코스조대희
바이크투어 에코레이트와 에코머니
첫 출발 인원이 예상보다 많아졌다. 바이크투어 사이트에 등록된 첫 출발인원은 이본, 길리엄, 에란, 나까지 해서 4명 정도였다. 이제 본격적인 출발 준비를 해야 한다. 지도구입과 복사, 각자 하루에 지불하는 에코머니를 정해야 한다.
에코토피아와 바이크 투어는 에코레이트(ecorate)라고 하는 일종의 대안통화 시스템을 통해 물가수준과 생활수준이 서로 다른 참가자들이 각자의 형편에 맞게 하루 음식값을 지불하게 되어 있다. 1유로가 1에코가 되는데 1에코를 기준으로 1.5배를 내는 사람도 있고, 0.7배를 내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바이크 투어에서는 형식적인 부분이다. 참가자들이 토론을 통해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다.
참가자들에게는 돈 문제만큼 민감한 문제도 없다. 회의를 통해 작년 바이크투어 하루 에코머니가 5유로였고, 이것을 기준으로 5유로를 지불하는 안과 자신이 속한 국가의 에코레이트에 맞게 지불하는 안, 또는 자신의 형편에 맞게 지불하는 안 등으로 열어 놓았다. 그리고, 깐마스데우에서 머무는 동안의 음식값과 지도와 책 구입, 각종 필요 물품구입 비용으로 전체 참가자가 15유로를 내기로 했다.
에란과 함께 지도와 책구입, 복사를 위해 바르셀로나 시내로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알트에어(Altair)라는 여행 전문서점에 들려 지도와 스페인 여행가가 쓴 여행기 책을 구입했다. 여행만을 전문으로 하는 서점은 상당히 컸는데 세계 각국의 지도에서부터 여행 잡지, 책, 여행에 필요한 물품 등 다양한 것들을 팔았고, 배낭 여행자들의 여행정보 메모판도 눈에 띄었다.
지도복사를 마치고 우리는 현재도 건축 중이고, 앞으로도 100년은 걸릴 거라고 하는 가우디가 참여한 그 유명한 성가족 성당과 쿠엘 공원을 둘러보았다. 성가족성당은 직접 보니 웅장하다거나 세밀하다는 표현으로는 어딘지 부족한 정말 대단한 건축물이었다. 쿠엘 공원에서는 젊은 한국 관광객들을 만나 이번 자전거여행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해가 떨어질 무렵 서커스에 관심이 많은 에란은 선상 서커스 관람을 하고, 나는 깐마스데우로 돌아왔다.
6월 3일 일요일은 깐마스데우가 일반에 개방되는 날이다. 아침부터 분주하다. 100인분이 넘는 점심식사를 준비하느라 2시간 넘게 싱싱한 채소를 다듬어야 했다. 이날은 볏짚으로 생태 집짓기와 생태 건축에 대한 워크숍이 열렸고, 많은 방문객들로 깐마스데우는 붐볐다.
[6월 4일] 바이크투어 첫날, 위기연발
6월 4일 이제 본격적인 에코토피아 바이크투어가 시작되는 날이 밝았다. 아침 9시에 기상해서 차와 간단한 아침을 먹고 11시에 출발을 했다. 첫 출발부터 비포장 오르막길이다. 깐마스데우가 있는 산을 넘어 리폴레트(Ripollet) 근처 공원에서 '자전거 친구들(Amics de la Bici)'이라는 일종의 자전거 공동체 사람들이 합류해서 바이크투어의 하루 일정을 같이했다. 오전부터 강하게 내리쬐는 햇살에다가 물 사정이 좋지 않아 걱정이다. 이번 바이크 투어는 더위와 물 부족과의 싸움이라고 누가 말했다.
오후 3시쯤 작은 냇물이 흐르는 곳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 출발하면서 이본의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라덱과 빈센트가 남아 도와주기로 하고 일행은 세 개 그룹으로 나누어졌다.
전날 카메라 충전기를 잃어버린 나는 마르코스와 함께 사바델(SABADELL) 시내 상점들을 돌았지만 더 큰 도시에 가야 구입할 수 있다는 말만 들었다. 이본 일행이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이 지나서야 사바델의 작은 마을에서 우리와 합류했다.
맨 선두 그룹은 한창 앞쪽에서 달리고 있는 중이다. 에코토피아 바이크투어에서는 모든 참가자가 떼거리로 이동을 하지 않는다. 혼자서 또는 그룹을 지어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갈림길에서 길을 알리는 신호이다. 화살표와 함께 크게 B자를 써서 바이크투어 루트임을 알린다. 비가 내릴 경우를 대비해서 보통은 스프레이를 사용하는데 친환경적이지 않은 이유로 우리는 아스팔트 위에 분필을 이용하거나 나뭇가지나 돌, 꽃 같은 것으로 신호를 만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