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린수씨가 사건 조사 보고서를 보여주며 사건진행을 설명하고 있다.홍성인
[사례1] 지난 2006년 1월 임아무개씨는 인천 동구 송림동 로터리방향에서 월마트방향으로 자신의 신호에 따라 진행하다 인천대 로터리방향에서 송림동 로터리방향으로 신호를 위반하여 진행하던 ○○자동차학원 소속 베르나 승용차와 정면충돌했다. 임씨가 피해자이지만 수사관은 오히려 임씨가 신호위반을 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아 가해자가 됐다.
[사례2] 단순한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한 중소기업 사장이 횡령혐의를 받고 구속돼 법의 처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횡령에 대한 법의 적용이 지나치다는 판단으로 이의를 제기했고 구속 28일 만에 무죄로 석방됐다.
"의심이 되는 사건이나 검·경의 무리한 수사에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해 드립니다."
한번 결론이 내려진 사건·사고나 검·경의 무리한 수사 방식, 잘못된 관행 등을 뒤집거나 꼬집는 일은 쉽지 않다. 그 만큼 내용을 번복하는 일은 완벽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어렵고, 수사기관의 사람들의 문제점을 둘추는 일은 선뜻 나서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정면으로 대응해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관심을 끈다.
'원린수 형사문제연구소' 소장 원린수(56·인천 장수동)씨. 그는 각종 검․경의 비리 적발 업무와 의심사건에 대해 재조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무모한 도전'에 가까운 일이지만, 변호사 출신도 아닌 평범한 일반인으로써 공권력의 문제점을 짚으려는 의도는 참신하기까지 하다.
위 두 사례는 원씨가 사실과 과학에 근거해 재조사함으로써 이미 난 결론을 번복하거나 재조사하고 있는 사건이다.
원씨가 이런 일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자신도 억울한 일을 겪었기 때문.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일을 해보자"라고 결심했다고 한다.
특히 그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1999년, 이 대법원장이 처리했던 사건의 문제점을 꼬집는 '계란으로 바위깨기'라는 책을 내놓아 세간의 관심을 사기도 했다.
"법조인들을 상대로 싸움을 한다는 것은 나 자신이 먼저 떳떳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나에게 한 치의 오점이 있다면 그들과의 분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검사와 경찰, 판사들이 가진 문제점에 접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판사와 검사 또는 경찰은 법과 가장 밀접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접근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가끔 저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을 만나도 그 자리에서 사건 의뢰를 맡는 경우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어떤 문제점에 대해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려는 모습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반복성과 진실성을 확인한 후, 사실이라고 판단될 경우에만 일을 맡습니다."
원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약 8개월 동안 14건에 이르는 사건의 결론을 뒤집거나 재조사에 들어가도록 만들었다. 그는 "확실함을 가지고 일하면 거리낄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라며 "잘못된 문제에 대해 잘못됐다고 하는 데 그게 무슨 문제입니까"라고 말한다.
확신을 가지고 일에 뛰어든 그는 모든 사건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는 노력을 다한다.
특히 사례 1에 나오는 송림동 교통사고 사건은 20여 차례에 걸쳐 직접 현장을 조사하고, 수사기록을 면밀히 검토한 후 수사기록에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하고 해당 경찰관을 허위 공문서 작성으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에서 공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몇몇 잘못된 사람들로 인해 잘못도 없는 사람이 누명을 써 평생을 억울하게 살아가야 한다면 그것을 바로잡아야 할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정직하고 냉정해야 할 경찰들이 사문서 조작, 사건 은폐 등을 일삼는 일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보통사람은 하기도 힘든 일을 시작한 원씨는 "그저 바로잡는 일을 하는 한 사람일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얼마 전 내가 하는 일을 검찰 등에 알리기 위해 인천 검찰청을 들러 명함을 뿌린 적이 있습니다. 명함의 내용을 받아 본 사람들의 표정에서 껄끄러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해 그는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하는 폭언과 강압 수사에 대한 문제를 언론에 거론해 검찰의 자정 분위기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또 검찰수사과정 중 '녹음녹화제도'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고도 한다.
요즘 그는 하루가 짧을 정도로 바쁘다.
원씨는 "의뢰가 들어온 여러 사건에 대해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부족합니다. 특히 요즘 사회적으로 공권력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져서인지 문제제기가 많은 상황입니다."
"최근에 검찰이 증인으로 나서야 할 모교수 부인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협박성 발언과 심한 심적 압박을 주고 있다는 내용에 대해 집중적인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판사, 검사, 경찰 등은 사회의 부조리를 없애야 하는 임무를 지닌 사람입니다. 그들이 바로서야 이 나라의 기강 역시 바로 설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원씨에게도 아쉬운 점은 있다. 잘문된 일을 해결하는 데도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간판'을 먼저 생각하는 사회적 풍토가 그렇다.
"변호사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저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할 때 조금은 서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뢰인이)일이 처리되는 과정을 확인한 후 다시 신뢰의 눈길을 보낼 때는 보람을 느끼기도 하죠."
그의 일과는 사건으로 시작해 사건으로 끝난다. 무엇보다 그는 이 일에 사명감을 느끼고 있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원씨의 외로운 싸움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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