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참금 학대'에 항의하며 속옷 시위를 벌이는 뿌자 차우한.TOI PHOTO
7월 4일, 인도 구자라트 주 라즈코트에 사는 22세의 뿌자 차우한은 지참금과 관련한 시댁과 남편의 학대에 항의하기 위해 속옷만 입고 길거리 행진을 벌였다.
3년 전 결혼한 차우한은 그동안 지참금을 더 가지고 오라는 요구에 시달려왔고, 8개월 전 딸을 출산하자 그 요구는 더 거세져 정신적·육체적인 학대로 이어졌다. 견딜 수 없어 딸을 데리고 시댁을 나온 차우한은 지참금 관련 학대를 이유로 남편과 시댁식구들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번 시위를 벌였다.
차우한의 시위는 결국 경찰의 신속한 행동을 이끌어내 남편과 두 시댁 식구가 연행되었다. 경찰은 차우한을 풍기문란죄로 처벌할 수도 있지만 그녀가 피해자며 이미 자신을 벌했기 때문에 처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지참금과 관련한 여성 상대 범죄는 인도의 그늘 중 하나다. 인도 정부는 1961년 지참금금지법을 제정하여 지참금을 주거나 받는 것은 물론 지참금을 받거나 주도록 부추긴 사람도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벌금형에 처하게 하고 있다. 또한 인도 형법에 따라 결혼한 지 7년 이내의 여성이 지참금과 관련해 남편이나 친척의 육체적 학대로 사망했다는 증거가 나타나면 지참금 살인으로 간주해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을 제정했음에도 지참금과 관련한 여성 대상 범죄는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01년에만 해도 약 7000건의 지참금 사망 신고가 이뤄졌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는 그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란자나 꾸마리 뉴델리 중앙사회연구소장에 따르면 신고가 되지 않은 건수는 훨씬 많으며 신고를 하려 해도 대부분 남성인 경찰들이 그런 사건의 접수를 거부하는 일도 허다하다. 또한 증거를 남기지 않고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해 여성들을 불태워 죽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사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지참금제, 법으로 금지됐지만 전 계층으로 확대 추세
심지어는 아시아 최대의 교도소인 델리의 티하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여성 재소자들은 모두 지참금으로 며느리를 살해해 구속된 시어머니들이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실제로 티하르 교도소에서는 지참금 관련 범죄 여성들을 따로 수감할 새 건물을 지을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전인도민주여성연합이 2002년 실시한 조사는 한때 일부 상위 계급의 관행이었던 지참금 제도가 모든 계층, 계급, 종교에 널리 퍼져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과거에 지참금 관행이 없던 지역들 사이에서도 지참금 제도가 성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는 일종의 신부대인 메흐르를 받고 지참금을 지불하지 않던 이슬람에서조차 일부 계층에서 지참금이 일반적인 관행이 되었다는 것 또한 조사에서 밝혀졌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지참금 문제가 여아 낙태, 유아 살해 등으로 표현되는 남아선호사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초음파 성감별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일부 부모들은 여아를 낙태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태아성감별을 받는다.
병원에 갈 수도 없는 가난한 부모들은 딸이 태어나면 자기 손으로 죽이는 일도 허다하다고 한다. 또한 시골 산파들이 여자아기들을 2600원 가량에 산 다음 불법입양기관에 넘기고, 그런 기관들이 아기 한 명당 300~400만원을 받고 불법으로 해외로 팔아넘기다 적발되는 일도 있었다.
이번에 반나체 시위를 벌인 뿌자 역시 딸을 낳은 이후 지참금 요구가 더 거세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외할아버지가 외손녀를 산 채로 파묻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그 결과 인도 여러 지역에서는 심각한 성비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의 인구조사는 인도 북부의 펀자브와 하리야나 주에서 1세에서 7세까지 남아 1000명당 여아 비율이 1991년 955명에서 현재 900명으로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1901년 남자 1000명에 여자 972명이던 전체 인도 성비는 2001년 현재 남자 1000명당 여자 933명으로 떨어졌다.
여성 1058대 남성 1000의 성비로, 인도에서 여성 비율이 가장 높은 케랄라 주에서조차 상대적으로 연소자 성비는 낮은 편이다. 이렇듯 인도에서 지참금 문제는 결혼 문제만이 아니라 점차 전 사회적인 문제로 번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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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참금 학대' 시달린 인도 여성, 속옷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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