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크렘린 광장에서 일행들과 기념사진 한컷. 맨 오른쪽이 본인이다. 모스크바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되는 9288km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착역이다.유근종
나의 가장 큰 꿈은 통일이 되면(지금이라도 남북철도만 연결이 되면) 부산에서 서울, 북한을 거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유럽까지 가는 것이다.
곧 연결될 줄 알았던 한반도 종단철도가 아직 지지부진 상태라 아쉬울 따름이지만 이 꿈은 아직 유효하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시작 지점이자 끝 지점은 북한의 북쪽 국경과 아주 가까이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다. 지난 해 6월 보름동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탔고 여행을 다녀왔다. 블라디보스토크 역에 가면 횡단철도의 길이인 9288㎞라고 쓰인 기념비가 하나 서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서울-부산을 12번 정도를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아시아와 유럽 사이, 기차로 건넌다
러시아에 간다는 것은 일반인들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언어 문제뿐 아니라 러시아인들의 사고방식이나 일처리 방식 때문에 혀를 내두르기 일쑤다. 하지만 이제 예전보다 훨씬 환경이 좋아졌다는 것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입국 심사 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제 몇년 전의 러시아가 아니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꼬박 일주일을 달려야 한다. 열차는 중간 중간 사람들을 태우고 그 곳에서 잠시 쉰다. 잠시 정차를 하는 동안 사람들은 내려서 빵과 음료를 사기도 하고 간단한 운동을 하기도 한다. 애완견이 있다면 이 시간에 꼭 데리고 내려서는 운동을 시킨다.
횡단열차로 가다보면 그 풍경이 그 풍경 같지만 조금씩 바뀌어 가는 모습도 재미있다. 시베리아 쪽은 계속 평지를 달리지만 우랄지역에 오면 산을 끼고 달리기도 한다. 자작나무숲 사이로 안개들이 춤을 추는가하면 백야 무렵의 환상적인 일몰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온통 보라색으로 덮인 라벤더 밭을 지나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여러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횡단열차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장면은 예카테린부르크를 통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철길 옆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를 나타내는 오벨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열차가 시속 70여㎞로 달리기 때문에 오벨리스크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단 몇 초에 불과해 아쉬움이 남지만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일이다. 사람들은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 다들 창 쪽으로 모여들어 환호성을 지르기도 한다.
넘쳐나는 차들, 깨끗한 거리... 러시아 도시가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