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시인이 현대 시 문학계에 비유와 상징을 버리고 ‘자발적으로 가난’해 질 것을 요청했다.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함께하는 9월의 낭독공감 주인공으로 초청된 김지하 시인이 29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연 낭독회에서 “비유와 상징은 소비를 자극하고 자연을 망가뜨리는 것”이라며 시인들이 자발적 가난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낭독에 앞선 여는 말을 한 김 시인은 “현대 시는 시 같지 않다”며 “내용도 없고 시 고유의 리듬을 잃어 산문체가 됐다”고 진단했다. 시가 리듬을 잃고 산문체가 되는 것은 소비를 자극하는 비유와 상징이 과도한 현실이 시어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 문학이 ‘가난해진다’는 것은 비유와 상징을 버리라는 말이다. 대신 김 시인은 “허무함, 자유와 가까운 것이 어떻게 텍스트에 영향을 주는 것인가를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시인은 산문처럼 길어진 시의 행갈이를 살리고 절제된 시어 사용을 권했다.
산문체를 대신할 새로운 문체는 이전 세대의 시와 달라야 한다는 것 또한 김 시인의 주장이다. 김 시인은 “이전 세대인 '김춘수 풍(風)'이나 '김소월 풍(風)'의 시는 아니어야 한다”며 “여러분 세대의 독특한 행갈이 리듬이 나와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시인은 “나 역시 나름의 독특한 트레이드(마크)를 창조하기 위해 고민하는 한 사람”이라며 “해학과 비극성을 통과하면서 숭고와 심오라는 두 가지 미적 차원의 전환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원 고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사회를 본 이날 낭독회에서 김 시인은 '무화과'와 '해창에서', '쉰'이라는 시 세 편을 낭독했다. 낭독회에 함께한 연극배우 이남희씨는 김 시인의 '서울길'과 '1947년 1월' 등 초기 시부터 최근 작인 '런던에서' 등을 낭독했다.
2007.09.30 18:38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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