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국민주택채권 관련 부당이익 의혹

국민주택규모 건설시 매입 안해도 무방, 주택법에 명시

등록 2007.10.24 10:11수정 2007.10.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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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등은 정비조합이 국민주택규모의 주택을 건설할 경우 국민주택채권(이하 채권)의 구입을 면제해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아 수천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임시총회를 통해 잠실2단지 재건축조합장으로 당선된 이세용씨(57세)는 “주택법에는 국민주택규모(85㎡) 이하의 주택을 지을 경우 채권구입을 면제받게 돼있다”며 “전임 조합장 시절 사지 않아도 되는 국민주택규모의 채권 매입시 발생한 수수료와 할인액을 조합에게 다시 돌려 달라”고 주장했다.

 

잠실2단지는 지난 2002년 우리은행 잠실지점으로부터 재건축사업을 위한 이주비를 대출받으면서 채권을 매입, 같은 은행에서 모두 할인했다. 이중 85㎡이하의 주택을 공급받는 총 3590세대의 채권 발행수수료와 할인액은 12억3000만원에 달한다.

 

「주택법 시행령 별표 12」에는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주택을 건설하기 위하여 융자받는 자에 대해 금융기관의 장이 확인한 경우 융자에 필요한 저당권 설정등기시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하지 아니한다’라고 돼있다. 또 건교부 ‘국민주택채권 업무편람’에도 ‘주택조합이 조합원의 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융자에 필요한 저당권의 설정등기를 하는 경우라면 국민주택채권의 매입의무가 면제된다’라고 돼있다.

 

만일 이 조합장의 주장대로 채권 발행수수료와 할인액을 은행이 돌려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조합을 결성해 주택을 건설하는 시장은 물론, 채권 취급은행들은 대파란의 소용돌이에 빠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집단등기를 전담하는 법무사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는 반응이다.

 

A법무사는 “법조문은 채권매입 면제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막상 은행에서는 ‘채권을 사야한다’고 ‘채권면제확인서’를 잘 써주지 않는다”며 “은행 담당직원에게 채권면제의 사실을 주지시켰지만 막무가내였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은행이 발행수수료와 할인액을 챙기려는 속셈인 것 같다”며 “그간 은행이 챙긴 발행수수료와 할인액은 엄청난 금액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이 2004년 한해에만 채권과 관련 수수료로 챙긴 수익금은 1600여억원. 이중 재건축·재개발·주택조합 등이 건설하는 국민주택규모의 채권 수익금만 따로 계산해도 지난 30여년간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이다. 여기에다 2005년부터 우리은행과 농협에서도 채권 관련업무를 담당해 이들 은행의 채권 발행수수료와 할인액 등을 더해야 정확한 계산이 나온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건교부와 국민은행은 법의 유권해석을 잘못해서 나온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건교부 담당자는 “'주택법 시행령 별표 12'의 채권구입 면제대상은 건설사업자만을 위한 조항이어서 조합원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담당자도 “건교부의 업무편람에 따라 일을 처리했을뿐 수수료를 챙기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지가 단독입수한 자료에서 국민은행의 채권면제확인서를 발부받아 채권을 사지 않고도 등기를 했던 사실이 밝혀져 건교부와 국민은행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 서울영업지원센터는 2002년 마포구 ‘용강시범아파트’ 리모델링사업과 관련 조합원 하모씨의 근저당권 설정등기시 채권면제확인서를 발부해 줬다. 이로써 하씨는 채권을 사지 않고도 부동산등기를 마쳤다. 마포등기소 담당자도 “주택법 시행령 별표 12에 따라 은행에서 채권면제확인서를 발부받을 경우 등기를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확인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합을 결성해 국민주택규모의 주택을 건설하려는 주민과 이미 채권을 사서 등기를 마친 주민들의 원망의 목소리가 높다.

 

잠실2단지 주민 김모씨는 “채권매입과 관련 은행의 수수료가 개인적으로는 15여만원에 불과하지만 조합원들을 모두 합치면 수억원에 이른다”며 “은행들의 부당 이익금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경기도 의왕시 포일주공아파트 주민 조모씨는 “정부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다며 국민주택기금 제도를 만들고선 그 자금을 서민들에게서 걷어 들이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꼴이다”며 “건교부와 은행측은 잘못을 시인하고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주택채권 매입면제확인서 발급

같은 업무…다른 결과, 기업은행 VS 국민은행


국민은행이 국민주택채권(이하 채권)과 관련해 매입면제를(국민주택규모 건설) 받아야 하는 재건축․재개발․주택 조합에게 채권면제확인서를 발급해 주지 않는 것과는 달리 기업은행은 부동산담보대출을 받는 중소기업들에게 채권면제확인서를 발급해 해당 기업들이 채권매입을 면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업체와 이들 업체의 등기업무를 맡고 있는 법무사들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은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는 기업체에게 채권면제확인서를 발급해준다”며 “이를 저당권 설정등기시 등기소에 제출해 등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은행 여신기획부 반기민 대리도 “법에 따라 요건이 맞을 경우 채권면제확인서를 발급 안해줄 이유가 없다”며 “채권매입이 면제되면 해당 기업은 대출규모의 1/1000에 해당하는 경제적 이익이 있다”고 확인했다.

 

건교부의 ‘국민주택채권 업무편람’에는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는 중소기업은 해당 금융기관의 확인서를 받으면 국민주택채권의 매입을 면제하도록’ 돼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같은 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데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의 국민주택채권 매입면제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기업들보다 우선 돼야할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관련기관의 잘못된 업무처리로 침해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하루 빨리 국민은행은 잘못된 업무처리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도시개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7.10.24 10:11ⓒ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도시개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민주택채권 #재개발재건축 #국민은행 #정비조합 #국민주택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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