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길 찾아 나선 간디의 학생들

[대안학교 지도그리기 - 길에서 벗어난 불안 길을 찾는 자유] 금산간디자유학교

등록 2007.12.26 17:07수정 2007.12.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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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 하자작업장학교 대안학교 탐방 팀은 충청남도 금산에 위치한 간디자유학교를 찾았다. 간디자유학교는 전국 네 곳의 간디학교 중 유일하게 인가를 받지 않은 비인가 고등 대안학교로 2002년 개교했다.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학생들을 대안문화의 창조자를 양성하고자 하며, 현재 60여명의 학생과 함께 작은 학교를 꾸려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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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자유 아래학교 사진   ⓒ 하자작업장학교 대안학교 탐방팀


현재, 간디자유학교에서는 학년제 대신, 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3년 과정을 학년과는 관계없이, 학기(6개월)로 나눈 것으로 각 학기 마다 다른 미션을 수행한다. 첫 학기에는 국토순례와 지리산 종주 등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자기 탐색과 해방의 학기를, 또 3-4학기에는 해외에 나가 어학연수와 이동학습을 진행하며 책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는 체험 학기를 경험한다. 또 5학기에는 본격적으로 진로 구상을 시작하여 탐방, 인턴십을 진행하는 등 6학기 전체가 알차게 짜여있다.

학기 미션과는 관계없이 다양한 수업들도 진행된다. 영어, 세계사, 과학, 수학 등 기본 교과와, 농사, 인권, 심리, 문화기획 등 학생들의 적성에 맞춘 문화수업을 함께 연다. 이런 수업은 학년과 상관없이 학교의 모든 학생이 선택해 들을 수 있고, 수강하고자 하는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폐강 없이 한 학기동안 진행된다.

마지막 학기인 6학기는 졸업 학기로 졸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3년을 채우면 졸업장을 주는 일반학교와는 달리, 간디학교는 졸업 논문·작품을 발표해야 졸업 할 수 있다. 졸업 논문·작품의 주제는 자유로우며 분량에도 제한이 없다.

이금화(19) 학생은 자기가 짠 안무로 춤을 선보이고 한동희(19) 학생은 문화기획에 관한 논문을 쓰는 등, 학생들은 3년 동안 생활하며 관심을 갖고 연구했던 결과를 발표한다. 졸업 논문으로 자서전을 쓴 최영준(19) 학생은 논문을 쓰며 "논문을 쓰며 학교에서 생활했던 3년을 되짚어보게 되고, 나의 변화, 습관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글을 쓰는 과정이 내게는 성장이었다"고 졸업 논문 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런 논문·작품 발표는 간디학교뿐만 아니라 이우학교, 하자작업장학교 등 많은 대안학교에서 하고 있는 졸업 제도다. 학교에서의 경험, 활동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논문은 인문학적 시각을 기르고 자기 학습을 정리 할 수 있는 좋은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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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간디다!   ⓒ 하자작업장학교 대안학교 탐방 팀


‘간디학교 학생들이 꿈꾸는 직업’을 생각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NGO, 생태운동가 등의 사회운동가를 떠올린다. 간디학교의 교육이념, 활동의 영향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간디학교 학생들이 꿈꾸는 직업은 굉장히 다양하다. 카피라이터, 영화감독, 연기자, 프로그래머 등 또래의 일반학교 학생들이 꿈꾸는 직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친구 때문에 밴드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기타제작에 관심이 생겼다. 기타 회사에 도공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이정환(19) 학생은 기타장인이 되는 것이 꿈이다. 지금은 학교 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기타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 갈 생각이 없다"며, "대학에서 배우고 싶은 게 없다. 기타 도공이 되는데 필요한 자격증을 따고 현장에서 배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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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중 간디자유학교 3학년 김재경(왼쪽), 홍혜정(오른쪽) ⓒ 하자작업장학교 대안학교 탐방 팀

또 카피라이터를 꿈꾸는 이윤아(19) 학생은 "한국의 광고는 너무 상업적이고, 창의적이지 않다. 어떻게든 잘나가는 연예인만 나오게 하면 된다는 식이다. 그런 식의 교육을 하는 한국대학에서 배우고 싶은 생각이 없다.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외국에서 배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 할 의사가 있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한동희(19) 학생은 "취업 세계에서는 아직까지 대학 졸업자만이 인정받는다. 고졸 경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이론을 공부한 뒤 현장에 나가겠다"며 대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곽제규(19) 학생은 대학에 가는 이유에 대해 "많은 이유가 있지만, 지금 당장 취업 전선에 뛰어 들기가 두렵다.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4년 더 보호 받고 싶은 것 같다"며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것은 불안과 곧 연결된다고 말했다.

유학, 대학, 취업 등 다양한 직업군들이 나왔지만 좌담회에 참여한 학생 중 80% 이상이 한국의 대학에는 가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대학보다 더 재미있고 유익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길이 많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런 통계는 학생 대부분이 대학에 갈 것이라고 답한 영산성지고등학교, 이우고등학교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또 '대학에 가지 않는 것이 불안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크게 '불안하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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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중 하자작업장학교 금강산(왼쪽), 금산간디자유학교 곽제규(오른쪽) ⓒ 하자작업장학교 대안학교 탐방 팀

많은 십대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간디자유학교 학생들은 대학도 많은 선택의 길 중 하나로 여긴다. 또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 못지않게 현장을 통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이러한 자신감은 입시 공부를 위한 기계가 되어가는 공교육의 친구들보다 자신이 훨씬 더 진정한 배움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한 자신감이다. 또한 간디자유학교에서 생활하며 다양한 학습들을 하며 자기에게 맞는 학습법을 찾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간디자유학교 학생들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요인은 이미 7년 전 사회로 뛰어든 선배들이다. 하자작업장학교, 이우학교와는 달리 간디학교는 10년 전 개교해 이미 많은 졸업생들을 배출했다. 물론 간디자유학교의 졸업생들은 아니나 같은 교육 이념을 가지고 비슷한 학습을 해왔기에 다른 간디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에게도 ‘선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한국 첫번째 대안학교인 산청간디학교의 졸업생들은 이미 이십대 중반을 훌쩍 넘어 자기 작업을 하고 있다. 대학으로 진학한 졸업생도 많지만 대학을 가지 않거나, 대학을 중도 포기한 선배들도 자기 길을 찾아 멋지게 생활하고 있다. 이런 선배들이 간디학교의 학생들에게 좋은 역할 모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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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 동아리 공연 중   ⓒ 하자작업장학교 대안학교 탐방 팀


많은 대안학교 학생들이 진로 공통점은 사회학자, 교사 등 이론을 공부해야하는 직업을 꿈꾸는 학생들은 대개 대학을 지망하지만 가수, 댄서, 연기자, 기타공인 등의 예술가를 꿈꾸는 학생들은 대학 외에 다른 길을 찾고 있었다. 또 지방의 기숙사 학교에 비해 도시의 통학형 학교 학생들이 더 많은 불안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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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브라질리언 퍼커션 팀 '촌닭들' 대안학교 탐방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하자작업장학교 공연 팀 '촌닭들' ⓒ 하자작업장학교 대안학교 탐방 팀


대안학교 졸업 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의 안타까운 상황은 누구의 책임인가? 학교는 어디까지 교육할 수 있는가? 학교에서 키워내고자 하는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인가?

지금까지 탐방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고민 할 수밖에 없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풀리지 않았던 문제가 바로 학교의 역할과 책임이다.

물론 대안학교가 졸업생들의 미래를 책임 질 수는 없다. 학교는 학생들을 교육하는 곳이지 졸업생들의 미래를 보장해주는 보험이 아니다. 그러나 대안학교와 학생들의 졸업 후 진학·취업·학습이 분리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많은 학생들, 부모들이 이러한 이유로 대안학교 입학을 주저하고 대안학교에 입학한 뒤에도 가정에서 갈등을 겪고는 한다.

대안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졸업 후 자기 길을 찾아 나가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 대학만이 길이 아니라고 외치는 대안학교라면 학생이 졸업 후 사회로 뛰어들었을 때 자기가 해왔던 학습을 밑거름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말은 대안학교가 직장을 구해주거나 졸업생을 계속 챙겨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물과 사료를 떠먹여주는 온실 속 화초가 아니라, 자신이 어느 정도의 빛과 물, 비료를 필요로 하는지 알고, 필요에 따라 자기 길을 갈 수 있는 아이로 성장 할 수 있도록 아이로 길러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학교는 학생이 고민을 놓지 않을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대안학교 학생 80%가 대학에 진학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대학 진학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학생들의 진학이 뚜렷한 목표와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혹 친구 따라 강남 가듯 대안학교 이후 바로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대안학교 #하자작업장학교 #금산간디자유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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