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 선거 투표가 치러진 지난해 12월19일 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민심은 천심이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대선 직후 결과를 전하면서 이 말을 사용했다. 또한, 그는 "자기혁신 없는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의 분노"라고 평가했다. 의혹투성이 후보자를 선택한 것이 불만일지 모르지만 "이유있는 국민의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민심이 천심이라 한 것은 패배진영이 겸허하게 반성해야 한다는 취지겠다.
하지만 <경향신문> 김철웅 논설위원은 "'민심=천심' 과연 맞나"라는 칼럼을 통해 '민심 천심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두 외국 사례를 들었다. 러시아에서는 언론을 통제하고 관제집회를 강요하는 등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푸틴이 압승했다. 경제 덕분에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태국에서는 쿠데타 군부의 경제정책에 실망한 농민 빈민들이 부패혐의의 탁신을 지지하는 정당에 몰표를 주었다. 집권기간 동안 무상의료와 저금리 대출 등 포퓰리즘 경제정책이 효과가 있었다. 민심이 과연 천심인가 의문을 제기한 것은 민심이라고 무조건 정당시하는 것을 경계하는 취지겠다.
민심이 천심인가? 천심은 옳은가 그른가?<사기열전> 첫 이야기인 '백이열전'에서 사마천은 묻는다. "하늘의 도란 도대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天道是耶非耶)". 우리는 하늘(天) 아래 작은 존재임을 의식할 때 겸손해진다. 하늘은 공명정대한 그 무엇을 상징한다.
그런데 사마천은 역사를 통해 세상일들이 공정하지 않음을 보면서 하늘의 이치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품었던 것이다. 사마천이 '민심 천심론'을 접하면 무어라 할까. "하늘의 마음은 도대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라고 묻지 않았을까.
천심이든 아니든, 옳든 그르든, 민심을 말하면서 함께 생각해볼 것이 있다. 우선 우리 정당들이 민심을 효과적으로 정치에 반영하고 선거가 정치적 선택을 충분히 보장해주었는지 의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대다수 유권자가 후보자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차선이나 차악을 선택하는 상황이었다. 선거에 드러난 것만으로 민심을 단순하게 단정 짓기보다는, 민심과 민생을 심층적으로 살필 여지가 있다.
또한, 민심을 말하면서 언론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민심은 민초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생기는 것이지만 여론을 선도하는 언론의 구실을 무시할 수 없다. 개별적 상황들을 꿰어서 바라보는 시각은 언론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민심과 언론은 상호작용하는 불가분의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