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공개한 '올해의 사건', 모방범죄 우려

피해자 구체적 정보와 함께 수사기법 노출

등록 2008.01.16 16:42수정 2008.01.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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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검찰청 홈페이지.
대검찰청 홈페이지.정재석

대검찰청이 홈페이지에 2007년 유형별 사건을 발표하면서 실명을 거론하거나 적절치 못한 용어를 선택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된 자료들은 누구나 열람하거나 내려받기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으며, 범죄 수법과 검찰의 수사기법까지 일부 공개해 모방범죄의 우려를 낳고 있다.

대검찰청은 검찰이 지난해 1년 동안 처리했던 각 사건을 유형별로 발췌해 범죄 예방차원에서 홈페이지 검찰소식 보도자료란에 A4용지 130쪽 분량의 사건 65건을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지난 3일까지 7차례에 걸쳐 올렸다고 16일 밝혔다.

16일 오후 4시 30분 현재 총 8600여 명이 열람하거나 내려받은 공개 자료에는 피해자를 유추할 만한 정보와 함께 피의자 실명이 담겨 있다.

이 자료에는 대검찰청이 밝힌 범죄예방 차원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만큼 낯뜨거운 묘사와 함께 각종 범행의 치밀했던 수법과 검거사례가 실려있다. 심지어 피해자와 피의자 가족  을 조롱하는 듯한 표현도 있다. 

실제로 교수를 사칭해 추가 합격시켜 주겠다는 말에 속아 성폭행 당한 10대 피해자의 경우 응시했던 학교와 학과를 실명으로 거론했다. 이밖에 거주지역과 함께 실명이 공개된 피의자도 2명이나 됐다.   

또 자살하거나, 변심한 옛 애인을 어떤 극약으로 살해하려 했는지 극약명을 그대로 게재했는가 하면 중범죄와 고위 관료 사칭사기사건, 사문서위조 등의 사건에서 피의자가 어떤 방법을 썼는지도 명시했다.


 실명 등과 첨단과학수사기법 프로그램명이 공개된 부분.
실명 등과 첨단과학수사기법 프로그램명이 공개된 부분. 정재석

게다가 피의자가 삭제 또는 훼손시킨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복원하기 위해 사용한 검찰의 첨단과학수사기법 프로그램명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처럼 여과되지 않은 범죄관련 내용은 대검찰청이 밝힌 예방차원보다는 청소년 등에게 모방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와 함께 ‘드라마틱한 사건(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제목과 함께 “일행이 극약을 먹고 너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겁이나 피의자들은 죽지도 못해 결국 철창신세가 되었다.”, “집안수색을 꼼꼼히 하여 피의자를 검거한 사례 ‘술래잡기 해보셨나요?’” 등 피해자와 피의자 가족을 놀리는 듯한 적절하지 못한 표현도 일부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성폭력 같은 부분에서 직접적인 용어를 선택한 점과 피해자 정보가 노출된 부분은 잘못이다. 검찰이 어떤 의도로 자료를 공개했는지부터 명확히 할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관계자는 “관련자 실명을 거론하고 피해자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공개는 명백한 잘못이다. 범행동기,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 역시 적절치 못한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매년 범죄예방차원에서 국민이 흔히 접할 수 없는 일부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인권보호 소홀, 모방범죄 우려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재검토해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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