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 있는 놈이 그때 그 문제의 소변기 저기에 똥을 싼다고 상상해보면?
김정선
소변기든 대변기든 변기에 대고 똥 쌀 정도이면 그게 사람이지, 어디 개냐? 내가 판단하기에도 똥의 굵기나 색깔, 내용물, 냄새 등으로 판단하건대 사람 똥임이 틀림없다.
과연 사람똥이라면 왜 그랬을까? 왜 대변기가 비어 있는데 소변기에 쌌을까? 소변기는 오줌싸기 좋은 구조지, 똥싸기에는 절대 불리한 구조다. 그 불리함을 극복하고 더구나 언제 누가 들어설지 모르는데 어떤 간 큰 사람이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까고, 그 좁디좁은 소변기에 똥구멍을 들이대고 싼단 말인가?
혹시 다른 데 있는 똥을 퍼다 놓은 거 아닐까? 그것도 그렇지. 어떤 미친 놈이 아침부터 남의 사무실 소변기에 똥을 퍼다 놓는 짓을 한단 말인가? 그러나 똥 표면의 자연스러움과 피라미드 형태의 기하학 구조가 안정된 상태로 보아 절대 다른 데 있는 것을 옮겨 놓은 것은아니다.
오히려 소변기에 바로 싸는 것보다 다른 데서 퍼옮겨 놓기가 더 어려울것 같다. 여러가지 정황으로 보아 똥구멍을 소변기에 바로 들이대고 싼 게 틀림없다.
다들 황당하고 어이없고 더럽고 그러면서도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중에 시간은 가고 9시가 넘어서니 민원인들 들이닥칠 시간이 다 되어간다. 이제는 치워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다들 치우긴 치워야 하는데 선뜻 달려들어 치우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서로 눈치만 실실 본다.
안되겠다 싶어 나 혼자 속으로 '5분만 더 기다려 보다가 치우는 사람이 없으면 내가 나서서 치워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고 있는데 역시 우리의 택이씨다. 아무 말없이 양동이에 물을 떠와서 빗자루로 쓱쓱 문질러 치워 버린다. 택이씨는 항상 남들이 꺼려하고 어려워하고 힘들어 하는 일을 언제나 앞장서서 솔선수범하여 처리해 버린다.
그렇다고 하여 전혀 생색도 내지 않는다. 마치 당연한 일을 한 것처럼. 그때 함께 근무했던 언주, 명하, 태운, 옹종, 귀봉, 익섭, 허연, 승정, 명배님을 대신하여 택이씨에게 감사드린다.
지금까지도 전혀 사람 짓인지, 개 짓인지도 모른 채 사건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는데
혹시 뛰어난 추리력으로 이에 대한 그럴듯한 의견이 있으신 분께서는 시원한 답변을 부탁드린다.
월초부터 장황하게 똥이야기로 시작하여 다소 미안스럽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먹은 만큼 싸대는 똥이야말로 가장 정직하다.
'오줌은 소변기에, 똥은 대변기에'
덧붙이는 글 | 이 내용은 전자메일을 통하여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보냈던 내용이며, 다른 곳에 게재한 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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