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법 문화' 청산? 정작 떼쓰는 건 누군데

[주장] 이명박 정부의 희한한 '국민 섬기기'

등록 2008.03.19 18:04수정 2008.03.1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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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9일 법무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법과 질서를 지키면 GDP(국내총생산)이 1% 올라갈 수 있다"며 "국민 대부분이 '한국은 법과 질서보다 떼를 쓰면 된다', '단체행동하면 더 통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과 질서를 지키는 일이야말로 법무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며 분발을 촉구했다고 한다.

이에 법무부는 올해를 법치 확립 원년으로 만들겠다며, 특히 '떼법 문화' 청산에 주력하겠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더불어 법무부는 불법 집단행동 근절에 역량을 결집하는 한편, 사태가 끝난 뒤에도 끝까지 상응 책임을 묻는 이른바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을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 국민 섬기겠다던 그 사람 맞나?

이명박 대통령 이 분, 몇 달 전 대통령선거에서 입만 열면 국민을 섬기겠다고 그랬던 그 사람 맞나? 국민 대부분이 떼를 쓰면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니, 도대체 무슨 근거에서 국민 대부분을 떼쟁이로 만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국민들을 '떼쟁이'로 만들어놓고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무관용 원칙을 관철하겠다니, 참 국민 섬기는 방법도 희한하다.

아무리 우리나라를 둘러봐도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떼를 쓰고 있는 국민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돈과 권력 있는 사람들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법과 질서가 돈 없고 힘없는 사람을 핍박하기 위해 떼를 쓰고 있다. 입으로는 서민을 위한다면서 서민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무관용을 들이대고 있다.

얼마 전 검찰은 지난해 10월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해 여의도 네거리를 10분 남짓 점거 농성한 혐의로 코스콤 비정규직 조합원 60명에게 모두 벌금 6050만원을 물렸다. 지난해 7월 매장 점거농성을 벌였던 이랜드·뉴코아 노조 조합원들도 이제껏 모두 4억105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할 지경이다. 5공 시절 백골단이 고액벌금형으로 부활한 셈이다.


절박한 생존투쟁이 이명박 대통령의 눈에는 기껏 떼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겠으나, 정작 떼를 쓰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로 보인다.

얼마 전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도 채택하지 못한 김성이 보건복지부장관을 많은 비판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했다. 가장 중립성이 중요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최시중씨를 고집하는 것은 또 어떤가? 박미석 청와대 수석도 논문 표절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애초부터 부실투성이, 문제덩어리인 내각을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며 국민들을 현혹시켰다. 그리고는 국민들이 아무리 비판하고 반대해도 문제 많은 인사들 공직 임명을 강행하면서 떼를 쓰고 있다. 그야말로 "무슨 하자가 있든 말든 내가 쓰겠다는데, 뭔 문제냐"는 식의 오만한 자세로 국민들에게  떼를 쓰고 있는 것이다.

국토를 담보로 한 무지막지한 '대운하 떼쓰기'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대운하 떼쓰기'에 비하면 이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다. 국민들 중 대운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경제성, 수돗물 안정성, 환경 영향, 홍수 위험 등 모든 부분에서 대운하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도 무조건 하겠단다. 이것도 반대하는 국민들은 떼쓰는 사람이 되는건가?

대운하를 만들어서 얼마나 건설경기를 살리고 경기부양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이건 한번 사고치면 수습이 거의 불가능할 만한 국토개조 사업이 아닌가? 좀 심하게 비유하자면 도박해서 집안 살리겠다고 집문서 내놓으라고 떼쓰는 것과 비슷하다 하겠다.

대운하를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들더러 비전문가라고 떼를 쓰는 것은 차라리 허무개그에 가깝다. 각 분야를 망라한 서울대 교수들이 비전문가면 도대체 누가 대운하 전문가인가? 혹시 미국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따와야 대운하 전문가가 되는 것인가? 이제는 떼를 써도 안 통하니까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운하 공약을 슬그머니 숨기고 국회 장악하고 나면 강행하려는 모양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와 표현을 '떼쓰는 것'으로 보는 시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현대건설의 직원들이 아니다. 국민을 섬기는 정부가 어떻게 국민들에게 떼쓴다는 말을 할 수가 있나? 이명박 대통령의 시각 자체가 과거 독재 시대로 퇴행하는 것 같다.

물론 법과 질서 중요하다. 하지만 법과 질서는 뭉둥이를 앞세운 무관용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법이 정의롭고 형평성을 가질 때 법과 질서는 저절로 존중받고 지켜지는 것이다. 대기업과 언론과 가진자들에게는 '프렌들리'하고, 서민들이나 힘없는 사람들에는 '언프렌들리'한 법 집행이라면 그 법과 질서는 존중받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부터 떼쓰지 말자.
#떼쓰기 #대운하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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