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각의 풍광
이주석
뚜렷한 역사적 유물이 없어 답사행이 실속 없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어찌 역사의 흔적을 그런 것으로만 찾을 수 있겠는가. 선생이 머물면서 사색하고 연구하며 정진했었을 공간들을 되돌아 보며 위대한 한 인물의 체취를 느껴보는 것 또한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지금은 천일각이라는 정자가 세워진 초당 바로 오른편의 산마루는 선생이 틈틈히 올라 먼 바다를 바라보며 바람도 쐬고, 고립되어 외로운 심정을 달래던 곳이다. 아마 더 멀리 흑산도에 유배되어 있던 형 정약전을 그리던 시간도 많았을 것이다. 유배길에 울며 헤어진 후 형제는 다시 만나지 못했고, 16년 귀향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정약전은 병들어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