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 저지 국민행동(부산본부)은 지난해 11월 낙동강 하구 염막지구를 찾아 경운기를 몰고 시위를 벌였다.
윤성효
두 번째, 물류 문제 얘기해보자. 애초 대운하 구상이 물류난 해결책이라는 것에 착안했다는 점을 돌이켜 보면 아이러니하다. 대운하 만들려면 한강과 낙동강 수계의 다리 68개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거, 대운하 반대하는 측의 자료가 아니다. 바로 대형 건설사들이 발표한 자료에서 나온 얘기다. 뜯어고쳐야 할 다리 숫자를 줄였으면 줄였지, 늘릴 이유가 없다고 봐야 한다.
다리 하나 새로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이 1500억~2000억 정도라고 하는데, 솔직히 운하 때문에 다리를 손본다면 그것은 완전히 새로 놓는 차원이라고 봐야 한다. 다리 하나에 평균 1500억씩 잡으면 이 비용만도 10조 2천억 원이다. 물론 대운하 추진 측에서는 이런 비용은 모두 빼고 건설비 계산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리를 새로 놓는 비용이 아니다. 임기 내 완공이라면 대운하 전 구간 동시 착공해야 하고, 이럴 경우 다리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공사 시작하면 다리를 손을 봐야 할 텐데, 그럴 경우 물류 대책은 어떻게 하나? 한국전쟁 때처럼 군부대 동원해서 가교라도 놓을 셈인가? 하지만 대운하 공사 중에는 그것마저도 여의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대운하 구간은 대한민국의 경제 동맥이 지나는 곳이다. 이런 곳의 물류가 막히면? 말 그대로 대혼란이 닥친다. 이 문제만 해도 나라가 발칵 뒤집힌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도 대운하 추진측은 분명한 대답을 내놓은 적이 없다.
대운하 공사를 하는데, 왜 다리를 새로 건설해야 하는지 이해 못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다. 운하로 배가 다니려면 어느 정도 수심이 있어야 한다. 대운하 추진 측에서는 그 깊이를 원래 9미터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6미터로 정정했다. 이 깊이도 그다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 부분은 일단 패스~ 문제는 현재 한강과 낙동강의 수심이 평균 3미터도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낙동강은 그냥 가랑이 걷고 건너면 되는 수준도 많고 그나마 한강 쪽이 물이 풍부한 편인데도, 평균 수심이 3미터가 못 된다고 한다. 배가 다니게 하려면 최소한 6미터 이상의 수심을 확보해야 하고, 그러자면 강바닥을 파내거나 아니면 운하 주위에 둑을 쌓아서 물을 더 많이 가두어야 한다. 어느 경우에도 기존의 다리는 사용할 수 없다.
강바닥을 파는 경우에는 당연히 기존의 교각이 허물어지기 때문에 이용할 수 없고, 둑을 쌓아서 물을 많이 가두면 다리가 물에 잠기게 된다. 당연히 차가 다닐 수 없고 설혹 물에 잠기지 않는다 해도 배가 지나가려면 다리를 높여야 하기 때문에 다리 건설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간단한 얘기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세 번째로 대홍수 문제다. 대운하는 바지선의 운항을 위해 일정한 수심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치명적인 문제를 불러온다. 대운하 유역이 가뭄이 들 때도 이 지역에서는 대운하에 가둔 물을 이용할 수 없다. 일정한 수심을 유지하려면 물을 가두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름철이 되어 폭우가 쏟아져도 대운하는 이 물을 받아들여 홍수를 조절할 수 없다. 평소 물을 저장해두었기 때문에 늘어난 물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운하 아래나 옆으로 별도의 배수로를 만들어두어야 한다. 이명박이 복원했다는 청계천이 그런 방식이다. 하지만 비가 웬만큼 내리면 그 배수로 물이 역류해서 청계천 물고기들이 떼로 죽어 떠오르곤 한다. 청계천 몇 킬로미터 구간에서 벌어지는 일이 앞으로 한반도를 관통하는 500킬로미터 대운하 구간에서 발생한다는 얘기다.
대운하에서는 여름에 그냥 물이 역류하는 정도가 아니고 그 일대의 대홍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역시, 대운하 추진측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시원하게 답변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미국이나 독일 등 운하에서는 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기후 차이이다. 즉,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처럼 우기와 건기의 차이가 크지 않다. 연중 고르게 비가 내리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운하로 물을 배수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형적으로 갈수기와 홍수기의 강수량 차이가 매우 큰 나라이다. 당연히 홍수 위험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네 번째, 환경오염은 워낙 많이 거론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운하 건설의 폐해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바지선의 스크루가 돌아가면서 산소를 공급, 물을 정화시킨다는 주장을 믿는 분이 아직도 계실까? 스크루는 완전히 물 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결코 산소를 공급하지 못한다.
스크루가 산소를 공급하려면 수면에 절반쯤 잠겨서 돌아가야 즉, 물장구를 치는 형태여야 한다. 이렇게 스크루를 만들 이유도 없지만, 그렇게 만들 경우 그 스크루는 몇 번 돌지도 못하고 부러지게 된다고 들었다. 부러지지 않고 제대로 스크루가 돈다 해도, 그 정도 효과로 운하의 물이 정화되지는 못한다. 이런 주장을 한 인간이 이화여대 교수라는데, 재능이 아깝다. 공상과학 황당개그계로 진출했으면 대박이 났을긴데….
여러 가지 해외의 사례를 봤을 때 대운하는 대운하 안에 가둔 물만 오염시키는 것이 아니라 근처의 지하수까지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은 모양이다. 이 문제는 좀더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
다섯 번째 불법체류자 문제. 대운하는 기본적으로 중장비 동원해서 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별다른 고용 창출 효과가 없다. 물론 토목공사이기 때문에 인력 수요가 생기기는 한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우리나라도 건설업계도 해외 건설사업 증가로 심각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도시에서 빈둥대는 젊은 인력들이 대운하 건설현장에 달려가 열심히 삽질을 할까?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가 없기 때문에 장담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차라리 편의점 알바를 할지언정, 대운하에 가서 삽질할 가능성은 아마 10%도 넘기기 어려울 거라는 데 100원 건다. 그렇다면 대안은?
그렇잖아도 수익성이 의심스러운 대운하 사업, 참여 건설업체들은 해외의 싸구려 노동력 수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적극 협조하리라는 것도 불문가지. 그럼 어떻게 될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해외의 싸구려 노동력… 들여오기는 쉬워도 다시 내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거 장기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부담, 비용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해외의 노동력을 수입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인 파급 효과가 크고 장기적으로 한국의 사회구조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기 때문에 그 정책 결정은 매우 신중하고 주도면밀해야 한다. 큰 방향에서는 현재 저임금 노동력에 집중돼 있는 해외 노동력 수입을 반대의 구조 즉 고임금 고급인력 수입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대운하 사업은 정반대 현상을 고착시키게 된다. 대운하 한답시고 몇 백 년 동안 골치 썩일 시한폭탄을 들여오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