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통신 한승호 기자
- 낙선운동 같은 네거티브와 상당히 대조적인 느낌이다.
"희망제작소는 과거의 네거티브에서 벗어나 포지티브를 지향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현상보다는 본질적인 어떤 것을 형성해 나가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이미 당선된 시장을 두고서 좋다, 나쁘다를 논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 이전에 좋은 시장이 당선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관리하는 것이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
- 지원 자격이 궁금하다. 어떤 사람들이 지원할 수 있나?"원칙적으로 문호는 개방돼 있기 때문에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무나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을 생각이다. 가능하면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비전·열정·콘텐츠를 흡수할 수 있는 태도와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면 좋겠다. 좋은 학생을 엄선하기 위해 공정하고 권위 있는 심사위원단을 이미 별도로 구성해 놨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한 사항은 아니지만 좋은 사람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추천제도도 활용할 생각이다."
- 추천의 주체로 어떤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가? "예컨대 국회의원 간담회를 열어서 시장 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별로 시민단체를 통해서 시장출마 의사가 있는 사람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과거 지방선거에서 낙선했거나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 중에 괜찮은 인물을 찾아내 우리가 직접 권유하는 것도 고려할 생각이다."
- '좋은시장학교'의 운영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가 있다면?"무엇보다 먼저 '준비된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희망제작소 시장학교를 졸업한 것이 '좋은 브랜드'가 될 수도 있지만 '천형의 낙인'이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이런 프로젝트가 없었기 때문에 그 결과를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좋은 브랜드'가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확신한다. '좋은시장학교'를 졸업한 150~200명 중에서 10%만 당선된다고 해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좋은시장학교'를 졸업한 시장은 정말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이미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선 4기 자치단체장 37명을 대상으로 시장학교를 열었던 전례가 있다. 교육의 효과가 있었는지 궁금하다."곳곳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당시 내가 '시장 십계명'을 써 줬는데, 다수가 그것을 사무실 벽에 걸어 놓았다고 하더라. 십계명의 첫 번째 계명이 '청렴'인데, 뇌물을 전달하려는 민원인이 있으면 그 십계명을 보여줬다고 고백한 단체장도 있다."
- 당시 '시장 십계명'을 만들어 제시했는데, 화이트보드에 써놓은 '우리 시대의 목민심서'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에는 공직자가 취임할 때부터 물러날 때까지의 가이드라인이 잘 정리돼 있다. 예컨대 목민심서 율기육조(律己六條) 제가(齊家) 편에는 '청렴한 선비가 고을살이를 나갈 때에는 가루를 데리고 가지 않는다. 가루는 처자를 이른다'는 대목이 나온다. '고을살이 나가는 사람이 버려야 할 3가지'라는 표현도 있다. 그런가 하면 목민심서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해관육조(解官六條) 유애(遺愛) 편에는 '목민관은 한 점 부끄럼 없이 떠나야 한다. 그러나 비록 떠나가더라도 사랑은 남겨 놓아야 영광이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 현재 시점에서도 유의미한 지침인 것 같다. "실제로 민선 3기 자치단체장의 35%가 형사상 문제가 있었다. 일부의 경우는 억울한 측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10명 중에 3명 이상은 형사상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 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목민심서에서는 임명장을 받기 전부터 임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순간까지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 조목조목 제시돼 있다. 현대 사회에는 윤리적 문제가 더 많으므로 이런 정도의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만들어 놓은 것이다."
손학규와 김문수의 손길도 뿌리쳤다- '시장 십계명' 중에서 '재선 생각을 버리라'는 대목이 인상적인데?"한 지자체의 장이 된다는 것은 정말 너무나 소중한 기회다. 우선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준비한 비전을 소신껏 펼칠 수 있다. 주민의 입장에서는 어떤 사람이 지자체의 장이 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행정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재선에 욕심을 갖다 보면 자꾸 인기에 영합하게 된다. 나아가 권력자에 줄을 서야 하고, 비밀스런 돈을 모아야 한다.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서 사는 형국이 돼 버리는 것이다. 아무런 욕심을 내지 않고 지역 주민과 더불어 고민하고 일한다면 재선이 아니라 삼선 이상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디에서든 진실은 통한다. 시장·군수·구청장의 진심을 주민들이 모를 리 없다."
- 박 변호사는 지난 대선 당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선 후보로 거론됐다. '좋은시장학교' 때문에 괜한 정치적 오해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걱정되지는 않나?"의심을 하는 것은 각자의 자유이지만, 그동안 내가 해 온 일과 철학을 믿는다면 그런 오해는 이제 그만 해도 좋지 않을까. 만약 내가 진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정치의 중심 쪽으로 갔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17대 총선 때 김문수 지사가 두 번이나 찾아와서 나에게 공천심사를 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번 18대 총선 때는 손학규 대표가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정치에 뜻이 있었다면 벌써 어느 정당이든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여야의 범주를 뛰어넘어서 이 사회 전체를 위해 일할 수 있는 희망제작소가 지금 내가 있어야 할 곳이다."
박원순의 '시장 십계명' 재선(再選) 욕심 버리면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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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직후 이틀 동안 진행된 시장학교에서 '성공하는 시장이 되기 위한 십계명'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했다. 지난 2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 왔고, 6월 20일 좋은시장학교 입학식 특강에서 다시 선보이게 될 '시장(군수·구청장) 십계명'의 요지를 여기 소개한다.
1. 청렴하면 탈이 없다. "큰 뜻을 세우면 반드시 청렴하기 마련이다. 사람이 청렴하지 못한 것은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목민심서) 부적절한 만남 자체를 거절하라. 만나더라도 언제나 배석자를 앉혀라.
2. 좋은 인재를 구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일당백의 능력을 갖고 있는 외부 인재를 스카우트하라. 좋은 인재라면 삼고초려라도 하라. 외부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라. 싱크탱크를 만들어라. 인재를 찾기보다 인재를 키워라.
3. 시장이 공부하는 만큼 지역은 발전한다. 학습모임을 만들어라. 전문가를 초빙하거나 방문하라. 수첩과 노트북을 끼고 다녀라. 전직 시장들로부터 족집게 과외를 받아라. 외국을 밥 먹듯이 드나들어라. 혁신하고 또 혁신하라.
4. 잘 설계된 시정 밑그림, 10년을 좌우한다. 좋은 설계도면이 좋은 건축물을 만든다. 평가는 4년 후에 받으니 서둘지 마라. 자신의 공약을 원점에서 다시 보라. 성공한 시장에게 배우고 전직 시장의 정책을 무조건 뒤집지 말라.
5. 선택과 집중, 리더십의 핵심이다. 성공하는 사람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한다. 사람들은 여러 개를 기억하지 않는다. 하나를 성공시키면 나머지 아홉은 저절로 된다. 쓸모없는 행사에 나가지 말고 실무자에게 위임하라.
6. 창조적 대안 없이 지역의 미래 없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하나를 보려고 대서양을 건넌다. 차별성이 경쟁력이다. 남이 하는 것과 반대로 하라. 남들이 소홀히 하는 것에 투자하라. 다음 시대를 준비하라.
7. 겸손한 시장 싫어하는 사람 없다. 겸손만큼 좋은 미덕은 없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는 법이다. 시장은 권력이 아니라 희생의 자리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큰절 연습을 하라. 시장실은 검소하게 편리하게 꾸며라.
8. 지방의회와 시민단체는 시정의 동반자다. 언론기관, 시민단체와 정기적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라. 크고 작은 일들을 수시로 상의하고 조언 받아라. 프로젝트와 외주를 많이 주는 대신에 철저히 검증하라. 비판을 두려워 말라.
9. 주민참여가 지역발전의 원동력이다. Empower the people의 원리를 잊지 말라. 베를린의 미래위원회, 함부르크의 10대 부흥전략, 뉴질랜드의 시민참여 마스터플랜, 청주의 시민참여기본조례 등 국내외 사례에서 배워라.
10. 재선 생각을 버리면 재선 그 너머가 보인다. 시장 집무 첫날 이렇게 다짐하라.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남김없이 쏟아 붓는다. 여한 없이 최선을 다한다. 늘 처음처럼, 그 마음 그대로 간직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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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정지환 대표기자
ssal@ytongsin.com정리=장지혜 수습기자
사진=한승호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의도통신 59호(4월 28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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