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과 그 유명한 피라미드 입구
이경미
세계의 모든 예술 작품을 자석처럼 빨아들인 루브르. 프랑스의 상징.
여행책자에 소개된 대로라면 이 박물관은 총 40만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고, 한 작품 당 30초씩만 감상해도 일 주일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인은 무엇이든 압축해서 빨리빨리 해치우는 데 세계 최고 아닌가. 난 책이 시키는 대로 유명한 작품들을 골라 동선을 짰다. 다행인지 내가 아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아 한나절이면 될 것 같았다. 역시 모나리자는 맨 나중에 보는 걸로 하고. 그리하여 루브르 '다이제스트' 투어가 시작됐다. 제목은 '모나리자 찾아 삼만리'.
그러나 박물관 투어는 결코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 방해세력(?)들이 많았다. 우선 미술 관람을 방해하는 건 미술작품 그 자체였다. 40만 점이라는 방대한 작품을 수용하다 보니 워낙 많은 그림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어 시선을 어지럽혔다. 특히 고대와 중세 시대 그림이 집중돼 있는 이곳은 그림 규모도 다들 장난이 아니어서 고개를 쭉 빼고 올려다 봐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성서나 신화 내용이 그림의 주요 모티프가 되다 보니 그림을 통해 성스러움을 표현하려 하고, 그러려면 일단 그림의 규모부터 크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근대작품이 몰려 있는 옆 동네 오르세 미술관이 루브르보다 관람하기 편한 이유도 일단은 그림들이 '힘'을 빼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 시대는 사람들의 관심이 신에서 인간으로 옮겨간 시기이기 때문에 그림들도 대체로 소박한 편이다. 루브르가 왕궁을 개조해 만든 박물관이고 오르세가 폐쇄된 기차역을 단장해 만들었다는 태생적 차이도 영향이 전혀 없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