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방패로 찍고 개나 짐승을 패듯이 했습니다."
지난 28일 비폭력 무저항으로 물대포 앞에 누웠던 <이학영> YMCA 사무총장의 병원에서의 증언입니다.
고단한 이민생활과 힘든 학업에 전념하시는 호주교민과 유학생 여러분!
지난 26일 급기야 이명박정부는 소고기 장관고시를 했습니다. 고국의 어두운 소식을 전해야 하는 마음 또한 무겁습니다. 하지만 진실이 왜곡되어 평화로운 선량한 촛불이 폭도로 매도되는 거짓 앞에, 저희는 이렇게 작은 '우리들의 입장'으로나마 고국의 국민들을 지원 할 수밖에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적반하장'이지요. 경찰의 살수차 앞에 몇 시간 동안 우비 하나로 평화집회를 하던 국민들에게 갑자기 소화기가 날아오고 쇠붙이가 날아와 시민들을 자극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을 흥분하게 하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함께 강경탄압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독교 시민단체인 YMCA회원들이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맨몸으로 드러누웠고 무장한 공안경찰들은 상부의 지시로 군홧발로 밟기 시작했습니다. 맞을 때는 1분도 얼마나 긴 시간인데 30분간 폭행을 할 수가 있습니까?
얼마나 아팠겠습니까? 그럼에도 대다수 국민은 "비폭력"을 연호하고 "때리지 마, 때리지 마"를 애원했습니다. 이렇게 대한민국 국민만큼 참을성 있는 민족이 어디 있습니까? 그럼에도 다음 날 조중동을 비롯한 관제신문들은 "폭력시위"라고 대문짝만한 타이틀을 뽑고, 기다렸다는 듯 현 정부는 '공안정국'을 선언하였습니다. 누구의 잘못 때문에 시작된 촛불입니까? 그런데 그 잘못을 지금 누구에게 덧씌우려 하는 것입니까? '적반하장'입니다.
더욱이 슬픈 것은 국민과 국민을 이간질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촛불집회 참여자는 "좌익빨갱이"고 나머지는 "우익"입니까? 21세기 글로벌시대에 빨간색 선글라스를 낀 조중동을 앞세워 아직도 부도덕한 정부가 위기 때마다 써먹었던 '반공' 선전을 합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평화의댐' 성금을 걷던 1980년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녕 전두환이 되고 싶은 것입니까?
지난 6월 7일 이후 호주에서도 5차례의 평화로운 촛불행사가 있었습니다. 일과 학업 때문에, 그리고 너무 멀리 떨어져 마음으로나마 촛불을 켜는 여러분들과 함께 토론도 하고, 통기타도 치고 때로 음식도 나누어 먹었습니다. 2시간을 기차 타고 멀리서 태극기를 들고 오신 칠순 어르신부터 유모차에 엄마와 함께 나온 아이까지 시드니의 촛불은 평화 그 자체였습니다.
어느 교민은 불편한 몸으로 이틀간 일한 돈으로 성금을 보내주시고 익명의 어느 교민은 자비로 교민신문에 광고도 내주었습니다. 박사논문 준비 중에, 기말고사 시험을 앞두고 어럽게 짬을 낸 유학생들도 있었습니다. 호주에서 태어나 몇 십 년을 사신 분도 있었고 호주 온지 3일째인 여행객도 있었습니다. 스님도 있었고 목사님도 있었습니다. 이름도 모르고 고향도 몰랐지만 촛불 앞에 우리는 한마음 한민족이었습니다. 그런 우리 앞에 누가 '폭력시위대'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까요?
어둠이 빛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강경 공안탄압을 발표하자 급기야 서울광장에서 천주교 사제단과 기독교 목사님, 불교계 큰스님들이 시국기도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성당에서, 교회에서, 그리고 사찰에서 소중한 말씀을 전파해야 하실 정신적 지도자 분들이 몸소 거리로 나서셨습니다. 미안하고 안타깝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기도중입니다. 왜 입니까? 누구 때문입니까? 진정 이 매듭을 풀어야 할 사람은 누구입니까?
80년 광주가 떠오릅니다. 그 당시 우리는 광주폭동이라고 했습니다. 호주에서 선교가신 한 신부님이 비디오 촬영을 했습니다. 진실은 해외교포가 먼저 알았었습니다. 2008년 웹2.0시대에 공안탄압과 언론조작을 앞세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밟으면 밟을수록 뿌리 뻗는 것이 한국인의 기개입니다.
한국인 여러분!
때리면 맞읍시다.
그러나 촛불은 절대 끄지 맙시다.
광우병 우려 쇠고기 수입과 경찰의 폭력진압을 반대하는 호주교민 및 유학생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