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4만 5000명에 전화 걸어 9101명 구두 동의"

촛불집회 중단 호소문, 자원봉사자 40명 동원 무작위 전화...응답자 20%동의 받아

등록 2008.07.10 17:17수정 2008.07.10 20:35
0
원고료로 응원

'기독교사회책임' 소속 목사들이 10일 오후 2시 서울 장충동 기독교사회책임 세미나실에서 촛불집회 중지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 이승균

'기독교사회책임' 소속 목사들이 10일 오후 2시 서울 장충동 기독교사회책임 세미나실에서 촛불집회 중지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 이승균

이명박 대통령이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기독교사회책임(대표 서경석 목사)이 주도한 '촛불중단 호소문'에 9101명의 목사들이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숫자는 자원봉사자 40명을 동원해 4만 5000명의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것으로, 사실상 호소문에 참여한 비율은 전체 대상의 20%에 불과하다.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와 순복음인천교회 최성규 목사는 7월 10일 오후 2시 서울 장충동 기독교사회책임 세미나실에서 열린 촛불집회 중지 호소문 발표장에 나타나, 이번 서명 결과를 토대로 촛불집회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수영 목사에 따르면 이번 촛불집회 중단 서명운동은 자원봉사자 40명이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각 교단주소록을 보고 4만 5000명의 목회자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묻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최성규 목사는 "쇠고기 불매운동에 앞서고 싶은 사람이다. 사먹지 않기, 수입 안 하기, 판매 안 하기 운동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고 "그러나 쇠고기가 지금 나라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서명운동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장충동 '기독교사회책임' 세미나실에서 최성규 목사가 '촛불집회 중지 호소문'을 읽고 있다. ⓒ 이승균

10일 오후 2시 서울 장충동 '기독교사회책임' 세미나실에서 최성규 목사가 '촛불집회 중지 호소문'을 읽고 있다. ⓒ 이승균

또 최 목사는 "그동안 표류했던 국회가 개원되어 이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사회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갈 것이다"고 말하고 "온 국민은 정부와 국회를 믿고 일상으로 돌아가 국정안정에 적극 협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수영 목사와 최성규 목사는 둘 다 자신들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라고 말하고 "사회가 더 이상 혼란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 촛불집회를 중단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 했다"고 강조했다.

 

'기독교사회책임'은 이날 호소문에 동의했다는 9101명의 명단을 공개했지만, 이들이 소속된 교단이나 교회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재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실에는 동명이인 여부를 확인하거나, 교인들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 이름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참석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김준곤 목사(CCC명예총재)·이광선 목사(신일교회)·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는 개인 사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다음은 '기독교사회책임'이 이날 발표한 호소문 전문.

 

호소문

 

촛불집회의 중지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촛불집회가 50일을 넘기고 있습니다. 초기의 촛불집회는 우리사회에 중요한 기여를 했습니다. 광우병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대변하며 정부가 추가협상을 하도록 만들었고, 미국이 최대한의 양보를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국정쇄신을 약속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또한 촛불집회가 계기가 되어 이명박 정부가 자신의 실정(失政)을 일찍 깨닫게 된 것도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촛불집회가 과격폭력 집회로 발전, 장기화 되고, 수도 서울 한복판이 법치가 마비되고, 대통령 퇴진이라는 과격한 구호가 거리를 뒤덮으면서, 많은 국민에게 큰 우려를 안겨주었습니다. 다만 최근 종교단체들이 합류하면서 시위의 폭력성이 시정된 것은 불행 중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촛불집회를 중단해야 합니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은 이번 추가협상이 끝이아닙니다. 미국과 다른 나라와의 재협상 결과와 광우병 발생추이를 보면서 재협상의 사유가 생길 때마다 계속 추가로 협상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모든 국제간 협상은 머지 않아 동일한 국제기준에 도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일시적인 것으로 귀결되게 될 것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광우병 우려가 있는 쇠고기 교역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기간 동안 우리 국민 모두 일손을 놓고 거리의 정치에만 매달릴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우려들은 정부와 국회가 맡아서 해결하도록 하고 촛불집회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그동안 표류했던 국회가 여야의 합의로 개원되게 되었으니, 이제 국회는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국회 안에서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대다수의 국민들이 아무걱정 없이 생업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치솟는 고유가와, 곡물, 원자재 값 앙등으로 경제상황이 매우 안 좋고, 이러한 직접적인 피해는 서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정부, 국회, 온 국민이 국가경제의 경쟁력 강화와 민생안정을 위해 온 힘을 모을 때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포퓰리즘 정치, 감성(感性)의 정치가 더 이상 우리사회를 좌지우지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의 위기상황이 계속되면 사회공동체는 큰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국민의 양식(良識)과 이성(理性), 합리적 토론이 선동정치와 폭력을 극복해내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와 국회를 믿고 일상으로 돌아가 온 국민이 적극 협력할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2008. 7. 10.

시국안정을 바라는 한국교회 목회자 일동

 

촛불중단 호소문 동의한 목사들 명단 전체 보기

덧붙이는 글 |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2008.07.10 17:17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이명박 #촛불집회 #예장통합 #목사 #이광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 때 글 쓰는 일로 먹고 산 적이 있고, 돈 벌어보려고 자영업자로 산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소소한 일상을 글로 표현하고 그걸 나누면서 살아보려고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파묘' 최민식 말이 현실로... 백두대간이 위험하다
  2. 2 도시락 가게 사장인데요, 스스로 이건 칭찬합니다
  3. 3 제주가 다 비싼 건 아니에요... 가심비 동네 맛집 8곳
  4. 4 1심 "김성태는 CEO, 신빙성 인정된다"... 이화영 '대북송금' 유죄
  5. 5 채 상병 대대장 "죗값 치르지 않고 세상 등지려... 죄송"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