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도 아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편안한 놀이터다.
이상필
다시 하우스텐보스역으로 가 후쿠오카로 향했다. 대도시 후쿠오카는 내게 별다른 매력이 없다. 도시 여행은 뭐니뭐니해도 쇼핑과 밤거리 산책인데, 애가 둘이나 딸린 엄마가 그런 걸 바랄 수는 없지.
크루아상 냄새가 진동하는 하카다역에 내려 숙소인 컴포트 호텔로 갔다. 여느 비즈니스 호텔처럼 분명히 작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웬걸, 우리가 묵을 방은 가족 4명이 묵기에 넉넉했다. 침대도 셋이나 되고, 아기침대도 별도로 분지돼 있었다.
짐을 방에 들여놓고는 호텔을 나섰다. 여행사에서 우리를 위해 미리 호텔에 맡겨둔 유모차에 유찬이를 태웠다. 인천공항에 아기 멜빵을 두고온 탓에 잠시 이동할 때는 불편했지만, 숙소에 짐을 풀고 움직일 때는 준비된 유모차 덕분에 큰 불편이 없었다.
귀국 전날, 다양한 아기 용품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유아용품 백화점 '아가짱 혼포'에 들렀다. 이름만 들어봤지 그 규모를 알 수 없었는데, 가 보니 4층짜리 대형빌딩에 아기용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임신복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의 옷과 신발, 유모차, 기저귀, 이유식, 각종 용품들…. 없는 것이 없었다. 값도 저렴하고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들이 많아서 자꾸만 손이 간다. "어머, 맞어. 나도 이런 거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를 연발하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신나고 재미있었다.
옷은 신생아용부터 130 사이즈까지 있다. 기저귀를 하나씩 비닐로 감싸 버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전용 쓰레기통, 분유에 가장 적절한 온도인 70도씨까지만 끓는 전기 포트, 흰 쌀죽부터 스파게티·팔보채까지 있는 이유식, 빨대 달린 생수병 뚜껑, 직접 착용해볼 수 있게 진열해둔 30가지가 넘는 아기띠…. 다 사고 싶었으나 갑자기 오른 환율에 주저하다가 찬영이를 위해 장난감 기차를 하나 사고, 유찬이 모자와 옷, 이유식과 과자를 몇 개 샀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저녁식사 시간이 됐다.
언제 또 오겠냐는 마음에 첫날 들렀던 100엔 스시집에 다시가서 저녁을 먹었다. 이번에는 남편과 생맥주까지 한 잔씩 마셨다. 호텔로 돌아와 찬영이와 유찬이를 씻기고 침대에서 뛰고 놀고 있는데, 남편이 슬쩍 '저녁에 밖에 좀 나갔다 오겠다'며 허락을 구한다. 간만에 일본에 왔으니 후배와 이자카야(선술집)에서 사케 한 잔을 하겠다는 것이다. '어허,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냐? 나는 뭐 안 가고 싶냐구? 자기만 나가 밤을 즐기고 오겠다는 거야? 이거 가족여행 맞냐?' 억울한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러나 잠시 후 '나 하나 못하는 것도 슬픈데, 남편까지 끌어들일 필요 뭐 있나'. 흔쾌히 윤허를 내렸다. 남편은 밖에 나가기 전에 찬영이를 데리고 나가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밤참거리를 사들고 왔다. 남편이 나간 뒤 좀 놀다보니 아들들이 졸립다고 난리다. 침대에 하나씩 눕혀 재우고 나도 곯아 떨어졌다. 놀러나간 남편은 언제나 오려나…. 다음 번에 오면 내가 나가 놀아야지 하다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