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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7일) 인터넷 세상에서 가장 쟁점이 된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기성세대들에겐 일부 염치없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친박연대 양정례 의원이 제안한 '달러모으기 운동'이고 청소년들에게는 '서인영의 옷장공개'였다.
사회경제 뉴스 게시판에서는 하루 종일 '환율급등' 소식과 '달러 모으기 운동 제안' 이야기가 올라오고, 10대들이 많이 찾는 포털 연예게시판에서는 '서인영의 옷장공개'가 끊임없이 올라와서 두 키워드는 각종 포털검색 키워드 상위에 하루종일 올라와 있었다.
연예뉴스들은 서인영이 케이블 TV 'S 클로짓'에서 본인의 신상과 한정품이 가득한 옷장을 공개했다며 '역시 신상녀''서인영은 역시 패셔니스타''서인영은 신상녀뿐아니라 한정판녀' '하상백도 인정한 서인영 옷장' 등등 그녀의 옷장이야기를 쏟아놓기 바빴다.
청소년들은 하루 종일 신상품 한정 상품 이야기로 댓글 토론을 했으며, 한쪽에서 부모님들은 현실세계에서는 마치 신상녀일 것만 같은 양정례 의원이 집집마다 장롱을 뒤지면 숨은 달러 동전이 본인처럼 500달러쯤은 나오지 않겠느냐고 한 발언에 한숨 쉬며 분노하고 댓글토론을 하고 있는 이상한 2008년 10월의 한국사회
요즘같은 경제불안 속에서 케이블 TV는 꼭 이런 방송을 해야 했고 연예 뉴스들은 이런 걸 속보로 앞다투어 보도해야 했을까?
'전세계 티셔츠 중 196번째 아이템을 보유'
'우리나라에 2점밖에 입고되지 않은 구두, 직수입 상품들이 즐비해'
'서인영의 트레이드마크 '킬힐 구두' 각 브랜드마다 배치'
'서인영이 공개한 꽃미녀모자 히트 예감'
마치 모든 브랜드의 구두를 한개씩은 가지고 있고, 한정판 수입 티셔츠 한 두 벌쯤은 있어야 패셔니스트라는 듯 수입상품과 과소비 권하는 케이블TV 방송과 이런 걸 이슈로 만들어 감탄하는 연예뉴스들을 보니 이것을 접한 청소년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걱정이 된다.
요즘 일부 학생들은 옷, 가방, 구두 등을 사기 위해 '키스 아르바이트' 심지어 '원조교제'까지 한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패션아이템을 소개한다는 목적으로 경제불안속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방송해야 했을까?
부모님은 현실에선 신상녀일 것만 같은 '달러녀'에게 '달러 모으기 운동'을 제안받고, 청소년들은 '신상품, 한정상품'을 제안받는 사회, 과연 2008년 10월의 한국은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케이블 TV에서도, 연예뉴스에서도, 아무도 청소년들에게 말해주지 않은 사실을 옷 좋아하는 내가 청소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비싼 옷, 비싼 구두, 비싼 가방으로 멋을 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지만, '진정한 패셔니스트는 값싼 오픈 마켓, 거리아이템으로도 최대의 효과를 낼 줄아는 사람들이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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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 '신상녀'와 '달러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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