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비 맞고 달리기? 그게 마라톤 정신

[인터뷰] '챌린지레이스'에 참가한 마라톤 동호회장 3인

등록 2009.02.24 15:40수정 2009.02.2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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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 눈이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맞장구라도 치듯 하늘은 흐리기만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행렬은 줄을 이었다. 오전 8시 30분도 안 된 시각, 행렬을 따라 도착한 곳은 서울 상암 월드컵공원. 그곳은 이미 사람들로 붐볐다.


<시티신문>이 주최하고 KTS&C가 후원하는 '2009 시티신문 챌린지레이스'가 22일 서울 상암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렸다. 대회 참가자들만 6천여 명. 각 동호회 부스 안과 탈의실 부스 안은 오전 9시 전부터 전쟁 아닌 전쟁터였다.

대회에 앞서 혹독한(?) 전쟁을 치르고 모인 참가자들은 각자가 속한 동호회 부스 앞으로 모였다. 가벼워진 옷차림 때문일까. 스트레칭을 하며 준비운동을 하는 참가자들의 몸짓은 가볍게만 보였다.

 '챌린지레이스' 하프코스 참가자들이 출발 전 서로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다.
'챌린지레이스' 하프코스 참가자들이 출발 전 서로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다.정미소


 '챌린지레이스' 하프코스 참가자들이 출발 전 함성을 지르고 있다.
'챌린지레이스' 하프코스 참가자들이 출발 전 함성을 지르고 있다. 정미소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출발선 앞에 선 참가자들은 긴장한 듯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그리고 몸이 경직될까 싶어 연신 팔과 다리를 흔들었다. 사회자의 주문에 앞 사람, 옆 사람 할 것 없이 서로 어깨를 주물러주며 '잘 뛰라'는 인사를 건네는 참가자들.

이내 출발을 알리는 신호가 울렸다. 풀코스(42.195km) 출발 후 다시 5분 간격으로 32km, 하프코스, 10km 코스 참가자들이 차례로 출발했다. 대회가 시작된 지 한 시간이 지났을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쌀쌀한 날씨에 비까지 맞으며 달리는 이들. 무엇이 이들을 달리게 한 것일까.


 평촌마라톤클럽 이경호 회장
평촌마라톤클럽 이경호 회장최윤성
이름 : 이경호
나이 : 56세
소속 : 평촌마라톤클럽 회장
직업 : 자영업

"무엇을 실천하는데 있어서 주변 환경에 따라 하고,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생활이 뚜렷하지 않음을 뜻한다. 스스로 절제하고 극복하는 삶, 그것을 지속하는 정신이 마라톤 정신이다."


비를 맞으면서까지 뛰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경호 회장은 자신이 정의 내린 '마라톤 정신'으로 그 답을 대신했다. 더운 날씨, 추운 날씨, 눈, 비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1992년부터 취미 생활로 달리기 시작한 그가 마라톤에 입문한 시기는 2004년.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 '달리기'를 하면서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한 그. 그러나 체중은 정상이지만 체지방 비만이라는 건강검진 결과. 그는 충격에 휩싸였다. 10년이 넘도록 한 운동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고민하던 그는 '달리기라도 거리, 속도의 변화를 주지 않으면 운동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날 대회에 평촌마라톤클럽은 3월 15일(일)에 열릴 예정인 '2009 서울국제마라톤대회'를 앞두고 중간 점검의 의미로 40여명의 회원이 참가했다. 클럽 활동에 대해 그는 "동기의식을 기르는 것은 물론 운동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절제되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사랑마라톤클럽 김기수 총무
인천사랑마라톤클럽 김기수 총무최윤성
이름 : 김기수
나이 : 47세
소속 : 인천사랑마라톤클럽 총무
직업 : 자영업

"직접 달려보면 마라톤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다. 뛸 때마다 힘들지만, 완주하고 나면 '목표를 달성했다' '나와의 도전에서 승리했다'는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목표량을 매번 다르게 정해 나 자신에게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마라톤의 매력이다."

김 총무는 2004년 9월 인천사랑마라톤클럽 활동을 시작으로 마라톤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체중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마라톤을 했지만, 지금은 마라톤의 매력에 빠져 그저 '달리는 것'이 좋다는 그. 주변 사람들에게도 마라톤의 매력을 전하기에 여념이 없단다.

마라톤에 대한 그의 열정이 전해진 걸까. 따뜻한 봄날에 열리는 인천마라톤대회나 강화마라톤대회에는 회사 직원들과 함께 뛰기도 한다고. 직원들과 함께 마라톤을 하면서 회사 분위기가 화목해지고 대화 거리가 많아졌다는 그는 "함께 뛰면서 도와줌으로써 동료 간의 우애가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인천사랑마라톤클럽은 1982년 '달리기를 사랑하고, 달림으로써 생활의 활력소를 찾는 건강한 모임'을 슬로건으로 결성되어 17년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마라톤은 홀로 뛰는 것이 아니다"며 "서로 도움을 주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함께 뛰는 것이다"고 말했다.


 강남마라톤클럽 김용무 회장
강남마라톤클럽 김용무 회장최윤성
이름 : 김용무
나이 : 54세
소속 : 강남마라톤클럽 회장
직업 : 공무원

"마라톤은 '나'와의 약속이다. 내가 뛴 만큼, 연습한 만큼 결과가 나타난다. 마라톤의 진실된 면이 내가 세상을 거짓 없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40대를 넘어서면서 체중이 늘어남에 따라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한 김 회장. 산악등반으로 운동을 시작한 그는 마라톤을 한 지 10년이 되었다. 그의 부인은 철인 3종(자전거, 산악, 마라톤) 경기, 100km를 뛰는 울트라마라톤대회 등에까지 참가하는 그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대회마다 쫓아다니며 말렸다고 한다.

그러던 부인이 이제는 자신과 함께 마라톤을 하고 있다는 그는 "집안이 마라톤 마니아"라고 말했다. 자녀들은 아직 장거리 코스를 뛰지는 못하지만 단거리 코스는 함께 뛴다고.

이날 대회에서 부인, 처제와 함께 32km를 뛴 그는 "마라톤은 건강관리와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운동"이라며 "자기와의 약속을 통해 목표를 실현해 나가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마라톤 동호회 #마라톤 #강화마라톤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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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 활동을 통해 '기자'라는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문제를 비롯해 인권, 대학교(행정 및 교육) 등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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