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연과 고재경이 열연하는 마임극 <두 도둑 이야기>가 2009 춘천마임축제를 찾아왔다. <두 도둑 이야기>는 85년 초연한 후, 세계 각국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오랜만에 다시 올리는 이 공연을 보기 위해 한림대학교 일송아트홀을 찾아갔다. 작품의 명성을 보여주듯이 시작하기 한 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조명이 켜지고, 무대에는 까만 담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두 남자가 나타나고, 그 둘은 숨을 죽이며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누가 봐도 그들은 도둑이다. 두 도둑이 담을 넘으면서 극이 시작된다. 도둑들의 조심스런 행동에 관객들도 숨을 죽인다. 그 조심스럽고 긴장된 순간에 도둑이 보여주는 행동은 뭔가 어설프다. 금방이라도 사고를 칠 것만 같다.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기고 드디어 침입에 성공한다. 들뜬 마음으로 연 금고에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관객들의 기대와는 다른 무언가가 밝혀지는 순간 관객들은 찡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소품과 대사 없이 온갖 몸짓과 표정만으로도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작은 표현에도 손에 힘줄이 보일만큼 실제와 같은 그들의 연기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익살스러운 표정과 뭔가 모르게 어설픈 행동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아주 사소한 부분들을 통해서 관객들이 마임에 대한 벽을 허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연을 본 전유리(21, 강원대)씨는 "마임 공연을 처음 봤는데 재미있고 신기했어요"라며 기분 좋은 웃음을 보였다. 깨비비평단 이은영(42, 춘천 석사동)씨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여 준 것 같아서 더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아직도 완전하게 자리 잡지 않은 관객들의 관람 태도였다. 말이 없는 마임 공연은 관객석의 조그마한 소리도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 그러나 공연 시작 후에도 계속 입장하는 관객들의 말소리와 극 중간에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는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발전해가는 마임 공연처럼 그에 부끄럽지 않은 관객들의 성숙한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대사 없이 단지 몸짓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마임의 특성상 공연은 자칫 지루하게 느껴 질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도둑 이야기>는 한 시간이라는 긴 공연시간에도 불구하고 긴장감 속에 소소한 웃음들이 지루함조차 느낄 틈을 주지 않는다. 잘 짜인 스토리와 배우들의 세심하고 익살스러운 연기력으로 마임은 다소 어렵다는 편견을 한 번에 깰 수 있는 유쾌한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들의 박수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두 도둑이 훔치고자 했던 것은 금고의 돈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던 아주 작은 "꿈과 희망"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배유정, 김봉섭, 문선경, 신새미, 이가영, 최아라
2009.05.28 09:48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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